8월 문학 신간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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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1 마음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현암사, 1만3000원나쓰메 소세키는 일본 근대문학의 시작이다. 일본의 근대는 영국, 옥스퍼드, 선진국에 대한 끝없는 열등감에서 시작된다. 옥스퍼드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돌아온 소세키는 한없이 작고 나약한 동양인의 한계를 깨닫는다. 그리고 세상 어떤 것에도 애착이나 사랑을 두지 않는 냉소적이며 자학적인 인물이 되어간다. 은 그런 자신을 모델로 한 듯한 ‘선생님’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일본 근대문학 특유의 감정을 형성하는 데 기여한 작품이다. 사랑하지만 사랑을 고백하지 않고, 거리를 두되 끊임없이 그 사랑을 괴로움에 처하도록 하는 것. 이 추리소설의 문법에 얹은 사랑의 기록은 궁금증과 함께 의구심을 주기에 충분하다. 왜 나쓰메 소세키인지, 그의 진가를 충분히 알 수 있는 작품이다.2 파인더스 키퍼스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황금가지, 1만5000원스티븐 킹 하면 나 처럼 인간의 본능과 일상 뒤편에 놓여 있는 왜곡된 심리와 불편한 욕망을 그려내는 데 탁월한 작가로 떠오른다. 스티븐 킹의 소설에서는 어떤 범죄보다도 사람 그 자체가 공포의 근간이곤 했다. 는 스티븐 킹이 처음에 도전한 탐정 추리소설 시리즈 3부작 중 하나이다. 제목인 ‘파인더스 키퍼스’는 전작 의 주인공이었던 퇴직 형사 빌 호지스와 홀리 기브니가 만든 팀 이름이기도 하다. 미국 문학사상 가장 주목받았던 천재 작가 로스스타인. 문단에서 자취를 감추고 살던 그의 집에 강도가 침입하고 로스스타인은 그만 목숨을 잃는다. 문제는 그가 평생 써왔던 작품이 들어 있는 공책 150권이 모두 사라진 것. 파인더스 키퍼스는 그 냉소적인 태도와 농담으로 이 사건을 풀어간다.3 쇼코의 미소최은영 지음, 문학동네, 1만2000원일단 표지가 예쁘다. 제목도 예쁘다. 쇼코라는 이름도 산뜻한데, 미소라니. 서로 다른 국적과 언어를 가진 두 인물이 만나 성장해간다. 표제작인 는 사실 다 읽은 뒤에도 쇼코의 미소가 어떤 의미인지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다. 그녀가 던진 질문에 공명할 뿐이다. “쇼코는 정말 우스워서 웃는 게 아니라, 공감해서 고개를 끄덕이는 게 아니라, 그냥 상대를 편하게 하기 위해서 그런 포즈를 취하는” 인물인 것처럼, 그렇게 세상에 대해 어떤 조심스러운 태도를 지닌 작가 최은영을 만나게 된다.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타인의 삶의 방식 가운데로 걸어 들어가는 움직임, 그 조용한 발걸음을 지켜볼 만한 작가이다.4 리버스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비채, 1만3000원을 읽었던 독자라면 미나토 가나에라는 이름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미나토 가나에는 독하다. 그리고 선명하다. 소설 는 미나코 가나에 특유의 독기에 약간의 거리감이 부여된 소설이다. 커피를 좋아하는 평범한 직장인 후카세는 마찬가지로 커피를 좋아하는 미호코와 만나 사귀게 된다. 눈에 띌 것도 이상할 것도 없는 평범하고 조용한 연애였다. 그런데 어느 날 ‘후카세 가즈히사는 살인자다’라고 적힌 편지가 미호코에게 전달된다. 과연 후카세 가즈히사는 어떤 인물인가? 평범하게 살고 있는 것이 분명한 그가 왜 복수의 대상이 되고 속죄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 것일까? 모르고 저지르는 죄, 그리고 삶의 아이러니를 다루는 서늘한 문장이 매력적이다.5 게스트세라 워터스 지음, 김지현 옮김, 자음과모음, 1만5000원세라 워터스는 무척 현학적이며 이지적인 작가이다. 세라 워터스는 주로 빅토리아 로맨스 소설을 패러디한 작품을 많이 써왔다. 영화 의 원작 소설이기도 한 가 대표적이다. 는 빅토리아 시대를 벗어났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번 소설의 배경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의 런던이다. 고풍스러운 저택에 살고 있는 모녀와 이 집에 세 들어 온 젊은 부부. 몰락의 길을 걸어가는 모녀, 노처녀의 히스테리, 젊은 부부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연애가 어떻게 범죄와 연루될 수 있는지를 흥미롭게 보여준다.6 L의 운동화김숨 지음, 민음사, 1만3000원김숨 작가의 여덟 번째 장편소설. 소설이지만 실제 있었던 이야기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270밀리미터 운동화가 전해주는 의미라는 건 그리 간단치 않으니까, 그 역사의 흔적이 여전히 너무도 생생하다. 그 운동화는 1987년 6월 9일 ‘6.10대회 출정을 위한 연세인 결의대회’ 시위 도중 경찰이 쏜 최루탄에 머리를 맞아 한 달 동안 사경을 헤매다 7월 5일 2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이한열의 운동화이다.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되었고, 결국 민주화의 첫 햇살을 보기 위한 강렬한 몸부림이 되었다. 피격 당시 이한열이 신었던 270밀리미터 흰색 타이거 운동화는 지금 오른쪽 한 짝만 남아 있는 상태다. 시간이 흐르면서 밑창이 100여 조각으로 부서질 만큼 크게 손상되었지만, 2015년 그의 28주기를 맞아 미술품 복원 전문가인 김겸 박사가 3개월 동안 복원하여 현재 이한열기념관에 전시돼 있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한 미술품 복원 이야기가 아니다. 결국, 사람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