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책을 읽으며 계속 눈물이 났다 책을 읽... | 필독서,김정희,11월,콜럼바인

책을 읽으며 계속 눈물이 났다.책을 읽으며 언제 울어봤던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인터넷 서점과 SNS에 올라온 이 책에 대한 글을 보니 다른 사람들도 많이들 이 책을 보며 울었다. 이 책은 왜 이렇게 읽는 사람을 울리는 것일까?1999년 콜럼바인 고등학교 사건을 기억하는가? 졸업반 학생 두 명이 별다른 이유 없이 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해 같은 학교 학생과 교사 13명을 죽이고 24명에게 부상을 입힌 후 자살한 사건이다. 마이클 무어 감독이 이 사건을 소재로 왜 미국에서만 유독 총기 사고가 많이 일어나는지를 추적하는 다큐멘터리 을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이 책은 가해자 두 명 중 한 명인 딜런 클리볼드의 엄마가 쓴 책이다. 원제가 , ‘엄마의 추정’이다.사건이 일어나기 전 이 집은 지극히 평범했다. 이 책을 쓴 가해자 딜런의 엄마와 아빠는 자녀 양육에 관심이 많은 다정하고 적극적인 부모였고, 딜런은 에너지가 넘치고 애정이 많은 아이였다. 하지만 이 일이 있고 난 뒤 모든 것이 달라진다. 집에는 수사관들이 들이닥치고, 쉬지 않고 전화벨이 울린다. 언론에서 보여주는 아들 딜런의 모습은 엄마가 알았던 아들이 아니다. 엄마는 생각한다.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내가 도와줄 방법은 없었을까? 우리 아들은 어떤 사람이었는가? 엄마는 아들이 태어나고 그 일이 있기까지의 17년과 그 일이 벌어진 후의 16년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복기해나간다. 아들에 대한 변명이나 가족의 명예 회복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 어떤 목적이나 의도도 없다. 오로지 아들을 이해하고 싶어서, 그리고 이해해야 온전히 사랑할 수 있으니까. 그 무엇을 바라며 쓴 글이 아니어서 그때 일어난 일들과 감정이 놀랍도록 세밀하게 그려져 있다.엄마를 계속 괴롭힌 것은 “왜 나는 몰랐을까?”라는 질문이다. 그 일이 일어나기 전 어떤 징후를 발견했더라면 그 일을 막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니 아들에게는 몇 가지 미묘한 변화가 있었고, 엄마는 가슴이 타들어 갈 것 같은 후회를 한다. 내가 그때 딜런에게 좀 더 캐물어봤어야 했는데, 그때 에릭과 더 이상 만나지 말라고 얘기했어야 했는데, 그때 내가 딜런을 안아주었더라면…. 아마도 그 감정은 거대한 어둠과 같지 않았을까? 어떤 빛도 느낄 수 없는, 끝도 모를 자책.하지만 엄마는 아들을 이해하기 위해 이 어둠을 저벅저벅 걸어나간다. 경찰, 위협 평가, 언론 윤리, 사회학, 심리학, 정신의학, 신경생물학까지 여러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며, 그 당시 아들이 어땠는지 조금 더 알게 된다. 아들은 오랫동안 우울증과 자살 충동을 가지고 있었고, 또 다른 가해자 에릭을 만나 그 충동이 현실화되었다. 아들은 다소 보수적이고 강압적인 문화가 있는 고등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었고, 그날 죽기 위해 학교에 갔으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아들의 이런 어려움을 털어놓을 만한 상대가 되지 못했다는 사실에 엄마는 또 한 번 절망한다. 하지만 이 시기의 아이들은 자기가 이런 상태에 있다는 것을 부모에게 알리는 것을 꺼리며(자기가 따돌림의 표적이 되었다는 것에 수치심을 느껴서), 자신이 어떤지 말할 의지가 없다면 알아차리기가 굉장히 힘들다는 것을 전문가와 주변 사람들의 고백을 통해 알게 된다. 또한 자살 충동을 느끼는 많은 청소년이 뇌 질환을 가지고 있다는 것 또한 알게 된다.“종이접기는 마술이 아니다. 가장 복잡한 패턴이라도 그림으로 그리고 이해해서 알 수 있다. 뇌의 병과 폭력도 마찬가지다. 이걸 그리는 일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다. 우울증 등의 뇌의 병이 반드시 도덕적 방향타를 망가뜨리지는 않지만, 판단을 흐리게 하고 현실 감각을 왜곡하여 목숨마저 위험하게 할 수 있는 병인 것은 사실이다. 이 병을 연구하고 인식을 높이는 데에, 그리고 가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도움을 받지 못하게 막는 잘못된 믿음을 없애는 데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 병에 시달리는 사람을 위하는 것일 뿐 아니라, 영문도 모른채 계속 피해자가 될 무고한 사람들을 위해서도 그렇게 해야 한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사람들의 삶이 위기에 처하기 전에 도울 수 있다면, 세상이 모든 이에게 더 안전한 곳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더더구나 그 사람이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아 마치 악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장본인이라면?세상의 안 좋은 사건들, 나에게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들, 그런 것들을 계속 생각하면 마음 아프니까 그 일을 덮어버리고 회피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하지만 막연한 것을 이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한 사람의 투쟁을 이 책을 통해 보았고, 그 자체가 감동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사람이 엄마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까? 그럴지도 모르겠다.영화 에서 아버지는 아들의 죽음에 대해 “우리는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어도, 온전하게 사랑할 수는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인 딜런의 엄마는 이 말을 이렇게 바꾸었을 거 같다.“우리는 온전하게 사랑하기 위해 완벽하게 이해하고자 최선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