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치, 서부전선 이상무!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아파치 가디언이 드디어 대한민국 육군에 배치됐다. | military arts,아파치,밀리터리,아파치가디언,롱보레이더

대한민국 육군이 아파치의 도입을 기다려온 시간이 20년이다. 전쟁통에 잃어버린 이산가족을 찾는 것도 아닌데 참 오래 기다렸다. 우리가 대형 공격 헬기 사업(AH-X)을 통해 아파치 도입을 시작한 이후 우여곡절 끝에 얻은 결실이다.그동안 북한의 도발과 비대칭 무기의 등장으로 군의 우선순위가 바뀌기도 하고 IMF와 세계 금융 위기에 는 국방부가 허리띠를 졸라매기도 했다. 그렇게 무수한 방해 요인을 넘어 ‘육군’이라는 투박한 폰 트로 글자를 새겨 넣은 아파치를 드디어 가질 수 있게 됐다.아파치는 1970년대에 모습을 드러낸 후 서방권 공격 헬기의 대명사이자 정점을 지켜온 절대적 존재이다. 이미 대규모 기갑 집단에 대한 파괴적 공격 능력을 전쟁터에서 완벽하게 보여줬다.최대 16발을 탑재하는 헬파이어 미사일 (AGM-114)과 70밀리미터 로켓 포드, 1200발 규모의 30밀리미터 기관포가 아파치의 대표적인 무기다. 그래서 아파치 앞에서 전차나 장갑차, 레이더와 대공미사일 같은 지상 목표물은 한없이 약한 존재로 보인다.그뿐인가. 아파치는 방어력도 뛰어나다. 소련군의 23밀리미터 대공포에 직격으로 맞아도 기지로 복귀가 가능한 수준이니 적군의 전투 의지를 상실시킬 만하다.미국의 파나마 침공(1989)을 시작으로 걸프전과 아프가니스탄전, 이라크전, 리비아 공습 (2011)에 이르기까지 미국과 동맹국이 참여하는 전쟁에 아파치가 꾸준히 출석 도장을 찍었다.최근에는 정규전뿐 아니라 비정규전에서도 가치를 인정받으며 현대전에서 필수적인 무기로 평가받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 군에도 꼭 필요한 무기라는 소리다.사실 20년 전에 우리군이 가지고자 했던 아파치(A H-64)와 지금 우리의 아파치는 같은 것이 아니다. 발전하는 적군의 방어력과 아군의 요구 수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좀 더 강하고 빠르면 서도 더 멀리 볼 수 있도록 한 구성이다. 이런 시대적 요구에 끊임없이 진화해온 것이 이번에 우리가 도입하는 아파치 가디언(AH-64E)이다.아파치 가디언은 그 시야와 두뇌가 2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롱보 레이더는 메인 로터 위에 버섯처럼 달린 전자 장비다. 이것은 10~15킬로미터 주변에 있는 적을 탐지해 추적하고 사격을 통제한다. 안개와 비, 어둠 속에서 1000개 이상의 지상 목표물을 피아 식별할 수 있고(전파를 발사해 적군과 아군을 구별함) 그중에서 128개 목표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다.30초 안에 공격할 우선 목표를 16개로 지정하고 사수가 즉시 공격하는 것도 가능하다. 사거리가 8킬로미터에 이르는 헬파이어(AGM-114) 대전차 미사일은 발사 후 스스로 목표물을 추적하는 구성이라 적군에게는 대단히 치명적이다.아파치를 상대하는 전차병 입장에서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14킬로미터 너머에 있는 작은 산봉우리 사이로 버섯 모양의 롱보 레이더가 잠깐 올라갔다가 내려간다. 잠시 후 아파치 두 대가 몇 초간 제자리에서 비행하는 것을 보았을 뿐인데 적군의 기갑 대대가 순식간에 전멸한다.물론 어떤 반격도 불가능하다. 대공 무기의 사거리 밖이고, 미사일 발사와 함께 아파치가 바로 산그늘로 몸을 숨기기 때문이다. 이것이 롱보 레이더가 장착된 아파치 가디언의 일반적 전투 모습이다.아파치 가디언은 롱보 레이더 외에도 새롭게 개량된 부분이 많다. 특히 조종사의 눈이 밝아졌다. 조종사의 헬멧과 연동된 타키팅과 무장을 조작하는 장비가 업그레이드되면서 주·야간 시야가 두 배 이상 넓어졌다.더불어 안전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내구성이 강한 변속기를 사용하고 회전날개도 유지·보수가 편한 신형으로 교체했다. 전자·통신 장비는 20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다. 헬기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엔진도 새롭게 교체(T700-GE-701D)하면서 기존보다 출력이 약 25%나 높아졌다.다만 국내 도입 기종에는 제외된 아쉬운 기술도 있다. 