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는 어떻게 모두의 예상을 뒤집고 2016 시즌에 성공했나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10위 꼴등 2016 프로야구 시즌이 시... | ESQUIRE,에스콰이어

10위. 꼴등. 2016 프로야구 시즌이 시작되기 전 언론과 전문가가 예측했던 넥센 히어로즈의 2016년 성적이다. “미안하지만 넥센 히어로즈는 선수들이 많이 빠져나가서 빼고 싶다. 그 외에는 다 가능한 것 같다.” 2016년 3월 28일 열린 ‘2016 타이어뱅크 프로야구 미디어데이&팬페스트’에서 포스트시즌 진출 팀 예상 질문을 받은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의 말이다. 넥센 히어로즈는 이런 말까지 들었다.3위. 포스트시즌 진출 확정권. 넥센 히어로즈의 2016년 9월 12일 현재 순위다. 4위 SK 와이번스와는 7.5게임 차. 극단적인 연패 등의 상황이 생기지 않는 한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 예상 10위와 결과 3위의 격차는 어디서 왔을까. 넥센 히어로즈의 부진에 대한 예측엔 근거가 있었다. 주전 선수들이 대거 이탈했다. 박병호와 유한준과 손승락과 벤 헤켄이 팀을 떠났다. 한현희와 조상우는 부상 후 재활에 들어갔다. 공격으로 치면 미리 팀을 떠난 강정호까지 합해 연간 100홈런 정도가 빠져나갔다. 1선발과 주전 마무리도, 팀에서 큰 역할을 해줘야 하는 신인 투수진도 사라졌다. 숫자로만 봤을 때 넥센 히어로즈를 약체로 예상하는 게 딱히 틀린 건 아니었다.144. 한국 프로야구의 한 시즌 경기 수다. 프로야구는 장기전이다. 로테이션에 따라 움직이는 투수를 제외하면 야구 선수는 여느 구기 종목과는 다른 종류의 지속성이 필요하다. 직장인처럼 일주일에 6경기를 뛰며 반년을 보내야 한 시즌의 결과가 나온다. 그 장기적인 테이블 위에서의 추이를 보면 넥슨 히어로즈의 성공은 일회성도 우발성도 아니다.팀 케미스트리(결합력). 악재 속에서 시즌을 맞은 넥센 히어로즈 염경엽 감독의 2016 시즌의 키워드다. 그는 3월 24일 시범 경기에 앞서 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올해는 팀 케미스트리가 중요한 시즌이다. 그에 따라 우리 성적이 달라질 것이다.” 맞다. 하지만 너무 당연한 말이다. 문제는 그 케미스트리를 어떻게 만드느냐다. 케미스트리라 부르는 모호한 무엇인가의 실체를 보고 싶어서 넥센 히어로즈에게 내부 취재를 신청했다. 그들의 팀 케미스트리를 보려면 선수를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프로스포츠의 선수단 뒤에는 감독으로 대표되는 코칭스태프가 있다. 선수와 코칭스태프 뒤에는 프런트라 부르는 구단 운영 팀도 있다. 이들이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수치상 성적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인다면 이론적으로는 팀이 예상외의 성적을 거둘 수 있다.5+3+1+1명. 이번에 넥센 히어로즈의 내부 취재를 진행하며 총 10명의 내 외부인을 만났다. 5는 선수다. 마무리 투수 김세현, 내야수 김하성, 중간 계투 마정길, 선발 투수 신재영, 외야수 대니 돈을 만나 각자의 관점에서 본 이번 시즌의 성공 비결을 물었다. 선수의 퍼포먼스를 극대화시키는 코칭스태프의 이야기도 들어야 했다. 특히 수치로 표현되는 예상 성적을 반등시킨 넥슨 히어로즈의 저력은 어느 정도 코칭스태프에 기대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수석 코치 이강철, 투수 코치 손혁, 3루 주루 코치 정수성을 만났다. 