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박근혜를 만들었는가 - 11. 주진우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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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박근혜를 만들었는가11. 주진우“물욕이 강하고 사심이 많고 연예인을 좋아하는 아줌마.”의 주진우 기자는 인간 박근혜를 이렇게 표현한다.박근혜 저격수를 자처하며 오랫동안 박 대통령을 취재해온 주진우 기자가 박근혜 취재를 시작한 건 2007년 11월 육영재단 폭력 사태 직후부터다. 비록 이명박 후보한테 경선에서 패배했지만 언제든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였기 때문이다. 정작 누구도 주 기자처럼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의 치부를 들추려고 하지 않았다.주진우 기자는 외로운 싸움을 이어갔다.결국 2012년 말 대선 때는 박근혜 후보의 오촌 조카 살인 사건을 다뤘다가 허위 사실 공포 혐의로 검찰에 고소당하고 말았다. 박정희 대통령이 1964년 서독을 방문했을 때 뤼브케 서독 대통령을 만나지도 못했다는 주장을 했다가 또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했다. “박근혜 후보가 정수장학회 문제를 해결하려고 1억5000만원을 들여 굿판을 벌였다”는 한 스님의 인터뷰를 써서 새누리당한테도 고발당했다.?주진우 기자는 2013년 10월 국민참여재판까지 가는 공방전 끝에 무죄를 선고받았다.주진우는 나 에 비하면 비주류 언론인이다.?로 스타 기자가 됐지만 여전히 비주류인 건 변함이 없다. 주 기자는 어쩌면 정치인 박근혜가 유력 정치인으로 부상한 이후에도 계속 인간 박근혜를 기사화한 소수 언론인이다. 비주류여서 가능한 통념에 도전하는 접근이었는지도 모른다.2004년 천막 당사에서 박근혜 신화가 시작된 이후 어느 누구도 인간 박근혜에 대해선 접근하지 않았다. 가 정치인 박근혜를 신화화하고 여야가 박정희의 딸 박근혜를 놓고 고작 이념 논쟁이나 벌일 때 주진우 기자는 인간 박근혜를 취재했다. 진작부터 최순실의 존재도 알게 됐다.주진우 기자의 취재 방식은 단순했다. 뻗치기였다. 육영재단에 가서 드러눕고 정수장학회에 가서 발품 팔고 최순실 집 앞에 있는 쌀국숫집에서 점심을 때우면서 사람을 직접 보고 말 거는 아날로그적 방식이었다. 그렇게 주진우가 주변 사람들한테 전해 들은 박근혜-최순실 커넥션의 본질은 그저 물욕으로 가득 차고 연예인 좋아하는 아줌마들의 계 모임이었다.주진우 기자의 사견일 수도 있다.?분명한 건 우리는 박근혜라는 인간을 제대로 만나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최순실 게이트가 박근혜 정권에 이토록 치명적인 건 박근혜라는 1952년생 정치인의 민낯이 처음으로 드러난 사건이기 때문이다.박근혜 정권을 뿌리째 무너뜨린 건 단지 비선실세 의혹이라서가 아니었다. 비선실세 최순실이 저지른 비리의 수준이 천박하다 싶을 만큼 속물적이기 때문이다. 비선실세의 국정 농단은 기껏 자기 딸을 대학에 보내거나 재벌가 부인들과 사우나에 다니면서 특혜를 주거나 기업들의 팔을 비틀어서 뇌물을 받아 챙기는 수준이었다. CJ 이미경 부회장을 낙마시킨 이유도 결국 의 ‘여의도 텔레토비’에서 정치인 박근혜를 희화화했다는 이유였다.한마디로 삐져서였다.박근혜-최순실 커넥션에서 여전히 빈칸으로 남겨진 부분은 도대체 왜 대통령이 기껏 강남 아줌마한테 놀아났느냐는 점이다. 이걸 설명하기 위해 조차 주술적 샤머니즘 정치 이론까지 동원할 정도다.어쩌면 답은 훨씬 간단한지도 모른다.주진우 기자의 말처럼 인간 박근혜가 최순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속물적 아줌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온갖 세속적 욕망으로 가득 차 있는데도 정치인 박근혜라는 가면을 쓰고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만 애쓰는 이미지를 연기하는 이중적인 존재 말이다.