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필독서 - 김상욱의 과학공부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을 모르면 무식한 사람이 되고 열역학 제2법... | 필독서,책,신간,김정희,독서

을 모르면 무식한 사람이 되고 ‘열역학 제2법칙’을 알면 오히려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것이 맞는 현실일까? ‘고립계에서 총엔트로피의 변화는 항상 증가하거나 일정하며 절대로 감소하지 않는다’라는 이 법칙은 시간이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이유를 설명해주는 법칙으로, 물리학자가 보기엔 셰익스피어만큼 중요하다. 그런데 왜 셰익스피어는 교양이지만 열역학 제2법칙은 교양이 아닌 걸까?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긴 이후 인공지능과 로봇이 사회적 키워드로 대두하면서 과학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 커진 듯하다. 저자는 이제는 과학을 절실하게 교양으로 받아들여야 할 때가 왔다고 말한다.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 짤막한 과학 칼럼 46편을 펼쳐놓았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일상적인 것을 과학적으로 분석해서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을 제시하는 글, 메르스, 세월호 사건 등 우리 사회의 여러 이슈와 과학을 연결 지은 글, 양자역학 등 다양한 물리학 이슈를 고전•춤•그림 등의 예술, 아름다움이라는 주제를 과학과 철학으로 풀어본 글 등 다양하다. 그리고 유발 하라리의 와 히가시노 게이고의 등 인문학 소재로 과학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텍스트가 참신하게 느껴지고, 이쪽저쪽을 경계 없이 오가는 데에서 자유로움과 박식함이 느껴진다.우리는 왜 과학을 알아야 하는 걸까? 필자는 이 책을 통해 그 이유를 두 가지 정도로 말한다. 먼저 과학은 세상을 좀 더 정확하고 깊게 파악하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왜 밤과 낮이 있는지 설명하려면 지구의 자전을 얘기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말이다. 과학의 이런 역할은 종종 깜짝 놀랄 만한 철학적 가르침까지 주는데, 대표적인 것이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빅뱅에서 비롯되었다는 빅뱅 우주론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 거슬러 올라가면 빅뱅에서 왔다는 것. 스마트폰을 작동시키는 전기는 화력발전소에서 태우는 석탄에서 왔고, 석탄의 에너지는 3억 년 전 땅에 묻힌 엄청난 양의 식물에서 왔다. 그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에너지를 만드는데, 광합성을 하기 위해 필요한 강력한 에너지원은 태양이다. 즉 석탄의 에너지는 태양에너지가 식물 형태로 땅에 묻혀 있는 것. 그럼 태양에너지는 어디서 온 것일까? 태양은 46억 년 전에 태어났는데 수소 원자가 중력에 의해 뭉쳐서 점점 커지다 보면 중심부는 엄청난 압력을 받게 되고 온도도 높아진다. 이때 수소 두 개가 하나로 합쳐지며 헬륨이라는 새로운 원자로 변환되며 이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가 쏟아져 나온다. 그리고 태양을 이루는 수소 원자는 138억 년 전 빅뱅이라는 폭발을 통해 만들어졌다. 실제로 우주를 이루는 물질의 75퍼센트가 수소이며 그 대부분이 빅뱅의 부산물이다. 즉 태양의 에너지원은 빅뱅이고 결국 스마트폰은, 그리고 지금 이 세상을 이루는 모든 것은 빅뱅과 연결된다. 이 과학적 사실은 이 우주에서 지구는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알려준다. 지구가 특별하지 않는데 인간은 어떻겠는가? 인간이 자연 앞에 겸손해야 하는 이유다.우리가 과학을 알아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과학적 태도를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과학적 태도란 어떤 사안에 대해서 다양한 물증을 수집하고 분석해서 결정하는 합리적인 태도다. 2000년대 나노 과학으로 과학계에서 장래가 유망한 얀 헨드릭 쇤이라는 물리학자가 있었다. 그는 불과 2년 동안 와 에 13편의 논문을 발표했는데 그것이 데이터 조작이었음이 밝혀져 논문 전부가 철회되고 박사 학위마저 박탈되었다. 저자는 이 사건을 통해 과학계에 자기 정화 능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고, 아무리 유명한 과학자의 이론이라도 실험 결과가 예측한 것과 다르면 그의 이론이 폐기되는 것이 과학계의 생리라고 말한다. 즉 오로지 열심히 수집한 근거를 통해 결정하기 때문에 근거 하나하나가 다 중요하며, 새롭게 수집된 증거에 의해 이전 판단은 언제든 번복되거나 바뀔 수 있다. 이미 내려진 결정에 반하는 또 다른 증거나 의견을 귀담아듣지 않고 무시해버리는 것이 바로 대표적인 비과학적 태도라 할 수 있다.한때 인문학이 유행이었다. 초보자를 위한 역사와 철학, 예술과 문학 개론서와 강의가 넘쳐났다. 지식 산업에도 유행이 있다면 이제는 교양으로서의 과학이 유행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해본다. 아니, 과학이 유행했으면 좋겠다. 이 세상을 구성하는 원자, 대기, 산소, 수소, 이산화탄소, 달과 태양, 또 다른 별 그리고 빛, 전파, 중력, 광합성 같은 것에 대해 우리가 지금까지 너무 무심하지 않았나 해서다. 어쩌면 이들이 이 세상의 전부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