전력분석팀장 김동우를 만난 이유는 훌륭한 팀과 코칭스태프를 꾸린 야구 전문 기업 넥센 히어로즈의 일면도 알아보아야 좀 더 입체적인 그림이 그려질 것 같아서였다. 마지막으로 내부 시각으로는 한계가 있을 객관적 평가를 들어보고 싶어 넥센 히어로즈를 출입하는 오센의 고유라 기자를 만났다. 한 명 한 명 만날 때마다 넥센 히어로즈라는 흥미로운 퍼즐이 조금씩 맞춰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포스트시즌 진출. 외부인의 예상과는 달리 선수들은 넥센 히어로즈에서 첫 시즌을 맞은 대니 돈을 제외하면 모두 포스트시즌 진출을 예상했다고 했다. 올 시즌 세이브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는 김세현은 “상위권이라고 생각했는데”라고, 14승으로 신인왕이 확정적인 신재영도 “무조건 가을 야구 가는 거”라고 말했다. 넥센 히어로즈의 빠른 야구를 주도하는 김하성도 “처음부터 5위 안에는 들 거라고 무조건 예상하고 있었어요”라고 말했다.자신감. 이들에게 예상 순위에 대한 답을 들었을 때 공통적으로 받은 느낌이었다. 신재영, 김세현, 김하성은 모두 젊은 선수다. 이 중 가장 나이가 많은 김세현도 1987년생으로 한국 나이로 서른에 불과하다. 실제로 마주한 이 선수들은 모두 각자의 확실한 기운을 가지고 있었다. 이기는 팀의 기운이라는 말은 수맥처럼 부정확한 게 사실이지만 지금의 넥센 히어로즈에게서는 그게 느껴졌다. 하지만 넥센 히어로즈 선수들이 단순히 젊기 때문에 무모한 자신감을 가지는 건 아니었다.준비. 넥센 히어로즈는 꾸준히 팀 컬러를 바꿀 준비를 해왔다. “감독님은 2년 전부터 미리 준비하셨다고 하더라고요.” 3루 주루 코치 정수성이 훈련하는 선수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난 9월 2일 금요일 SK전을 앞둔 고척 스카이돔에서였다. “어차피 선수가 나가는 건 기정사실이었으니까요. 제가 작년에 외야와 1루 주루 코치를 했지만 유한준 선수나 박병호 선수가 나간다는 전제는 당연히 하고 있었죠. 감독님이 올 시즌에 가고자 하는 방향은 결국엔 주루였어요. 방향 전체를 100으로 놨을 때 한 70은 주루에 비중을 두지 않았나, 이렇게 생각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3년. “한 3년 전부터 넥센 히어로즈는 신인 지명에서 야수를 뽑기 시작했어요. 특이한 일이에요. 보통 투수가 더 귀한 자원이기 때문에 신인 지명에서는 투수를 뽑거든요.” 9월 7일 LG와의 잠실 경기가 끝나고 밤에 만난 고유라 기자가 말했다. 이 말은 굉장히 의미심장하다. 신인 발굴은 구단의 스카우팅팀이 담당한다. 즉 신인 지명에서 야수를 뽑았다는 것은 모든 팀이 하나의 문제에 기민하게 대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의 문제란 전력 누수, 목표는 팀의 상위권 유지다.적응력. 넥센 히어로즈는 자신이 마주하게 될 상황을 이미 알고 있었다. 넥센 히어로즈는 야구 전문 기업 서울히어로즈가 운영한다. 모기업의 풍족한 후원을 받는 다른 프로야구 구단과는 다르다. 프로스포츠 팀의 숙명인 성적과 매출이라는 두 가지 요건을 모두 만족시켜야 함에도 예산이 빠듯한 건 넥센 히어로즈에게 상수였다. 강정호와 박병호와 유한준은 어차피 붙들고 있을 수 없는 예비 고액 연봉자였다. 확실시되는 전력 누수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넥센 히어로즈는 팀 컬러를 바꿨다. 홈런 타자가 나가니까 빠른 발로 승부하는 야구로.이사. 넥센 히어로즈에게 바뀐 건 주축 선수의 이탈만이 아니었다. 올 시즌 홈구장까지 바뀌었다. 넥센 히어로즈는 올 시즌 목동야구장에서 고척동의 서울스카이돔으로 홈구장을 이전했다. 