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문학 신간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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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1 나는 농담이다김중혁 지음, 민음사, 1만3000원농담을 하듯 말을 건넨다. 김중혁의 소설이 그렇다. 이번엔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남자도 그렇다. 농담 속에서 살아가는, 코미디 클럽에서 스탠드업 코미디를 업으로 삼고 있는 남자. 그 남자가 갑자기 진지한 진담의 세계와 만나게 된다. 농담이 진담과 만나는 공간에서 사랑이 솟아오른다. 그것은 단순한 말장난이 아니라 애틋함과 슬픔을 모두 담고 있는 언어이며 한편으로 언어 가운데 우주를 담으려는 무모한 노력이기도 하다. 김중혁 작가가 자꾸만 연애 이야기, 사랑 이야기를 한다. 는 작정하고 쓴 진담 같은 농담이다.2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알랭 드 보통 지음, 김한영 옮김, 은행나무, 1만3500원알랭 드 보통이다. 뭐 그리 더 보탤 말이 있을까? 우리는 소설,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서사 가운데서 서로를 발견하고 사랑에 빠지기 시작하는 연인들을 목격한다. 경험해보지 못한 경험 이상의 낭만적인 연애가 펼쳐지고 두 사람은 우주적 사랑의 중심이 된다. 문제는 낭만적 연애란 사회가 프로그래밍한 일종의 환상이며 이 프로그램에는 유효기간이 있다는 사실이다. 알랭 드 보통은 이렇듯 유효기간이 끝나고 유통기간을 지나친 연애를 통해 사랑의 진짜 모습을 탐구하고자 한다.3 참담한 빛백수린 지음, 창비, 1만2000원섬세하고 여린 감정의 거름망을 가진 젊은 작가 백수린의 소설집이다. 2년 전인 2014년 이라는 단편집을 통해 이미 백수린은 동시대 다른 작가들과 구분되는 자신의 색깔을 선보인 바 있다. 백수린은 언제나 작품 가운데서 어떤 문장이나 언어로 단순히 포획하기 어려운 순간의 입체성을 담아내고자 한다. 그 노력은 언어에 대한 탐구로 구체화되곤 한다. 참담한 빛이라는 역설과 반어 안에서 찾아내고자 하는 것은 곧 그녀가 이 역설투성이의 삶을 어떻게든 이해하고 포용하고자 하는 노력의 반영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나의 삶을 이방인처럼 살아가는 고독한 사람의 삶을 따뜻하면서도 섬세한 언어로 그려내고 있다.4 계단 위의 여자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배수아 옮김, 시공사, 1만3500원케이트 윈슬릿이 주연을 맡아 영화화되기도 한 베스트셀러 를 쓴 독일 작가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소설이다.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소설가 배수아가 번역했다는 점이다. 단단하게 자리 잡힌 삶의 기반 위에서 정확한 삶의 궤도를 따라 움직이던 한 남자가 갑작스러운 일탈을 하게 된다. 그것도 40년 만에 어떤 그림 때문에 말이다. 그 그림은 어떤 점에서 언제나 레일 위의 삶을 살아온 것처럼 연출했던 남자의 삶의 한가운데 소용돌이치는 격랑이 있음을 증명하는 오브제이기도 하다. 기묘한 아름다움을 지닌 그림 속의 여인, 그 여인을 바라본 순간 평범하고 안정된 삶을 뿌리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림 속 여인과 그림 밖으로 걸어 나온 여인, 마음의 흔들림과 그 마음의 정체에 대해 감각적이며 선명하게 그려낸 작품이다.5 원숭이의 본질올더스 헉슬리 지음, 유지훈 옮김, 해윤, 1만2000원헉슬리는 소설가이기도 하지만 예언가이기도 하다. 언젠가 헉슬리가 를 통해 ‘미래는 우리가 싫어하는 것의 지배가 아니라 우리가 너무 좋아하는 것에 중독되고 종속될 것’이라는 예언을 한 바 있다. 그의 예언은 옳았다. 우리는 탄압이나 독재 같은 우리가 우려했던 것 때문에 골머리를 썩는 게 아니라 민주적인 의사소통 기구로서의 1인 미디어와 그것에 부여된 너무 많은 가능성에 중독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은 종적으로 유인원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사피엔스의 미래를 그려 보이고 있다. 제3차 세계대전이 벌어지게 된 경위로 원숭이를 등장시킨 것이다. 헉슬리 특유의 날카로운 관찰력과 냉소적 문장이 매혹적이다.6 어비김혜진 지음, 민음사, 1만2000원역을 배경으로 처참한 밑바닥의 사랑을 일궈가는 두 연인을 다룬 으로 중앙장편문학상을 수상한 김혜진의 단편집이다. 김혜진은 동년배의 다른 작가들이 주목하지 않는, 말 그대로 사회적 소수자에 관심을 두고 그들의 마음의 결을 읽어내고자 한다. 는 좀 더 작가 개인의 생물학적 고민과 닿아 있는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20~30대 청춘들의 불안정하며 임시적인 삶을 그려낸 것이다. ‘인터넷 먹방’, ‘부당 해고’, ‘재개발 지역 철거 용역’ 같은 다양한 동시대의 언어가 김혜진의 시선을 통해 허구화되고 분석된다. 김혜진의 신춘문예 당선작이기도 한 은 과는 또 다른 발랄하면서도 도발적인 시선과 제안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