무인 항공기(UAV)와 네트워크를 이루고 개별적으로 조종까지 할 수 있는 성능은 아쉽게도 우리 아파치 가디언에서 빠졌다. 위성통신 장비도 같은 맥락. 이 두 가지 기능은 국내 기술로 그에 준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거나 나중에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아파치 가디언의 도입으로 우리 군의 전술적 운영에 많은 변화가 예견된다. 가디언이 2018년까지 경기도 모처의 군사 기지에 모두 배치되면 육군에게는 천군만마가 따로 없다.중부 전선에서 60년간 이어진 남북의 기갑 전력 대립에서 남쪽이 우위에 서게 된다. 북한의 재래식 전력과 비교하자면 마치 조기 축구팀이 K리그 팀과 대결하는 구도랄까? 2개 대대분의 아파치 가디언은 사실상 북한에 2개 전차 사단을 깔끔하게 파괴하는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실제로 전면전 상황에서 철원평야를 넘어 진격할 북 한의 주력을 분쇄하는 역할에 아파치 가디언이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우리 반격의 핵심인 기계화 보병 사단은 온전하게 전력을 유지하고 반격 기회를 가지게 된 셈이다.비정규전 상황에서의 역할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아파치 가디언 도입 후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이 서북 도서 지역에서의 활용이다. 공기부양정을 활용한 기습 도발은 원래 미군의 아파치가 담당했다. 그러던 것이 전시 작전권 이양에 따라 우리 군이 담당하게 되면서 공백이 생겼고 현재는 이를 코브라 공격 헬기로 막고 있다.하지만 아파치 가디언이 전력화되면서 서북 도서 지역에 대한 도발에서도 아파치의 역할이 분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역시 롱보 레이더다. 정밀 레이더를 탑재한 아파치 가디언이 넓은 해상에서 수많은 표적을 탐지해 작전을 원활하게 도울 수 있다.물론 국내에 도입된 아파치 가디언 중 단 6대만 롱보 레이더를 달고 있다. 이 중 일부가 서북 도서 지역으로 빠진다면 육상에서의 공백은 불가피하다. 롱보 레이더의 부족은 이미 많은 전문 가가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문제다. 롱보 레이더의 추가 도입이나 기존 기체에 계수 작업을 통해 롱보 레이더를 탑재한 아파치 가디언의 추가 확보가 절실하다.갈수록 특수전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아파치 가디언은 육군 특수전 병력의 종심 타 격 작전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다.현재 특수전 병력을 태우고 적진에 들어가는 헬리콥터(CH-47, UH-60, 수리온)의 엄호는 코브라가 담당한다. 앞으로는 이 임무가 아파치 가디언에 부여된다. 특히 아파치 가디언의 뛰어난 시야와 작전 능력은 특수전의 성공률을 높이는 데에도 크게 공헌할 것이다.병력 수송 헬리콥터에 앞서 장애물을 제거하고 착륙 지점 확보와 증원 병력 차단 등 공군의 근접 지원을 아파치가 시원하게 해결해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그토록 원했던 일이다. 단 36대, 2개 대대분의 아파치 가디언 도입이지만 그 파급력이 적지 않다.물론 부정적인 면도 있다. 아파치 가디언의 도입으로 K-2 흑표전차의 도입 수량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치 가디언의 역량이 큰 만큼 K-2 전차의 기대치가 줄어드는 것이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다.아파치 가디언의 추가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당장은 불가능하다. 수량 측면에서 기존의 코브라 헬기를 1 대 1로 대체하지 못하는 것이 이유다.그러나 우리가 비교적 싸게 샀다고 하지만 아파치 가디언은 대단히 비싼 장비다. 그래서 수를 무작정 늘리는 것에도 분명 한계가 있다.아파치의 도입은 육군의 천무(다연장 로켓) 대량 배치에서도 의구심이 들게 한다. 북한의 기갑 전력에 대한 대응 임무가 주어진다면 사단급에 배치될 천무의 역할은 장사정 대포병전 정도로 축소되기 때문이다. 아파치 가디언의 도입이 비슷한 역할을 담당하는 기존 무기 체계의 효용성까지도 흔드는 것이다.어쨌든 우리는 꿈에 그리던 아파치를 드디어 수중에 넣었다. 그러니 이제 잘 쓸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