넥센 히어로즈의 팀 컬러 변화는 바뀐 홈 구장과 더 잘 맞았다. 서울스카이돔은 목동야구장보다 크다. 목동야구장의 펜스 거리가 중간 118미터, 좌우 98미터인 데 비해 서울스카이돔의 펜스 거리는 중간 122미터, 좌우 99미터다. 펜스 높이도 서울스카이돔은 4미터로 목동야구장에 비해 2미터나 높다. 넥센 히어로즈는 몇 년 전에 비해 홈런 100개를 잃었다고 표현했지만 구장 크기를 놓고 비교하면 홈런 타자가 있던 시절의 멤버 그대로여도 X개의 홈런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대비. “여기서의 긴 플라이가 목동에서는 다 넘어가는 타구거든요. 삼성은 구장 운이 안 좋은 것 같은데 우리는 구장을 되게 잘 받은 것 같아요. 우리도 홈런이 덜 나오긴 하지만 이득 본 게 많아요. 우리 팀 컬러로는 잘된 구장이죠. 따져 보면. 염경엽 감독님은 구장이 바뀌면서 홈런이 적게 나오는 것과 홈런 타자가 나가는 것을 다 대비한 것 같아요.” 환경에 맞춰서 팀 컬러를 바꾼 것에 대한 이강철 수석 코치의 말이다.위닝 멘탈리티. 팀 컬러를 바꾸는 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프런트와 코칭스태프가 계획을 잘 짜고 선수들도 잘해줘야 한다. 1990년대 해태 타이거즈 왕조의 일원이었던 이강철은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누가 빠져도 강하다, 이게 제일 큰 것 같아요. 넥센 히어로즈에 박병호 빠지고 다 빠졌잖아요. 1995년에 선동렬이 일본 갔을 때도 ‘해태 맛 간다’ 같은 반응이 있었어요. 그런데 내부적으로는 스태프에 상관없이 우리끼리 뭉쳤어요. “우리가 그 사람 하나 때문에 우승한 거 아니다. 우리는 그런 자부심을 갖고 운동해야 한다. 그 사람이 아니라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해야 한다.” 이런 게 무척 큰 동기부여가 됐죠. 지금의 넥센 히어로즈는 ‘어느 누가 빠져도 우리는 똑같이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있는 것 같아요.” 이겨본 팀 특유의 관성이 확실히 있다. 이겨왔다는 사실 자체가 승리를 유지하는 관성이자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멋진 이야기다.동기부여. 사람은 100퍼센트 선하지도, 100퍼센트 악하지도 않다. 이강철은 “방금 하신 말씀이 강팀의 멘탈리티인가요?”라는 질문에 냉정한 답을 들려 주었다. “누가 이적하면요, 안 될 것 같아도 다 나와요. 여기서 상위 지명을 받아서 온 애들은 어느 정도 레벨이 있어요. 그런데 주전이 잡혀 있으면 시합에 못 나오죠. 시합에 계속 나가야 자기 게 나오는데. 그래서 프로는 먼저 자리를 차지한 사람이 엄청 어드밴티지를 받고 가는 거예요. 어드밴티지가 있으니까 주전 선수를 잘 못 바꾸고요. 그래서 주전이 빠지면 몇 년 고생하는 팀들이 있었죠. 해태도 SK도 삼성도. 투자해서 사람을 데려오면 몰라도 육성은 안 되잖아요. 그런데 넥센 히어로즈는 달라요. 빠지면 빠지는 대로 준비된 선수들이 올라와요. 기회가 되니까. 자리 하나 빠지면 그거 하나 들어가려고 몇 명이 달려드는데, 그때 누가 한번 (기회를)잡겠죠. 그런 애들이 살아남는 거죠. 그게 넥센 히어로즈의 장점인 것 같네요.”발상의 전환. 넥센 히어로즈는 약점이라 여겨졌던 주축 멤버의 부재를 차기 에이스 공채 같은 기회로 돌렸다. 양날의 칼 같은 넥센 히어로즈의 젊음 역시 넥센 히어로즈에게는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젊음의 에너지는 조직에 긍정적이지만 경험 부족 역시 팀에게는 부정적이다. 다만 위기에 대비하는 코칭스태프가 젊음을 잘 다독인다면 젊은 선수들의 원심력이 팀의 성공이라는 구심점으로 모일 수 있다. 