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계까지 침범한 최순실 게이트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올해에도 감독 교체에 나선 프로야구 구단들의 속사정 가운데에서 최순실이 발견됐다. | 최순실,프로야구,Sporting Life,감독,경질

어김없었다.시즌이 끝나고 감독 교체의 칼바람이 부는 살풍경한 현상은 올해 KBO 리그에서도 변함없이 재현됐다. 그 서슬에 4개 구단 감독 네 명이 옷을 벗었고, 그 가운데 3개 구단이 KBO 리그 감독 경험이 없는 ‘새로운 얼굴’을 후임 사령탑으로 임명했다.넥센 히어로즈 염경엽 감독이 준플레이오프가 끝나자마자 사퇴를 발표한 것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이장석 대표와의 불화설이 떠돌기는 했지만 그처럼 전격적으로 자리를 내던질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시즌 중에 ‘2017년 시즌부터 SK 와이번스 감독으로 뛸 것’이라는 소문에 이어 ‘염 감독이 코치들에게 함께 가자고 제안했다’는 루머까지 떠돌았던 것이 사실. 이에 이장석 대표가 격노했다는 이야기까지 나돌았고 이어 시즌 후 감독 교체 전망이 힘을 얻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사퇴를 발표한 것은 구단이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명할 만큼 이례적이었다. 구단의 공식 입장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염경엽 감독의 사임 의사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8월 1일 ‘올 시즌 종료 후 구단을 떠나겠다’고 통보한 염경엽 감독에 대해 당시 구단에서는 만류와 동시에 ‘더 좋은 환경을 위해 떠나겠다면 동의하겠다’는 내용을 전달한 사실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과는 별도로 준플레이오프 4차전 종료 후 소속 팀과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언론을 통해 먼저 사임 의사를 밝힌 부분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하는 바이다. 향후 구단에서는 지난 8월 초부터 최근까지 구단은 물론 야구계 안팎에서 논란이 되어온 염경엽 감독의 거취와 관련한 여러 내용에 대해 지난 4년간 팀을 이끌었던 부분을 인정해 대승적인 차원에서 공식 입장 표명은 물론 내용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공식 입장치고는 ‘뒤끝’이 철철 묻어나는 어투다. 염 감독이 넥센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의 맹활약을 떠올리면 아쉬운 이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아닌 게 아니라 최근 4년간 연이은 선수 유출에도 넥센이 꾸준히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데에는 염 감독의 공로가 결정적이었다. 근력과 몸 상태를 최적화하는 체력 훈련의 강화, 단계별 육성 시스템 구축, 수비와 작전 전략, 다양한 포메이션의 완성 등으로 전력적 한계를 딛고 상위권을 지키게 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 그런 염 감독을 내년 시즌에 보지 못하게 된 것은 팬들로서는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어찌 됐건 넥센 프런트는 후임으로 장정석 운영팀장을 지목했다. 염경엽 감독 이후 다시금 프런트 출신을 현장 사령탑으로 앉힌 것이다. 이로써 ‘프런트 위주의 운영’이라는 넥센 특유의 구단 방침은 새로운 감독이 취임한 뒤로도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염경엽 감독의 사퇴가 전격적이었다면 김용희 감독의 경질은 충분히 예상됐다. 지난 2년간 성적이 신통치 않았을 뿐 아니라 계약 기간까지 만료됐기 때문. 문제라면 너무 일찍부터 경질설이 나돌았다는 점. ‘염경엽 감독 후임설’은 그 결정판이었다. ‘그 탓에 시즌 후반부터 팀의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졌고 결국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만도 하다. 어쨌든 프런트는 후임 감독으로 트레이 힐만 전 캔자스시티 로열스 감독을 영입했다.힐만 감독의 강점이라면 아시아 야구를 경험해봤다는 것. 2003년부터 일본 프로야구 닛폰햄 파이터스 감독을 맡았고, 2006년 시즌에는 팀을 일본 시리즈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2007년 시즌에도 구단 역사상 최다 기록인 14연승을 구가하며 팀을 퍼시픽 리그 우승 팀 자리에 올려놓았다. 비록 주니치 드래건스에 패퇴하며 ‘2년 연속 일본 시리즈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2년 연속 일본 시리즈 진출’이라는 성적만으로도 충분히 내세울 만한 업적이 아닐 수 없다. 일본 통산 성적은 351승 323패. 이후 미국에서의 성적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일본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2008년부터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 로열스 감독이 됐지만 2010년 5월 경질될 때까지 2년 반 동안 359경기에서 152승 207패(0.423)를 기록했다.트레이 힐만 감독의 스타일은 아시아 야구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받는다. 공격 야구에 바탕을 두지만 장타력보다는 '뛰는 야구'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에 있을 때는 데이터에 입각한 스몰 볼에도 능했다는 평가. SK 와이번스가 ‘장타력 의존도가 높다’는 게 약점으로 꼽힌다는 점에서 내년 시즌부터 SK 와이번스의 활약이 기대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 물론 간판 투수 김광현의 재계약 등 변수는 아직도 많다. 