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게스트가 나오는 것도, 주제가 몹시 흥미로운 것도, 고정된 촬영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굳이 장르를 정의해보자면 JTBC <한끼줍쇼>는 토크쇼에 가깝다.
처음 볼 때만 해도 이경규와 강호동이 티격태격하거나 닫힌 대문 앞에서 끊임없이 거절당하는 걸 보는 게 이 쇼의 재미인 줄 알았다. 그러나 프로그램이 알려질수록 이들에게 밥 한 끼 주겠노라 선뜻 문을 열어주는 집이 늘어났고, 덕분에 쇼의 진짜 재미를 알게 됐다.
두 사람이 방문한 동네의 특징에 집중하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저녁 밥상에 한쪽을 내준 사람들이 무슨 사연을 품고 사는지를 듣는 잔잔한 재미 말이다.
성수동에서 만난 젊은 부부는 자신들이 한창 힘들던 시절에 받은 도움을 잊지 않고 있기에 자신들도 베풀고자 한다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창천동 하숙집에서 만난 중국인 하숙생들은 타지 생활의 즐거움과 고단함을 말한다.
담배 좀 끊으라는 손녀의 지청구를 귓등으로 듣는 창신동 할머니의 능청에 비하면 이경규와 강호동의 티격태격은 별 재미도 아니다.
<한끼줍쇼>보다 조금 먼저 시작한 JTBC 예능 <말하는 대로>도 얼핏 흔히 보던 강연 프로그램처럼 보이기 쉽지만, 무대와 객석 사이의 구분이 없는 수준을 넘어섰다. 연사를 길바닥에 세워놓는다.
쇼가 자리를 좀 잡은 요즘에야 지나가던 행인들이 쇼의 로고를 알아보고 조금씩 자리에 앉는다 쳐도, 초창기에는 연사가 직접 길 가는 사람들을 붙잡아 세워놓고 내 이야기를 좀 들어달라고 설득해야 했다.
관객이 연사의 귀한 말씀을 들으려고 바쁜 시간을 쪼개어 녹화장을 찾는 게 아니라 바쁘게 길을 걷는 시민들 곁으로 연사가 다가가 잠시 시간을 허락해달라고 말해야 하는 이 희한한 쇼. 강연 프로그램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하다.
유병재처럼 무대를 스탠드업 코미디를 할 공간으로 활용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최서윤 <월간 잉여> 편집장처럼 자기 생각을 토해낼 공간으로 활용하는 사람도 있고, 오영환 소방관처럼 구조 활동의 애환을 이야기하며 시민들의 협조를 구하는 기회로 쓰는 사람도 있다. 결국 <말하는 대로> 또한 굳이 따지자면 변칙 토크쇼다.
<한끼줍쇼>와 <말하는 대로> 이전에 JTBC <김제동의 톡투유>가 있다. 예능국에서 만드는 두 프로그램과 달리 보도제작국에서 만드는 이 프로그램은 역설적으로 가장 전통적인 토크쇼 형태를 띠고 있다.
자기 이름을 내건 메인 MC가 있고, 음악을 들려주는 하우스 밴드가 있고, 고정적으로 자리를 지키는 패널들이 있고, 매회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게스트가 있다. 대학이나 시민회관 대강당을 빌려 녹화하고, 무대를 한껏 활용한다는 점도 토크쇼의 전형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김제동의 톡투유>가 여느 토크쇼와 다른 점은 쇼 대부분을 게스트나 패널이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방청객의 이야기로 채운다는 점이다. 김제동은 연신 방청객에게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듣고 흥미로운 대답을 건넨 방청객에게 마이크를 쥐여주며 자신의 이야기를 해보라고 독려한다.
덕분에 김제동은 무대 위보다 객석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마이크를 전달하고 배분하는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방청객의 이야기가 재미있을수록 게스트와 패널의 비중이 줄어들지만 아무도 그것에 불평하지 않는다. 애초에 쇼의 모토부터가 ‘당신의 이야기가 대본’인쇼이기 때문이다.
같은 방송사에서 만든 프로그램들이라고 해서 이걸 의도된 흐름이라고 해석하는 건 억지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 세 편이 느슨하게 보여주는 JTBC 토크쇼의 방향성은 비교적 선명하다.
<김제동의 톡투유>가 전국 대학교를 순회하며 대강당을 빌려 방송한다면, <말하는 대로>는 아예 시민들이 지나다니는 거리로 다가가고, <한끼줍쇼>는 평범한 이들의 집 안으로 불쑥 머리를 들이밀고 한 끼를 청한다.
<말하는 대로>가 무대와 객석의 위계를 없앴다면, <김제동의 톡투유>와 <한끼줍쇼>는 연예인들이 평범한 장삼이사들의 이야기를 궁금해하고 경청하게 만듦으로써 무대와 객석의 관계를 역전시킨다. 말하자면 세 편 모두 방송국 스튜디오를 벗어나 나와 당신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오늘을 묻는 쇼인 셈이다.
이미 다른 방송사의 토크쇼들이 우후죽순 폐지를 면치 못하고 있을 때 새로운 주제인 정치(<썰전>)와 섹스(<마녀사냥>)를 꺼내 들고, 외부인의 시선으로 한국과 세계의 오늘을 토론하는 것(<비정상회담>)으로 장르의 가능성을 탐색한 바 있는 JTBC다. 매번 성적이 좋아 얄밉기는 하지만, 사람 곁으로 다가가는 JTBC의 이번 실험도 성공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