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박근혜를 만들었는가 - 12. 국민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누가 박근혜 를 만들었는가 ... | 박근혜,최순실,우병우,정윤회,탄핵

누가 박근혜를 만들었는가12. 국민이젠 21세기 민주주의의 퇴행을 끝낼 때다.1970년대 이후 한국 사회를 지배해온 산업화 세대의 향수와 박정희 신화와 지역 구도에 기반을 둔 퇴행적 정치가 박근혜 정권의 몰락과 함께 청산될 틈이 생겼기 때문이다. 박근혜 신화의 몰락과 함께 박정희 신화도 위축됐다.박근혜 정권은 이명박 정권의 연장이었다기보단 박정희 정권의 연장에 더 가까웠기 때문이다. 10?26 사태가 없었다면 전개됐을지 모를 박정희 정권의 말로를 박근혜 정권이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권위주의적인 리더십으로는 더 이상 21세기 한국을 이끌어갈 수 없다는 게 분명해졌다. 비로소 민주주의의 퇴행을 끝내고 전진할 수 있게 됐다는 말이다.21세기 한국 민주주의 실패의 근원엔 대중 조작된 박근혜 신화가 있다. “국민도 속았고 나도 속았다”고 했다. 국민만 속았다.박근혜 신화는 천막 당사에서 보수의 리더십이 붕괴됐을 때 등장했다.?이제 다시 한국 보수는 리더십 붕괴 상태에 빠져들었다.?그때도 이번처럼 여권 세력의 실체가 발가벗겨졌었다. 그걸 박근혜-박정희 신화라는 천막을 끌어다 가려버렸다.?이번에도 2004년처럼 또다시 새로운 신화에 기대려 할지도 모른다.정가에선 이명박 대통령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박 대통령의 몰락은 안보 중심 수구 보수의 소멸을 의미한다.?최순실 게이트는 이미 방산 비리로 확대되고 있다. 사드 도입 문제부터 차세대 전투기 사업까지 안보 비리로 확대되면서 보수의 진정성까지 의심받고 있다.그렇다면 이명박으로 대변되는 시장 보수한텐 재집권의 기회다. 반면에 야권은 1987년처럼 분열돼 있다. 1987년 6월 항쟁에도 불구하고 YS와 DJ의 분열이 노태우 정권을 만들었듯이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대표의 분열이 퇴행의 역사를 반복시킬지도 모른다.1987년 체제를 극복하고 시대 교체를 이뤄야 하는 건 당위다. 개헌은 필연이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제 대신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제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차기 대선 주자인 김부겸 의원은 말한다.“한국민들은 대통령을 직접 뽑는 권리를 놓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1987년 체제에서 얻어낸 성취니까요. 그렇다고 내각제를 통해 국회에 권력을 주고 싶어 하지도 않습니다. 국회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으니까요. 결국 국민이 대통령을 직접 선출하되 내각에 내치를 맡기는 방식이 돼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청산없이 개헌만이 능사라는 개헌 신화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 유신 헌법 역시 유신 신화 속에서 합리화됐다. 내각제 개헌이든 이원집정부제 개헌이든 최순실 게이트의 청산이 없으면 개악이 될 수밖에 없다. 민주적 의사 결정 과정이 왜곡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최순실 정국이 끝나도 최순실 게이트의 후유증은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모든 비리는 최순실로 통하는 ‘만사실통’이 목격된 상황이다. 정치권의 누구도 혐의와 책임에서 완벽하게 자유롭지 못하다.그럼에도 각자도생은 이미 시작됐다. 새누리당 안에선 최순실 게이트에 책임져야 하는 당사자들이 오히려 탄핵 요구에 앞장서는 분위기다.변신이다.10년 넘게 기득권의 실체를 은폐해줬던 박근혜 천막은 끝나도 박근혜-최순실 세력은 이름만 바꿔서 살아남을 공산이 크다. 구한말 명성왕후의 국정을 농단했던 진령군은 죽었지만 그 시기에 권력의 중심에 진출했던 조선 정치인들은 한일합방의 주역으로 변신하면서 기득권을 이어갔다.한국 민주주의는 박근혜 신화의 탄생과 소멸에서 값비싼 교훈을 얻었다. 민주주의는 조작된다. 대의민주주의는 기득권 정당과 기득권 언론의 상징 조작에 의해 얼마든지 왜곡될 수 있다. 사법기관의 타락과 자본주의의 탐욕이 결탁하면 선거라는 민주적 의사 결정 과정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사기꾼과 부역자를 국민의 대표로 옹립할 수 있다. 돈과 인맥으로 연결된 안방의 그림자 권력이 비공식적인 영향으로 공적 권력을 사유화할 수도 있다.모두 민주화를 성취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 사회에서 벌어진 일들이다. 21세기 민주주의를 실패로 몰아간 박근혜 신화는 결국 유권자의 인지적 게으름이 빚어낸 참사다. 21세기 대의민주주의는 분명 실패했다. 실패 원인 가운데 하나는 정치권과 언론이 제공하는 공허한 정치적 상징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던 유권자들의 피동성이다. 대의자들이 조작한 박근혜라는 정치적 기획 상품을 소비했을 뿐이었다.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퇴행시킨 책임은 다름 아닌 우리 자신에게 있다.인간 박근혜를 관찰하지 않고 언론과 정치권이 보여주는 정치인 박근혜의 허상만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끝에 최순실이라는 암적 괴물을 키웠다. 한국 사회의 어디까지 암이 전이돼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다.우리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