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키드(naked)라는 장르는 언제나 흥미롭다.
모터사이클의 가장 기본이자 순수한 상태, 즉 핵심을 정확히 표현한 제품이다. 이런 제품은 카울(껍데기)을 최대한 덜어내고 엔진과 프레임, 각종 부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구조다.
사실 네이키드는 모터사이클의 기본을 의미하지만, 이런 말이 특히 강조되는 것은 속도를 추구하는 풀 카울 모델의 등장과 관련이 있다. 네이키드는 시간과 장소에 크게 영향받지 않는 장르다.
하지만 최근엔 대부분 도심에 어울리도록 진화했다. 부담을 덜어낸 구조 덕분에 덩치는 줄고 무게는 가벼워졌다. 이런 특성이 복잡한 시내 주행에서 장점이 됐다. 환경의 특성에 맞춘 선택이었다 .빠르게 흐르는 도시의 시간처럼 네이키드도 발전을 멈추지 않았다. 출력은 계속해서 높아지고 조작성은 한층 직관적으로 변했다.
여기에 전자 장비가 더해지며 안전성도 높아졌다. 물론 가끔은 욕망의 끝을 표현하는 다른 차원의 결과도 탄생하기 마련. 일명 ‘하이퍼 네이키드’다.
야마하 MT-10이 바로 그런 모터사이클 중 하나다.
MT-10은 슈퍼 스포츠 모델인 YZF-R1의 유전자를 이어받았다. 4기통 998cc 엔진은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강력하다. 최고 출력은 160마력(1만1150rpm)이고, 9000rpm에서 최대 토크 11.3kg·m를 토해낸다. 엔진이 발휘하는 힘은 상상 그 이상이다.
실제로 두 허벅지 사이에 MT-10을 끼고 달려보기 전까지 그 힘을 모두 알 수 없다. 초반부터 강하게 분출되는 토크가 차체를 사정없이 가속시킨다. 스로틀 레버를 비트는 순간 속도감이 라이더를 덮친다. 엔진 회전이 절정에 다다를 때 마치 시공의 한 부분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하다.
물론 환상적인 가속력은 MT-10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코너링도 일품이다. 코너의 입구에 도달하면 육중한 바이크가 노면에 딱 붙어 라이더가 원하는 라인을 정확하게 그린다. 이때 긴장은 별 도움이 안 된다. 몸에 힘을 빼야 말을 더 잘 듣는다. 약간 단단한 서스펜션 세팅이기에 라이더마저 경직되면 다루기가 어렵다. 민감한 스로틀 반응과 단단한 서스펜션 등 약간 신경질적인 감각이 존재한다. 쉽게 길들여지지 않는 자존심이랄까? 애초 일상적인 무대가 아니라 스포츠 주행을 위해 태어난 모터사이클이다. 그러니 도로에서 과하다는 말이 당연하다.
하지만 MT-10은 차가운 도심에 분명 잘 어울린다. 따듯하게 라이더를 안아주기보다 라이더의 실력을 더 요구하는 이성적인 구석이 있다. 퇴근 후 MT-10에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더 이상 지루한 일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목적지가 없어도 무작정 달리고 싶다. 스로틀을 과감히 돌리면 번쩍이는 도시의 밤 풍경이 빛처럼 빠르게 스쳐 지난다. 빌딩 숲 사이를 통과해 번화가 뒷골목과 시내 중간에 위치한 산길을 순식간에 통과한다. 일상이라는 무대 안에서 이렇게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경험도 드물다. MT-10 같은 과감한 네이키드를 타며 오늘도 몸속에 뜨거운 피가 흐르는 것을 느낀다. 온몸을 움직여 반응하고 정신을 집중한다. 이건 종합 스포츠이자 문화다.
이게 바로 모터사이클의 본질이다.
하이퍼 네이키드, 야마하 MT-10
슈퍼 스포츠 모델인 야마하 YZF-R1의 DNA를 물려받았다.
1400밀리미터의 짧은 휠베이스로 코너에서 민첩하게 움직인다. 전방을 향하는 공격적인 라이딩 포지션도 특징. 4 실린더 크로스플레인 수랭식 엔진은 저속과 중속에서 특히 높은 토크를 내도록 설계됐다.
드라이브 모드는 크게 세 가지(기본, A, B). 모드에 따라 스로틀 반응이 확연하게 달라진다. 전자제어식 크루즈 컨트롤과 3단계 트랙션 컨트롤 등 안전 장비는 기본이다.
가격은 1795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