넥센 히어로즈의 코칭스태프는 야생마 같은 젊은 선수들을 팀의 성공으로 모으고 있는 것이었다. 이것도 맞되 너무 뻔한 답이다. 이 뻔한 답이 어떻게 채워졌을까?공부. 넥센 히어로즈의 코칭스태프는 공부를 많이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넥센 히어로즈 코치들은 모두 노트를 하나씩 갖고 다녀요. 요즘 야구 코칭스태프가 공부를 많이 하는 건 사실이에요. 그 ‘공부하는 코치’의 선두 주자가 넥센 히어로즈예요.” 고유라 기자의 말이다. 공부하는 넥센 히어로즈 코치진을 대표하는 인물은 배터리 코치 박철영과 투수 코치 손혁이다. 박철영 코치는 선수 시절부터 영어와 일본어를 공부해 지금은 두 언어를 모두 유창하게 구사한다. 손혁 코치는 책까지 쓴 투수 이론가이자 한국에서 찾기 힘든 투수 인스트럭터다. 공부 해본 사람들은 알 테지만 공부 많이 한 선생님을 만난다고 공부를 잘하게 되는 건 아니다. 공부를 잘하는 선생님만큼이나 잘 가르치는 선생님이 중요하다.설득과 납득. “제가 미국에 있을 때 들은 이야기 중에 진짜 느낀 점이 많았던 게 하나 있어요. ‘이렇게 던져라’라는 건 하나의 의견에 불과하다는 거예요. 나의 경험은 근거라고 할 수 없어요. 정확한 근거, 예를 들어 자료나 영상이나 사진으로 충분히 설득하고 납득시킬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이야기를 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저는 팀의 투수들에게 ‘왜’와 ‘어떻게’까지 해줄 말이 없으면 이야기하지 않아요. “야, 이렇게 낮게 던져.” 이런 지시는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왜 낮게 던져야 하고, 어떻게 낮게 던져야 하는지를 이야기해줘야 해요.” 손혁 코치가 해준 말이다. 손혁을 비롯해 넥센 히어로즈의 코치진은 선수들을 윽박지르는 느낌의 사람이 없었다. 코치 역할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선수의 육체와 연습만큼이나 정신적인 안정감도 중요하다.멘탈 관리. 넥센 히어로즈 코치들은 의 무서운 체육 선생님 같은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손혁이 말했다. “주자가 박해민이고 타자가 이승엽인데 폼을 신경 쓰면 던질 수가 없어요. 많은 사람이 그럴 때 낮은 스트라이크를 던지라고 하죠. 그런데 그때 세상에서 제일 낮은 스트라이크를 던지고 싶은 사람은 투수예요. 밖에서 하는 ‘낮게 던져’, ‘맞춰 잡아’ 같은 말은 우리가 불안해서 하는 얘기예요. 그러면 투수들은 더 불안하죠.” 정수성도 비슷한 말을 했다. “본인은 최선을 다하고 잘하려고 해도 그게 안 되는 게 야구예요. 그런 부분을 이해해줘야 하는 게 코치예요. 저도 선수 때 정말 잘하고 싶었어요. 홈런 치고 싶고, 맨날 도루하고 싶고, 안타 치고 싶고. 그게 잘 안 되죠. 그런 멘탈을 잘 이야기해주는 것도 코치의 역할이에요. 제가 선수 때는 ‘너 왜 안 돼? 그거 못해? 안 되면 죽을 때까지 해봐. 될 때까지 해봐’ 같은 게 있었어요. 그런데 사람의 몸은 한계가 있어요. 저의 한계가 있고, 저기 있는 선수들도 자기만의 한계가 있어요.” ‘팔은 쓸수록 강해진다’는 김성근 감독의 의견과는 다른 접근이다.재능. 넥센 히어로즈는 강하기 때문에 강하다. 넥센 히어로즈가 강한 이유를 물었을 때 손혁 코치가 대답했다. “저는 우리 투수들에게서 좋은 공을 많이 봤어요. 150 던지는 투수도 많고, 공 끝이 좋은 투수도 많고. 그러니까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있게 하려고 했어요. 투수들이 자신 있게 던지면 더 좋은 투구가 나오겠더라고요. 