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소리를 찾는 과정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독일의 음향 장비 전문 브랜드 젠하이저가 하이엔드 헤드폰 HE 1을 한국에 선보였다. | 젠하이저,헤드폰,HE1

HE1은 세계 최고란 수식에 어울리던 전설적 헤드폰 ‘오르페우스 HE 90’의 뒤를 잇는 제품이다. 1991년 등장한 오르페우스에 이어 후속 모델의 등장이 25년이나 걸렸다.왜일까?알고 보면 젠하이저는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1968년 세계 최초의 오픈 다이내믹 헤드폰 HD414를 양산한 후 1976년에는 적외선 방식 무선 이어폰 HDI234를 세상에 내놓아 주목을 끌기도 했다. 1991년엔 첨단 회로 기술을 접목한 오르페우스를 선보였다.“오르페우스는 젠하이저의 기술력을 세계에 증명하기 위해 개발했어요. 세계 최고의 헤드폰이라는 목표를 위해 당시 사용할 수 있는 최고 기술과 재료로 만들었죠. 물론 그건 HE 1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지난 25년간 어떻게 하면 오르페우스를 개선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그 해답으로 HE 1을 만들어냈습니다.”젠하이저 기업의 공동 대표인 다이엘 젠하이저는 HE 1이 ‘완벽한 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최고의 소리를 구현하는 제품은 맞지만, ‘완벽한 소리’란 게 정해진 것이 아니기에 HE 1이 결코 도착지가 될 수는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젠하이저는 지금도 완벽한 소리를 찾는 과정을 끝없이 추구한다고 했다.HE 1은 기술적으로 대단히 복잡한 제품이다. 기술을 통해 감성을 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이에 다이엘 젠하이저는 HE1의 새로운 특징을 크게 세 가지로 꼽았다. 먼저 변환기다. 변환기는 8개의 ESS SABRE ES9018 칩을 사용해 디지털 음악 신호를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한다. 쉽게 말해 완전히 새로운 구성이다.두 번째는 2단계 앰프. 튜브 앰프와 트랜지스터 앰프의 장점을 결합한 구성에 헤드폰 이어컵에 달린 추가 앰프로 임펄스 충실도를 최대한 높였다.마지막으로 디자인이다. 디자인에는 움직임도 포함된다. 카라라 대리석을 사용한 본체로 보기에도 멋지지만, 전원을 켤 때 버튼과 진공관이 움직이며 멋진 오프닝을 연출한다.이렇게 복잡한 제품이 도대체 어떤 프로세스로 개발되는지 궁금했다.“제품을 만드는 회사이기 때문에 당연히 엔지니어의 발언권이 강합니다. 하지만 젠하이저의 모든 제품은 ‘완벽한 소리’라는 목적을 가졌기에 엔지니어의 힘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긴 어렵죠. 우리는 최신 과학을 바탕으로 강렬한 감정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 조율하죠. 그게 우리의 프로세스입니다. 어느 하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모두 다 필요해요.”HE 1은 시장 상황에 따라 1년에 200~250대 생산할 예정이다. 아주 극소수를 위한 시장을 공략한다.이런 하이엔드 시장은 정확한 판매 예상이 어렵다. 실제로 판매에 크게 연연하는 제품도 아니다. 그런데도 젠하이저가 한국 시장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투자하는 이유가 있다.한국 소비자는 독일 엔지니어링에 이해도가 깊고 음악 교육 수준도 높다. HE 1 같은 하이엔드 제품이 한국 같은 작은 시장에서 팔릴 것이라 예상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마지막으로 ‘HE 1이 크게 성공한다면 곧바로 후속을 만들 생각인가’라는 질문에 다이엘 젠하이저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불가능합니다. 우리는 약간 진보한 수준이 아니라 혁신적으로 발전한 제품을 추구해왔습니다. 세계 최고라 자신했던 오르페우스 이후 기술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기까지 25년 걸렸습니다. 그게 HE 1입니다. 다시 말해 이 제품은 현재 우리가 가진 모든 기술의 집약체입니다. 그러니 당장 후속을 만드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죠.”HE 1 청음 소감, 최진(톤마이스터)“현재 믹싱 작업 중인 서울시향의 생상스 오르간 심포니(정명훈 지휘)를 들어봤다. 현장에서 느꼈던 오르간의 초저음이 생생하게 전달되는 느낌이었다. 일반 헤드폰으로는 경험하기 힘든 표현력이다. 강주미, 손열음의 슈만·브람스 음반에서도 내가 표현하려던 비단결 같은 질감과 뵈젠도르퍼 임페리얼의 심장을 두드리는 무게감이 그대로 그려졌다. 대부분의 정전식 헤드폰이 중역과 고역대에서는 해상도가 뛰어나지만 저음이 풍부하지 않은 게 단점이다. 그런데 HE 1은 저음이 풍부하면서도 인위적으로 과장되지 않고 정확하다. 특히 고음에서 아주 편하다. 더 바랄 게 없다.”젠하이저 HE 1정전식 헤드폰으로는 세계 최초로 ‘Cool class a MOS-FET 고전압 앰프’를 이어컵에 사용해 앰프 스테이지 효율을 시중 제품보다 200퍼센트 높이 올렸다. 초정밀한 사운드를 위해 2.4마이크로미터 두께의 백금 기화 진동판을 쓰고, 튜브 앰프와 트랜지스터 앰프를 결합해 임펄스 손실을 최소화했다.코끼리나 박쥐만 인식할 수 있는 4Hz에서 100kHz까지 광범위한 주파수 대역을 실현할 뿐 아니라 소리 왜곡률을 0.01퍼센트까지 줄인 것도 특징이다. 앰프 하우징을 카라라 대리석으로 제작해 보기에 멋질 뿐 아니라 앰프의 견고한 떨림까지도 잡는다.가격은 6000만원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