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달리는 클래식 로드스터 R 나인 T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헤리티지의 재해석 BMW R 나인 T를 타고 새벽보다 빨리 달렸다. | 모터사이클,투어,BMW,R나인T,두물머리

새벽 4시 반, 바이크에 시동을 걸고 어두컴컴한 골목을 빠져나온다. 아직까지 하늘은 어둡고 도로에 차도, 인적도 드물다. 내가 이 밤의 마지막 손님인지, 아침을 맞이하는 첫 손님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어쨌든 새벽의 공기는 누구에게나 특별하다. 다소 축축한 느낌이지만 기분 나쁘지 않다. 오히려 두근거리는 설렘이 있다.새벽 4시 반은 절대 이르지 않다. 라이딩을 시작하기에 딱 좋은 타이밍이다. 한여름에 쾌적하게 라이딩을 즐기려면 동트기 전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그래서 새벽을 가른다. 코스는 동쪽으로 잡는 게 좋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라이딩을 시작해서 해가 뜨는 것을 보고, 해를 등지고 돌아오는 계획이다. 뜨거운 태양을 피하기 위한 라이더의 노하우랄까?서울 강남을 기준으로 동쪽에서 서쪽으로, 해를 보고 돌아올 수 있는 정도라면 경기도 가평 정도가 딱 적당하다. 장거리 모터사이클 투어에는 투어에 적합한 바이크가 필요하다. 바람을 잘 막아주고, 장거리 라이딩의 피로를 줄여줄 파트너 말이다. 반면 새벽 투어처럼 가볍게 라이딩을 즐길 때는 바람을 더 맞으면서 달리는 게 즐겁다. 그런 이유로 클래식 로드스터 BMW R 나인T(R nineT)가 어울린다. 이 멋들어진 클래식 바이크는 어떤 상황에서든 기분 좋게 달리도록 도와준다. 라이더의 좌우 무릎 아래로 복서 엔진이 툭 튀어나온 것이 특징이다. 실린더가 좌우로 움직이며 ‘쿵쾅’거린다. 엔진을 빠르게 회전시킬 때 느껴지는 특유의 감각은 흥분을 자아낸다.110마력의 화끈한 출력을 발휘하지만 절대 빨리 달리 필요가 없다. 느긋하게 바람을 즐길 때 더 즐거우니까. 아침 5시 30분, 일출을 가장 멋지게 바라보기 위해 선택한 첫 경유지는 양평두물머리다. 두물머리는 본디 포구였다. 1970년대 이전에는 서울로 들어가면서 하루를 머무는 쉼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이곳에 아침이 찾아오는 속도는 총알만큼이나 빠르다. 잔잔한 강 위로 물안개가 사라질 즈음 하늘이 갑자기 분홍색으로 변하며 저 멀리서 태양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 광경은 멋지지만, 동시에 즉시 떠나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더 지체하면 해가 가장 높을 때 땀을 뻘뻘 흘리며 모터사이클을 타야 하니까.최종 목적지는 경기도 가평의 로코갤러리로 잡았다. 두물머리에서 북한강로와 호반로를 따라 약 43킬로미터를 달리면 도착하는 곳이다. 가평 드라이브 코스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유명한 장소. 자동차든 모터사이클이든, 동호회 모임이든 연인과 함께든 로코갤러리에 들러 한숨 돌리고 돌아간다. 로코갤러리에 가려면 가평 호반로에서 가는 길도 있고, 청평면 상청역에서 진입할 수도 있다. 어떤 쪽으로 가든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를 만날 수 있다(이렇게 표현하는 정확한 근원은 모르지만, 로코갤러리로 가는 길 중간에 누군가가 만든 표지판에 이렇게 적혀 있다).굽이치는 산길을 기분 좋게 달린다. 안개를 뚫고 정상에 다다르면 분위기 좋은 카페가 등장한다. 아침 7시 반, 로코갤러리 카페가 채 문을 열기도 전에 이미 손님들이 자리를 잡는다. 카페가 문을 여는 시간도, 메뉴도 잘 모르지만 많은 사람이 이곳을 목적지로 정한다. 근처 식당에서 가볍게 아침을 먹고 커피를 마시면 9시 반이다. 집에서 출발한 지 5시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이른 아침이다. 여운을 뒤로하고 이제는 부지런히 돌아가야 한다. 한낮의 기온이 37도까지 올라가기에 11시가 되기 전에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렇게 해를 등지고 다시 집으로 달린다. 돌아오는 길. 반대편 차선으로 이제 막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을 스쳐 지난다. 그 모습을 보는 게 왠지 보람차다. 이래서 새벽 라이딩이 좋다.>> 헤리티지의 재해석, BMW R 나인TR 나인T는 BMW가 1923년 선보인 최초의 모터사이클(R32)을 기념하며 만든 모터사이클이다. 다시 말해 최신 모터사이클 기술을 헤리티지의 재해석 수단으로 사용한 것이다. 한마디로 스타일은 끝내주고 성능은 짜릿하다. 겉보기엔 클래식 바이크 모양새지만 각 부품의 디테일은 대단히 세련됐다. 엔진은 1170cc 공랭식 트윈 복서 타입. 최고 출력은 110마력(12.1kg·m)으로 정지에서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단 3.6초, 시속 200킬로미터로 달릴 수 있게 돕는다. 마치 복서가 좌우로 펀치를 때리 듯 실린더가 요동치는 감각이 재밌다. 박력 있는 배기음도 매력적이다. 229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