유리할 때 내 강점을 보여주려면 3구 안에 승부를 봐야 해요. 3구 안에 아웃을 시키려면 제일 강한 걸 제일 빨리 던져야 해요. 대신 그 이야기는 해요. ‘높은 공이 연속으로 두세 개 들어가면 너희가 생각을 안 한 거다. 하나는 위로 가고 하나는 땅으로 갔으면 하나가 볼이어도 괜찮다. 그건 너희가 생각을 하고 던진 거니까.’”선순환. 젊고 의욕 있는 선수들, 인력 순환이 이루어지는 주전 멤버의 자리, 성실한 이론파 코치진, 그리고 몇 년간 쌓인 위닝 멘탈리티. 넥센 히어로즈가 2016 시즌에서 순항한 근본적인 이유다. 훌륭한 토양과도 같은 넥센 히어로즈의 시스템은 ‘드디어’랄까,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서 대형 신인을 터트리게 된다.신재영. 올해 넥센 히어로즈의 마법사라 불릴 정도로 활약한 투수다. 2016년 9월 현재 14승을 기록해 신인왕을 넘어 MVP 후보로까지 거론될 수 있을 정도다. 더그아웃에 들어온 신재영에겐 한결 여유 있는 기운이 느껴졌다. “일단 공을 자신 있게 던져야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고 타자들이 쳐도 파울로 넘어가니까요.” 하지만 그에게도 이번 시즌 성적은 예상외였다. “올해 예상했던 성적은 5승이나 7승 정도였어요. 팀 성적은 무조건 포스트시즌에 갈 거라고 생각했지만요.” 그 역시 코칭스태프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멘탈적인 부분은 수석 코치님이 항상 만나면 말씀해주시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고유라 기자는 신재영을 이렇게 기억했다. “제가 애리조나 전지훈련장에 취재 갔을 때 신재영 선수와 함께 사진을 찍어 트위터에 올렸어요. 넥센 히어로즈 팬들도 신재영 선수가 누군지 몰랐어요. 구단에서도 원 포인트 릴리프 정도로 쓰려고 했고요. 그런데 완전히 터진 거죠. 올해 제가 꼽는 넥센 히어로즈의 수훈 선수 1위예요.”김세현. 그 역시 올해의 넥센 히어로즈 투수진에서 큰 역할을 했다. 그는 이강철이 말한 동기부여의 좋은 예다. 김세현은 손승락의 빈자리를 완벽히 메우는 활약을 펼쳤다. 그는 “부담감은 크지 않습니다. 전에 우리 팀 마무리가 잘해주고 나갔기 때문에 저도 그만큼 하기 위해서 더 노력하는 것뿐이에요”라고 말했다. 그의 이야기 중 특히 귀담아들을 건 멘탈에 대한 부분이다. “생각만 바뀌면 많은 게 바뀔 수 있어요. 전에는 주춤할 때도 있었지만 성적이 따라오니까 자신감도 강해져요. 외적인 멘탈은 코치님들이 많이 도와주시기도 해요. 타자 정보도 보지만 타자 정보로 이길 수는 없어요. 제가 갖고 있는 걸로 승부해야죠. 투수가 템포를 장악하고.” 그 역시 좋은 기회를 만나 다른 클래스의 선수가 되었다.언뜻 보기엔 순식간에 떠오른 선발 투수와 각성해서 속구를 뿌리는 마무리 투수가 눈에 띌 수도 있다. 하지만 팀 스포츠는 에이스만으로 성립하는 게 아니다. 정수성의 말처럼 모두의 한계가 다르고 모두의 역할이 다르다.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선수도 팀에 있어야 한다. 마정길. 염경엽 감독이 강조한 ‘팀 케미스트리’가 확립되려면 꼭 필요한 선수다. 그는 팀의 중간계투진이자 고참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실제로 만나본 그는 오랜 경력 때문인지 반쯤은 코칭스태프 같은 시선으로 젊은 선수들을 바라보았다. “어차피 저희가 해야 하는 건 게임이에요. 그건 이겨야 하는 거고. 그러니까 어떻게 하면 공을 잘 던질지, 또 어떻게 하는 게 예의를 갖추는 것인지, 이런 걸 이야기하는 편이에요. 잘하면 잘 격려해주면 되고요. 야구는 강한 선수가 빠져나갔다고 바로 약해지는 게 아니에요. 저희 팀의 색은 ‘효율적인 야구’에요. 