많은 언론이 세월호 7시간에 주목했던 이유다. 인간 박근혜의 민낯을 드러내고 대통령 박근혜의 무능을 폭로하고 박근혜 신화를 최종 붕괴시킬 수 있는 마지막 한 방이었기 때문이다. 미르 재단과 K스포츠 재단에 관한 검찰 수사도 몸통인 박근혜 대통령을 정조준할 수밖에 없었다. 무녀 최순실이 대통령 박근혜를 홀려서 이런 5공 시절 일해재단 수준의 비리를 저질렀다는 설명은 여전히 우리가 박근혜 신화에 사로잡혀 있다는 의미다.진실은 단순하다.모두가 인간 박근혜의 탐욕이 저지른 일이다.분명 정치인 박근혜를 넘어 인간 박근혜를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목격한 사람들은 이런 약점을 알고 있었다. 정치인 박근혜의 실력과 인간 박근혜의 실체가 어떠한지 가늠할수 있었단 말이다. 정치인 박근혜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여권 정치인들은 알고도 모른 채했다. 같은 유력지는 오히려 이런 약점을 미화했다. 지역감정과 산업화 세대의 향수를 이용해 보수의 재집권을 도모했을 뿐이다.무능한 대통령일수록 권력을 나눠 갖기에 더 좋았다.대통령부터 권력을 사유화하는 사이에 박근혜 정권의 몰락은 가속화됐다. 권부 내에서 서로 권력을 사유화하려는 쟁탈전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임기 5년 차도 채 안 된 정부가 무너진 이유다. 무능한 대통령 아래에서 권력을 분점한 세력들이 각자의 이유로 분열했기 때문이다.와 청와대가 분열되고 수석비서관과 십상시가 분열되고 다시 정윤회와 최순실이 갈라서고 결국 최순실과 박근혜만 남았다. 이젠 최순실까지 구속되면서 박근혜 대통령만 홀로 남겨졌다.박근혜는 21세기 민주주의의 상수였다. 2004년 천막 당사 이후 박근혜는 언제나 유력 차기 대권 주자였다. 정작 박근혜 권력은 한국 민주주의의 실패를 먹고 성장했다. 노무현 정부의 실패와 이명박 정부의 실패는 박근혜 신화를 강화시켰다.반사이익이 아니었다.노무현 정부의 실패와 이명박 정부의 실패에서 절반의 책임은 당시 야당 대표였거나 여당 내 반대파의 보스였던 박근혜한테 있다. 박근혜 시대에 대한 대중적 기대가 노무현 시대에 대한 실망과 이명박 시대에 대한 불신으로 빠르게 표출됐던 것이기 때문이다.차기 대권을 노리는 정치인 박근혜의 정략이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를 침몰시킨 순간도 있었다. 이명박 정부 중반의 세종시 논란처럼 말이다. 최순실 게이트는 21세기 한국 민주주의를 거짓말로 만들었다. 박근혜-최순실의 국정 농단은 21세기 대한민국 역사를 거대한 농단으로 전락시켰다. 행정수도 이전과 개성공단 폐쇄가 최순실에 의해 결정된 것이라면 국가와 정치의 권위는 무너져버릴 수밖에 없다. “이게 나라냐”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민주주의가 실패해서 박근혜 신화가 등장한 게 아니다.박근혜 신화가 21세기 한국 민주주의를 실패하게 한 진짜 원인이다. 민주주의가 퇴행한 원인은 박근혜한테 있었다는 말이다.최순실이란 비선실세가 국정을 농단한 게 아니다. 스테이트크래프트, 즉 치국 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신화에 의지해서 권좌에 오른 대통령이 자신의 무능을 감추기 위해서 비선실세한테 의지한 결과다. 박 대통령 특유의 유체 이탈 화법도 이젠 설명이 가능하다. 자신이 결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면 보고를 거부하고 서면 보고에만 의지한 것도 장차관이나 수석들과 국정을 논할 실력이 안 됐기 때문이다.문고리 3인방은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린 인의 장막이 아니었다. 대통령의 무능을 숨겨준 가림막이었다. 그사이에 민주주의는 실패했고 자본주의는 타락했고 대한민국은 퇴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