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문학 신간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왼쪽부터 1 콜 더 미드와이프 제니... | 강유정,책,신간,독서,문학

(왼쪽부터)1 콜 더 미드와이프제니퍼 워스 지음, 고수미 옮김, 북극곰, 1만4900원드라마로 먼저 입소문 난 영국 소설 이다. 소설은 1950년대 런던의 빈민가 이스트 엔드에서 간호사의 길을 선택한 제니로부터 시작된다. 제니는 병원으로 알고 갔지만 사실 그곳은 빈민가의 조산원이었다. 소설은 작가 제니퍼 워스의 말로 시작되는데, 작가의 말 한 줄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 “모든 아이는 사랑과 욕망으로 잉태되고 고통과 괴로움 속에서 태어난다.” 그렇다. 그 고통과 괴로움의 순간을 함께한 조산사의 이야기가 바로 이다. 작가의 말처럼 문학사에 조산사가 등장한 경우는 거의 없다. 의사, 간호사는 있는데 그 고통스러운 현장을 함께한 조산사는 역사 속 어딘가로 쏙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 사라진 인물들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1950년대 영국의 삶을 새롭게 보여주는 소설이다. 무릇 새로운 이야기의 힘은 이런 사각지대의 발견에 있다.2 헤밍웨이 죽이기앨러리 퀸 엮음, 정연주 옮김, 책읽는섬, 1만4500원버트런드 러셀, 윌리엄 포크너, 아서 밀러, 마크 코널리 등 작가 12명의 소설을 읽을 수 있다면 ···. 는 그런 욕심에서 태어난 앤솔로지, 즉 선집이다. 아서 밀러의 미번역 작품인 를 비롯해 총 21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품위 있지만 재미도 있고 짜릿하면서 섹시한 단편들이 실려 있어서, 반드시 마음에 드는 작품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할 만한 단편집이다. 라는 거창한 제목은 이 책에 실린 매킨레이 캔터의 단편소설 제목이기도 하다. 45구경총, 소녀, 아름다운 여인, 변사체와 두꺼운 음성의 고백이 함께하는 1930년대풍 하드보일드 미스터리의 풍미가 그럴듯하다.3 거짓말이다김탁환 지음, 북스피어, 1만3800원때론 너무 놀라운 이야기를 들을 때 “거짓말, 에이 소설 같은 이야기”라고 한다. 그런데 이 소설 속 이야기는 진짜 있었던 일이다. 제목은 ‘거짓말’이다. 실로 참담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세월호 이야기이며, 이미 몇 분은 세상을 떠나고 만 민간 잠수사라는 또 다른 피해자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민간 잠수사, 그들은 우리에게 고유명사로 기억되지 못한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어떤 보통명사나 형용사의 이미지가 있는 것도 아니다. 아이들의 시체를 안고 올라와야 했던, 어둠 속을 헤맸던 그들, 그들을 화자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들이 심해로 내려간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어둡고 깊고 차가운 바닷속에 묻힌 이야기 중 하나를 꺼낸다.4 한 명김숨 지음, 현대문학, 1만3000원‘어느 날’에 대한 이야기이다. ‘세월이 흘러, 생존해 계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단 한 분뿐인 그 어느 날을 시점으로’ 소설이 쓰여졌으니 말이다. 숨이 턱 막힌다. 올해만 해도 15세에 위안부로 연행되어 상해•하얼빈에서 고생을 치른 공점엽 할머니가 고인이 되었고, 김경순 할머니도 세상을 떠났다. 이제 세상에 남아 계신 할머니는 모두 마흔 명. 김숨 작가의 상상이 아주 먼 일이면 좋겠지만, 시간은 흐를 테고 결국 한 분만 남게 될 것이다. 온몸에 역사를 새기고, 그리고 그 고통을 기억하고 계신 할머니 한 분에게 김숨 작가는 온 힘을 다해 목소리를 주고 말을 건넨다. 아직도 끝나지 않았음을 절절히 확인케 하는 김숨 특유의 섬세함이 묻어나는 소설이다.5 화이트 나이트오사 라르손 지음, 이수영 옮김, 아르테, 1만5000원북유럽 스릴러를 즐긴다면 놓치기 아까운 소설이다. 소설, 영화, 드라마로 북유럽 스릴러의 차세대 작가로 인증받은 오사 라르손의 새로운 소설이다. 화제가 된 그녀의 또 다른 작품 처럼 변호사 레베카가 등장한다. 백야의 밤, 살해당한 여성 목사가 십자가에 매달린 채 발견되고 레베카가 사건에 뛰어든다. 깊은 밤까지 어둠이 내리지 않는 스웨덴의 백야는 소설의 분위기를 한층 돋워준다. 일지처럼 건조하게 진행되는 목차는 북유럽 스릴러의 장점이 냉담함과 잔혹함 그리고 객관적 거리 감각에 있음을 다시 깨닫게 한다. 북유럽 스릴러답게 지역 갈등, 교회 개혁 등 복잡다단한 문제들의 융합을 보여준다.6 히카루의 달걀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오푸스 프레스, 1만3000원소박하고 담백하게 읽을 수 있는 일본 소설이다. 달걀밥 전문점 ‘히카루의 달걀’을 배경으로 소소한 삶의 기쁨과 의미를 찾아갈 수 있다. 히카루의 달걀이 자리 잡은 호토하라 마을은 평균 연령이 65세인 벽촌이다. 양계장을 운영하는 젊은이 무라타 지로는 달걀밥 전문점 ‘히카루의 달걀’을 통해 마을 전체를 명소로 만들고 싶어 한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이 호응할 리 없다. 장사가 될 리도 없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삶은 지속된다. “살 수 있는 건 지금 이 순간뿐이야. 그러니 순간순간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그 마음이 계속 이어지도록 하면 돼. 그게 행복한 인생을 사는 방법이야.” 맞지만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