잘 쉬고, 훈련도 필요한 부분을 적당히 집중적으로 하고, 그런 분위기를 위에서 만들어줘요. 코치와 스태프들이 조직적인 부분을 잘 만들어주니까 선수들이 체력 안배도 되고 힘도 낼 수 있죠. 선수들에게 다 맡겨준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선수들도 맡겨주면 다 알아서 하고요. 코치와 선수 간에 신뢰가 쌓여 있느냐고요? 그렇죠.”신뢰.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 신뢰가 생기기란 쉽지 않다. 모두 각자의 목표가 다르다. 조직에서의 목표가 팀을 잘되게 하는 것인 사람도 있고 내가 빛나는 것이 목표인 사람도 있으며 빠른 퇴근이 가장 중요한 사람도 있다. 신뢰는 모두 다른 목표로 조직에 들어온 사람들의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마정길이 말한 넥센 히어로즈의 승리 이유는 분위기였다. 신뢰가 쌓이면 분위기가 좋아진다. 넥센 히어로즈가 정말 훌륭한 팀인 이유 중 하나는 서로 간의 신뢰다. 선수 사이의 신뢰뿐이 아니다. 선수와 코칭스태프 사이의 신뢰, 코칭스태프와 프런트 사이의 신뢰, 이 모두가 모여서 전문가들의 예상 이상의 성적이라는 동화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다.김동우. 넥센 히어로즈의 전력분석팀 팀장. 히어로즈는 다른 구단에 비해 많은 편인 8명의 전력분석팀을 운영한다. 김동우 팀장은 불펜 포수를 보다가 전력분석팀장이 된 특이한 경우다. 김동우를 소개한 2015년 9월 8일 기사에 나온 이택근의 말에 따르면 “그는 정말 성실한 사람”이다. 내가 그를 만난 날도 토요일 밤 12시가 넘어서 집에 들어갔다고 했다. 한화와 연장 끝에 패배한 토요일 경기 다음 날인 일요일 오후였다. 그는 전력분석팀장다운 시점으로 올 시즌 넥센 히어로즈가 어땠는지 해석해주었다.“공격 쪽에선 큰 부담이 없었어요. 김민성 선수도 있고 채태인 선수도 영입했으니까요. 유한준 선수와 박병호 선수가 빠졌어도 좌타 라인이 구축됐다고 보면 장타자 라인업보다 더 짜임새가 생겼다고 볼 수도 있어요. 투수 때문에 저희가 약체로 분류됐을 수도 있는데 피어밴드도 작년에 10승을 한 선수였어요. 거기 맞춰서 이닝 소화 능력이 좋다고 판단되고 강속구를 뿌리는 코엘로를 영입했고요. 신재영 선수는 미리 예측하진 않았지만 굉장히 잘해주었죠. 처음에는 중간계투진이었는데 시범 경기 투구 상황에서 보니 제구도 좋고 좌타 라인 상대도 가능해서 감독님이 선발로 보직을 변경한 게 적중했죠.” 하지만 그의 말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따로 있었다.미래. 넥센 히어로즈는 팀 운영이라는 방정식에 미래라는 변수를 적극적으로 집어넣는다. 김동우의 말을 들어보자. “올해는 어린 선수가 많았어요 저희는 올해 말고 내년이나 내후년도 봐야 하는 팀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도 데이터 야구를 상기시켜야 할 필요가 있었어요. 어린 선수를 계속 키워야 하는 입장이니까. 선수들도 데이터를 굉장히 우호적으로 잘 받아줬어요. 투수 입장을 예로 들어보면 내가 가진 구종을 활용할 때 데이터가 필요할 때가 있어요. 그런 데이터를 찾아서 선수에게 배포합니다.” 어린 선수들에게 데이터를 참고하는 습관을 길러준다는 이야기다. 놀라운 발상이다.누구든 마찬가지지만 운동선수를 공부하게 하는 건 특히 어렵다. 고유라 기자는 운동선수의 공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야구 선수는 중학교 때부터 하루 종일 운동만 해요.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를 보면 5분 만에 OMR 카드를 찍고 나머지 시간은 PC방에 간대요. 