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박근혜를 만들었는가
1. 우병우
7월 18일 자 <조선일보>?기사를 뜯어보면 이랬다.
“이를 두고 법조계 안팎에서 넥슨 김 대표와 대학 시절부터 절친한 사이였던 진경준 검사장의 주선으로 부동산 거래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넥슨이 우병우 처가의 부동산을 매입한 건 사실이지만 그 거래를 진경준이 주선해줬다는 건 의혹이란 말이다.
넥슨이 우병우 처가가 보유했던 서울 강남역 인근의 부동산을 사들인 시기는 2011년 3월이다. 1년여 만에 처분했다. 세금까지 20억원 정도 손해를 봤다. 진경준의 주선으로 넥슨이 손실을 보면서까지 우병우 처가의 땅을 사준 게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 이게 사실로 밝혀지면 김정주와 우병우 사이에도 뇌물 수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일단 우병우는 김정주를 모른다는 입장이다.?
진경준도 강남 땅 거래를 주선해준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김정주도 우병우가 관련돼 있는 줄은 모르고 단지 강남 사옥을 조성할 생각으로 땅을 샀다는 입장이다.
1년 만에 되판 건 2011년 12월 넥슨 재팬이 일본 증시에 상장하고 실질적 본사 역할을 하게 되면서 일본 경영진과 한국 경영진이 강남 사옥을 놓고 의견 차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당시 넥슨 내부에서 강남 사옥 건립 여부를 놓고 넥슨답지 않다며 의견이 분분했던 건 사실이다.
검찰도 강남 부동산 중계인들을 대질심문까지 했지만 사실 확인엔 실패했다.
당장은 우병우 비리 의혹 리스트에서 넥슨과의 강남 땅 매매 여부는 주요 현의에서 밀려버린 상태다. 당시 넥슨코리아의 CEO였던 서민 대표가 귀국해봐야 알 수 있는 내용이다. 서민은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다. 서민은 넥슨이 아직 오피스텔 규모의 회사이던 시절부터 함께 해온 창업 동지이자 김정주의 최측근이다 .
우병우는 두 번씩이나 검사장 승진에서 낙방한 말년 검사였다.
우병우가 검찰 인사에서 번번이 밀렸던 건 2009년 4월 노무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한 수사 검사였던 탓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우병우는 불편한 존재였다. 박근혜 정부가 집권한 첫해인 2013년 인사에서도 우병우는 검사장 승진에서 밀렸고 결국 옷을 벗었다.
우병우가 박근혜 정부에서 처음부터 잘나갔던 건 아니란 얘기다.
아직 의혹 수준인데도 <조선일보>는 의도적으로 진경준 사건을 민정수석이 연루된 청와대 비리 사건으로 확대했다. 이게 바로 <조선일보> 권력의 본질이다.
정치판에선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때론 의혹 제기만으로도 충분히 정적을 저격할 수 있다.
우병우 처가와 넥슨의 부동산 거래 정황은 <조선일보>만 알았던 내용이 아니다. 다른 언론사도 청와대 내부의 제보자를 통해 같은 내용을 전달받은 상태였다. 다만 넥슨이 우병우 처가의 땅을 사들였다는 것만으론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비리 혐의를 두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조선일보>만 질렀다.?<조선일보>는 사실에 의혹을 덧붙여서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이제 진경준이나 넥슨이 문제가 아니었다. 우병우와 청와대가 문제였다.
<조선일보>는 처음부터 우병우를 겨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