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의 즐거움이 멸종되는 세상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운전이라는 행위에서 재미를 찾는 사람들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친환경이라는 화두가 그들의 목을 죈다. 우리는 왜 운전하는 즐거움을 점점 포기하게 될까? | 자동차,자율주행자동차,애플카,구글카,친환경자동차

최신 자동차 기술이 무섭게 발전하고 있다. 그래서 좋은 점도 많지만, 한편으론 피할 수 없는 부작용도 발생한다. 기술이 자동차업계라는 뿌리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것이다. 2016년 현재 자동차 업계의 화두는 자율 주행 자동차다. 당장 길거리 의 모든 운전자가 자율 주행 혜택을 누리는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운전하는 차에 대한 개념이 그 어느 때보다 구체적이다. 불과 몇 년 전엔 친환경 이 업계의 화두였다. 짧은 시간 안에 흐름이 완전히 변했다는 소리다.지난 100여 년간 자동차업계의 흐름은 크게 몇 가지 주제를 따라 움직였다. 처음엔 자동차를 만들어냈고 이후 대규모 생산을 이뤄냈다. 자동차가 산업의 큰 축을 담당하면서 다양한 기술이 접목되기 시작했다. 안전 문제가 조명을 받을 땐 모두가 안전한 차를 만드는 데 에너지도 쏟았다. 그 즈음 자신감이 넘치는 자동차 회사들끼리 무제한 출력 경쟁을 펼치기도 했다. 물론 풍족한 시대는 잠시였다. 세계경제 위기와 맞물려 시장이 축소되면서 연료 효율성을 강조한 대체 연료 자동차가 주목을 끌었다.1990년대 말부터는 환경 규제의 제한이 많아지면서 친환경이란 주제가 중심으로 떠올랐다. 엔진 다운사이징과 클린 디젤, 하이브리드가 트렌드가 된 것이다. 그리고 이제 자율 주행 자동차가 주목을 받는다. 그런데 왜 갑자기 자율 주행 자동차일까? 지난 20여 년간 자동차업계가 주목했던 대체 에너지 자동차의 상용화를 이루지 못한 상황에서 또 다른 이슈를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제도의 문제이고, 두 번 째는 자동차 회사의 위기의식 때문이다.사실 어느 쪽이든 비슷한 맥락에 속한다. 이 부분에선 애플이나 테슬라의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IT 강자인 애플과 구글, 전기차 사업을 이끄는 테슬라가 자동차업계에 침투한 것이 원인이다. 2000년대 애플이 아이폰을 만들어 휴대전화 시장을 완전히 바꿔놓은 것처럼 이제는 전기 모터와 배터리, 프로그램만으로 자동차를 만들어버리는 새로운 제조 개념이 등장했다. 이런 움직임은 역사와 전통이 있는 자동차 브랜드에 특히 위협적이다.많은 자동차 회사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기술을 발전시키는 이유도 사실은 위기의식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생긴 다양한 파편이 우리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현재 우리가 ‘프리미엄’이라고 가치를 정하는 첨단 기술들이 그것이다. 이런 급진적인 기술의 발전에는 부작용이 있다. 모두가 원하지 않아도 바뀌는 무언가가 생긴다. 대표적인 것이 ‘운전의 즐거움’이 줄어드는 현상이다.우리는 차를 운전하는 즐거움이 줄어드는 세상에 살고 있다. 페라리나 포르쉐처럼 거창한 무리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당장 1.6리터 엔진을 단 소형차가 여기에 해당된다. 엔진이 적당히 투덜대면서 달리고, 손으로 직접 변속을 조정하는 그런 차를 이제는 보기가 쉽지 않다. 최신의 엔진은 각종 정밀 제어 기구의 도움으로 이전보다 효율적인 능력을 발휘한다. 자동변속기는 인간이 손으로 변속하는 것보다(심지어 레이서의 조작보다) 반응이 빠르고 효율성도 좋다. 제조업의 발전으로 원가 측면에서도 최신 기술이 우위에 선다. 그렇게 툴툴거리는 엔진과 수동 변속기는 점점 자취를 감춘다. 그 자리에 전기모터와 배터리가 합세한 차가 속속 등장한다. 이런 변화는 비단 대중차 브랜드만의 흐름이 아니다. 고성능을 추구하는 스포츠카 시장에서도 부정할 수 없다.역사와 기술의 노하우가 있는 정통 스포츠카들도 수동 변속기를 버리고 효율성이 좋은 자동변속기로 시선을 돌리는 추세다. 일부 하이퍼카(슈퍼카보다 더 강한 차) 는 이미 모터와 배터리를 얹고선 하이브리드로 노선을 변경했다. 물론 이들은 운전의 재미를 추구하는 과정에 최첨단 기술을 더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것이 사실이라 해도 앞으로 등장할 모든 자동차가 비슷한 성향일 것이라고 보장할 수는 없다. 