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쉐린 가이드 서울, 그 이면에 대해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내가 에 의 한국 식당 농락 항의문을 쓴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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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에스콰이어>에 <미쉐린 가이드 서울>의 한국 식당 농락 항의문을 쓴다고 하자 주변에서 말렸다. 별 못 받은 놈 복수기냐, 후환이 두렵지 않으냐, 너는 평생 ‘별 볼 일 없는 놈’이 되는 거다, 뭐 이런 걱정이었다.

빕 그루망인지, 밥 그루밍인지 하는 걸 먼저 발표했을 때 많은 이들이 불길한 예감을 했을 것이다. 그때 내가 한 말이 있다. “을지면옥, 우래옥, 하동관이 별을 못 받을 것 같다.”

점쟁이처럼 맞혔다. 이건 일종의 예감이었다. 우리의 기대를 그들이 배신할 것이란. 사실 그들의 한국 진출부터 수상쩍지 않은가. 한식재단과 한국관광공사가 <미쉐린 가이드> 한국판에 광고를 했다. 이들 기관은 ‘순실부’, 아니 행정부 산하기관이다. 다시 말해 ‘한국이 돈을 준’ 것이다. 더구나 그 알량한 광고로 얼마를 집어주고 모셔왔는지 아무도 모른다. 세금을 갖다 쓰고 비밀이란다. 세금을 집행하는 건 행정부에 위임된 권한이지만 얼마를 어떻게 썼는지 알 권리는 국민에게 있다. 이 땅에선 늘 외면당했던 일이기는 하지만.

이미 독자들은 알 테지만, 도대체 서울 바닥에 그들이 빕 그루망을 줄 식당이 고작 서른 몇 개냐는 사실이었다. 실린 식당의 선택도 의아했는데 무엇보다 기준이랄까, 동의하기 어려웠다. 이를테면 동네 사람도 찾는 데 버벅거리는 찬양집 같은 식당을 그들이 어떻게 온전히 찾아갔겠는가. <미쉐린 가이드>를 위해 일하는 한국인의 기호와 취향이 참으로 적나라하게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만둣집과 칼국숫집은 왜 그리도 많은지(만두와 칼국수 오타쿠냐). 한국인들이 실제 가장 많이 가기도 하고 숫자도 제일 많은 ‘돼지고기구이’와 ‘쇠고기구이’집은 하나도 포함되지 않았다.

결국 <미쉐린 가이드> 실사단이라는 이들이 ‘냉면에 만두와 족발, 칼국수를 몹시 사랑하며 돼지나 소 굽는 연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는 다음식당을 준비 중인데 홍보용 카피를 미리 만들어놨다. 이래도 빕 그루망을 안 주면 속상할 것 같다.

“돼지 족발로 만두를 빚어 칼국수에 띄워내고, 후식으로 냉면을 드립니다.”

빕 그루망에서 필동면옥, 정인면옥, 능라도, 오장동 함흥냉면이 포함되는 동안 을지면옥과 우래옥과 평양면옥은 제외됐다. 냉면값은 거기서 거기니 가성비를 따지는 빕 그루망과 별점에서 제외되었다는 건 별 볼 일 없다는 뜻으로 새겨진다. 자매지간인 필동면옥과 을지면옥을 갈라놓았는데 심지어 을지면옥은 별은 고사하고 등재도 되지 않았다(등재란 별은 못 받았지만 별을 줄 대상에 포함되었다는 걸로 보면 될 듯하다). 냉면 애호가들이 아니더라도 이런 분류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자 누가 외쳤다.

“필동면옥에선 만두를 팔잖아, 바보야!”

그렇구나. 만두 사랑과 관련이 있구나.

아쉽게도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7>의 야심 찬 공개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한식재단과 문체부를 주물렀다는 ‘순실 게이트’가 터진 것이다. 국민들은 별이고 나발이고 거리로 나갈 작정이었고, 밤하늘의 별을 보며 투쟁했다.

이번 발표에서 흥미로운 이야기가 돈다. 우선 외국 이름을 쓰는 셰프들은 거의 탈락했다는 사실이다. 에드워드 권도 별을 원한다면 본명으로 돌아가는 게 유리하겠다. 또 평가단원들이 설탕과 MSG 감별력이 없다는 점도 밝혀졌다. 별을 노리는 여러분, 마음껏 넣으셔도 됩니다.

그런데 나는 무엇보다 이들에게 좀 공정한 룰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물론 사람의 혀의 기준을 어떻게 통일시킬 수 있겠는가. 누구라도 백종원 음식이 맛있다고 할 수 있다. 그건 취향이고 권리다. 그렇다고 백종원 음식을 오케이할 수는 없지 않은가. <미쉐린 가이드>는 홈페이지에 공식적으로 판정 기준을 공개하고 있다. 좀 길지만 읽어보자.

‘미쉐린 스타의 5가지 평가 기준’으로

  1. 요리 재료의 수준
  2. 요리법과 풍미의 완벽성
  3. 요리에 대한 셰프의 개성과 창의성
  4. 가격에 합당한 가치
  5. 전체 메뉴의 통일성과 언제 방문해도 변함없는 일관성

여기에 ‘미쉐린 가이드의 핵심 가치’란 항목이 더 있다. 익명성, 독립성, 전문성, 신뢰성, 열정, 완벽성.

앞의 다섯 개 항목에 아래 여섯 개를 합치면 마치 물감을 마구 뒤섞으면 검은색이 되는 것처럼 모호할 뿐이다. 본디 음식을 먹고 가치를 평가한다는 것이 모호한 일이기는 하다. 그걸 용감하게 시도한 것이 바로 미쉐린이었으니까, 그리하여 얻은 명성이니까 그럴 수 있다. 그렇지만 생각할수록 동의하기 어려운 평가를 내놓은 것이 슬프게도 하필 우리였다. 바로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7>이었다. 왜 그들이 그토록 ‘비밀주의’를 고수하는지도 알게 됐다(얼굴이 알려져 멱살이 잡히는 건 누구나 기분이 좋지 않을 일이다).

나는 이들이 마치 프랑스에서 한국으로부터 외주를 받은 것처럼 보였다. 한식을 띄우고 싶어 했던 김윤옥에게서 시작하여 박근혜, 최순실 일당의 한국 정부로부터 특별 주문을 받은 한식 세계화 추진단 같았다는 것도 지적하고 싶다. 그리하여 한식에 별을 주어야 한다는 강박, 그것도 비싼 한식에 말이다. 어쨌든 <미쉐린 가이드 서울>은 시작되었다. 내년에 또 누군가 웃고 누구는 울 것이다. 아마 내년에는 프렌치에 별을 많이 줄 것이다. 올해는 서비스를 했으니 내년에는 본론으로 들어가지 않겠는가.

전두환이 프로야구와 프로축구를 시작했다고 해서 현재의 프로 스포츠를 폄훼할 수는 없다. 야구와 축구가 아닌 말로 뭔 죄인가. 그들이 기왕 왔으니 일을 잘하기를 빈다. 만두와 칼국수 말고도 먹을 만한 식당이 많다는 걸 알게 되길 바란다. 가능하면 돼지갈비와 삼겹살도 좀 굽고(옷에 기름이 튀면 <에스콰이어>가 세탁비 물어드릴게), 소주도 원샷으로 마시기 바란다.

내가 에 의 한국 식당 농락 항의문을 쓴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