공부를 시키려고 하면 학부모가 오히려 항의하기도 한대요. 우리 애 운동 못 하면 어떡하느냐고요. 공부를 하면 좋겠지만 야구 선수 본인이 아니라면 이들의 공부 이슈에 대해 말하기 힘든 부분이 있어요.” 그렇다면 넥센 히어로즈 선수들이 공부하는 건 실로 대단하다. 야구 선수뿐 아니라 보통 학부모까지 궁금할 법한 내용이다. 넥센 히어로즈는 어떻게 야구 선수에게 공부를 시킬까?보상 체계. 넥센 히어로즈의 이야기가 정말 흥미로운 부분은 동화와 현실이 날줄과 씨줄처럼 교차한다는 데에 있다. 넥센 히어로즈 선수들은 성실히 공부하고 강압적으로 굴지 않아도 코치의 말을 신뢰한다. 그 이유는 넥센 선수들이 양처럼 착하거나 IQ를 보고 선수를 뽑아서가 아니다. 공부와 코치의 조언이 그들의 퍼포먼스에 도움이 되며, 프로 선수의 퍼포먼스와 기록 향상은 연봉 인상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넥센 히어로즈는 프로야구 팀 중에서 가장 파격적인 연봉 인상을 해주는 팀이다. 야구 전문 기업인 만큼 대기업에 비해 결재 라인이 복잡하지 않아 의사 결정 구조가 빠른 것도 장점이다. 고유라는 서건창이 신인왕을 차지하던 해의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서건창 선수가 2012년 신인왕을 차지했을 때 연봉을 7000만원으로 올려주려 했대요. 그런데 이장석 구단주가 그 이야기를 듣고 ‘연봉에 행운의 7을 하나 더 붙이자’고 해서 연봉이 7700만원이 되었대요. 이런 식의 빠른 의사 결정이 되는 팀은 넥센 히어로즈뿐이에요. 사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결정이죠. 프로는 돈이에요. 최고의 마케팅은 성적이고요.”서건창. 지금의 넥센 히어로즈를 대표하는 영웅은 서건창 선수일지도 모른다. 그의 선수 역정은 자신의 소속 팀인 넥센 히어로즈와 여러 모로 닮아 있다. 그는 2012년 넥센 히어로즈에 연봉 2400만원에 입단했다. 그해 신인왕을 차지했고 2014년에 타격왕이 되었다. 그는 2014년 2루수 골든글러브, 최다안타상, 최다득점상, MVP를 모두 차지했다. 한국 야구 최초로 시즌 200안타를 기록하면서. 저평가되어 있던 타고난 재능이 최고의 학구파 코치진과 파격적인 보상 체계를 만나 거물급 선수로 성장했다. 넥센 히어로즈는 2016년 시즌부터 서건창을 주장으로 발탁했다. 그럴 만하다.재미냐 승리냐, 사람들은 스포츠를 비롯한 세상사를 눈에 보이는 뭔가로 나누려 한다. 사실 감동은 나누어지지 않는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스포츠라는 내러티브에서 사람들을 가장 열광시키는 것은 드라마틱한 과정 끝에 만들어진 최고의 결과다. 그 관점으로 봤을 때 신고선수에서 타격왕이 된 서건창은 최고의 히트 상품이다. 넥센 히어로즈 역시 드라마틱한 과정과 예상 밖의 호성적이라는 상품성 뛰어난 드라마를 만들어내고 있다. 미래와 젊음이라는 함수값을 집어넣은 넥센 히어로즈의 승리 방정식은 앞으로도 당분간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것 같다.시스템이 기능하려면 구성원이 시스템을 믿어야 한다. 이해관계의 세계에서 신뢰가 쌓이려면 실질적인 근거가 필요하다. 그 장치가 완성되면 시스템과 구성원 사이에 긍정적인 상호작용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넥센 히어로즈가 모두의 예상과 달리 성공한 이유다. 이 선순환이 이어지는 한 넥센 히어로즈는 앞으로 더 강해질 것이다. 서건창이 이 이야기를 요약했다. 그는 “넥센 히어로즈가 무엇 때문에 강할까요?”라는 질문에 답했다. “좋은 시스템.” 효율적인 답이었다. 넥센의 야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