자동차를 만드는 것에는 많은 제한이 따른다. 양방향으로 뛰어가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없는 것처럼 상극되는 요소를 모두 만족시키기는 어렵다. 그런 관점에서 친환경은 운전의 재미 요소를 반감시키는 원인이 된다.토요타 프리우스처럼 친환경적인 자동차가 많아질수록 운전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이들은 점점 줄어간 다. 사실 친환경 정책만 탓하기도 어렵다. 우리의 건강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환경 오염을 줄이기 위한 규제니까. 어쩌면 자율 주행 자동차 같은 첨단 기술이 미래에 운전의 재미를 위협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최근 한국에 등장한 메르세데스-벤츠 E 클래 스의 경우 최대 1분까지 자율 주행 모드를 실행할 수 있다. 버튼만 누르면 언제 어디서든 자동차가 주변 환경을 인식하며 스스로 달린다. 아직은 운전 권리에 영향을 미치기보다 편의성에 도움을 주는 유용한 기능이다. 하지만 이 기술이 좀 더 발전했다고 치고, 그에 맞는 규제가 등장했다고 가정할 때는 어떨까?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예컨대 ‘접촉 사고가 많은 시내에서 모든 자동차가 무조건 자율 주행을 해야 한다’는 법이 생겼다고 상상 해보자. 그럼 우리는 운전할 권리는 빼앗기는 꼴 이 된다. 영화 의 한 장면처럼 먼 미래 엔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를 운전자가 직접 운전하는 것이 불법일 수도 있다. 물론 이런 주장은 당장 걱정할 필요가 없는 먼 미래의 이야기이긴 하다.반대로 친환경과 첨단 기술이 운전의 재미 측면에서 희망적이라는 증거도 있다. BMW i8의 경우가 전자에 속한다. 이 차는 앞바퀴를 전기모터가, 뒷 바퀴는 내연기관으로 굴린다. 기본적으로 멋진 스포츠카의 모습이지만 실제로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기술로 만든 고효율 자동차다. 대단히 실험적인 구성이다. 이전에는 없었던 전혀 다른 두 동력원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호흡을 맞춘다. 상당히 이질적인 구성임에도 차의 움직임은 완벽하다고 느낄 만큼 자연스럽다. 게다가 운전이 재밌다. 가속이 짜릿하고 코너링은 정교하다. 우려했던 요소들의 조합이 오히려 전통 스포츠카의 본질에 닿아 있다. 아주 일부지만 최근엔 자율 주행 자동차도 짜릿한 달리기 성능을 실현할 만큼 발전했다.아우디가 연구 중인 RS7 자율 주행 차가 좋은 예다. 이 차는 560마력을 발휘하는 엔진을 장착한 슈퍼 세단을 바탕으로 운전자 없이도 전속력으로 서킷을 달릴 수 있다. 아마추어 레이서가 울고 갈 달리기 실력이다. 원리는 이렇다. 정밀 GPS가 코스 데이터를 측정하고 컴퓨터가 각 구간의 형태와 고저 차를 계산해 서킷을 하나의 공간으로 인식한다. 그러면 자동차 스스로 최적의 주행 라인을 계산하고, 경로에서 최대 5센티미터를 벗어나지 않는 수준으로 달린다. RS7 자율 주행 차는 단 세 바퀴 만에 시스템 한계치의 95퍼센트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일반적인 운전자라면 엄두도 못 낼 만큼 빠른 적응력이다.이런 첨단 기 술과 개발자들의 의지로 미뤄볼 때 자동차 회사가 운전의 재미를 추구하는 차를 완전히 멸 종시키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오히려 그들은 어떤 방법으로든 재미 요소를 살려 낼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앞으로 운전의 재미는 기술보다는 규제의 문제로 박탈당할 가능성이 크다.이미 12기통과 고회전 가솔린 엔진 같은 많은 요소가 각종 환경 규제에 떠밀려 멸종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의외로 답은 간단하다. 현재의 기술을 최대한 즐기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랬듯 자동차업계의 변화를 소비자가 거스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냥 주머니가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가능한 모든 운전 재미 요소를 누려야 한다. 미래는 지금보다 더 많은 가능성을 우리에게 허락할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이 있다. 우리가 지금 누리는 많은 것을 두고 가장 찬란했던 순간을 꼽으라면 언제나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