힐만 감독의 계약 조건은 2년간 총액 160만 달러로 알려졌다.삼성 라이온즈에게는 감독 경질 사유가 충분했다. 올 시즌 성적이 워낙 처참했다. 주축 선수들이 원정 도박 스캔들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변수라면 그 전 시즌까지 류중일 감독이 거둬들인 성취가 너무나도 화려했다는 점. KBO 역사상 누구도 이루지 못한 5년 연속 정규 시즌 1위, 4년 연속 한국 시리즈 우승을 팀에 선사했으니 ‘단 한 번 실수’로 경질한다는 것이 지나치게 야멸차게 보일 법도 하다. 여기에 ‘올 시즌 삼성의 성적 추락은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 실패, 윤성환과 안지만에 대한 미흡한 대처 등의 이유가 더 크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었다. 그러나 결국 삼성 프런트는 칼을 빼 들었다. 후임은 김한수 타격코치.KT 위즈는 감독 교체 과정이 가장 시끄러웠던 구단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본디 조범현 감독은 지난 2년 동안의 성적과 성실함을 인정받아 올 시즌 중반 일찌감치 재계약을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직후 김상현 선수를 둘러싼 ‘음란공연죄 스캔들’이 터지는 바람에 구단으로서는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시즌 후 감독을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중론.이후 KT 프런트는 10월 14일에 김진욱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을 후임 감독으로 발표하며 제법 발 빠르게 대처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최순실 씨와 관련한 루머로 지금까지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의혹의 핵심은 ‘김준교 KT 위즈 사장과 김진욱 신임 감독이 모두 최순실 씨 인맥으로 선임됐다’는 것. 근거가 확실하지 않은 루머가 그럴듯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KT 구단이 창단 때부터 낙하산 인사가 잦은 구단으로 입방아에 오르곤 했기 때문.여기에 유력 일간지인 의 보도가 기름을 부었다. 는 ‘차은택 사단, KT 자회사 사장 인사까지 개입 정황’이라는 제목의 11월 10일 자 기사에서 “올 초 영입된 김준교 야구단 사장의 인사 배경에 CF 제작사 ‘영상인’ 인맥이 관련돼 있다”고 주장했다. 영상인 인맥은 최순실 게이트의 파트너인 차은택 씨와 인연이 깊다. 는 이어 “김준교 사장이 차은택 씨의 스승인 김종덕 전 문화체육부 장관과 전공이 같아 학회에서 인연을 쌓았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여기에 차은택 씨의 20년 지인으로 알려진 광고 전문가 이동수 씨가 KT IMC 전무로 선임된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의혹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김진욱 감독 또한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부인이 최순실 씨와 골프 친구라는 소문이 떠돌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김진욱 감독은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펄쩍 뛰고 있다. 김 감독은 두산 베어스 감독 경력이 있고 해설위원으로 활약할 때도 이론가로서의 면모를 발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KT 구단의 신임 감독으로 결격 사유가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현재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소문이 말 그대로 헛소문이라면 김 감독으로서는 억울할 법도 하다.경질 아닌 유임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한화 이글스의 김성근 감독 얘기다. 지난 두 시즌의 성적이 워낙 참담했고 팀 운영까지 팬들의 입방아에 오른 터라 김 감독이 시즌 후 물러날 것이라는 예상도 많았다. 일부 팬들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그러나 한화 프런트는 결국 내년 시즌에도 김 감독으로 하여금 팀을 지휘하게 했다. 여전히 김 감독을 신임하는 구단 최고위층의 의견이 강하게 반영됐다는 게 중론. 한화 이글스 프런트는 그 대신 ‘박종훈 전 LG 트윈스 감독을 신임 단장으로 임명하며 프런트를 강화했으며 이에 따라 김 감독은 1군 운영에만 집중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즌 내내 팬들의 귀를 어지럽혔던 김 감독의 독선적 팀 운영이 그 정도 처방으로 잦아들지는 의문이지만 어쨌든 팬들로서는 내년 시즌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을 듯하다.현재 KBO 리그는 현장 중심의 팀 운영에서 프런트 중심의 팀 운영으로 체제를 정비해가는 중이다. 그러나 리그 특성상 프런트 중심의 팀 운영은 한계가 뚜렷하다. 대체 자원이 풍족하지 않은 것이다. 메이저리그나 일본 리그는 드넓은 저변을 바탕으로 ‘선수 구성’에 방점을 찍는 프런트 중심의 팀 운영을 실현시킬 수 있다. 그러나 한국 프로야구의 환경은 그렇지 못하다. 10개 구단 모두가 넥센 히어로즈가 될 수는 없다는 뜻이다. 구단이 감독이라는 개인의 카리스마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은 그 때문이며, 감독 개인의 역량에 따라 팀 성적이 춤을 추는 이유 또한 그것이다.새롭게 KBO 리그의 감독 대열에 합류한 인물 세 명 가운데 지난날 염경엽 감독이 보여준 ‘염갈량’의 지략을 보여줄 인물은 누구일지, 나쁘지 않은 성적에도 두산 베어스 감독 자리에서 불명예 퇴진한 김진욱 감독이 꼴찌 KT를 새롭게 변모시킬 수 있을지, 기존 감독들은 또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여러 가지로 기대를 모으는 2017년 시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