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로 포르나세티를 수식하는 단어는 다양하다. 화가, 조각가, 판화가, 디자이너, 수집가, 스타일리스트, 장인, 갤러리스트, 전시 홍보 담당자. 그는 생전에 1만3000여 점의 오브제와 장식품을 디자인하고 제작했다.
디자인과 예술이 다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인물이기도 하다. 그의 장식 세계는 착시 효과, 형이상학적 풍경, 다양한 변주로 표현되는 신비로운 얼굴 등 시적 상상력의 향연이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포르나세티 특별전: Practical Madness>가 진행 중이다. 전시는 3월 19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그의 명성만큼 반응이 뜨겁다. 밀라노의 포르나세티 아카이브에서 선정한 1300여 점의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전시장은 포르나세티가 화가로서 선보인 작품을 시작으로 아티스트 북을 생산하던 인쇄소, 1940년대, 1950년대, 1960년대에 있었던 조 폰티와의 긴밀한 협업, 1970년대부터 그가 사망한 1980년대까지의 힘들었던 시간, 그의 아들 바르나바 포르나세티가 창조하는 현대적인 최근 작업까지 아우른다.
포르나세티가 선보인 방대한 주제의 작업을 섹션별로 나눠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 형식이다.
이 전시의 시작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밀라노 트리엔날레 디자인 뮤지엄에서 포르나세티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전시가 열렸다. 그의 아들이 기획을 맡았다.
엄청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고 전시가 끝난 후에도 열기가 식지 않아 2015년 파리 장식미술관에서 순회 전시로 이어졌다. 아시아에서는 서울에서 최초로 개최된다.
마술을 부리는 듯한 피에로 포르나세티의 광기가 21세기를 달궜다. 우리는 그의 작품에서 현재의 삶을 되짚어보고 반성하게 된다. 시대를 뛰어넘는 소통이 포르나세티의 모든 작품이 지닌 엄청난 힘인 것이다.
단순하게는 디자인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인물에 불과하지만 조금만 본질을 파고들면 그 이상이다. 그는 시대를 초월한 선지자다. 그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전시에서 확인할 수 있는 ‘형이상학의 방’은 그의 최고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비현실적인 공간을 연출했다.
1967년 <하우스 앤 가든>이란 잡지에 보낸 ‘형이상학의 방’을 직접 설명한 편지에 이런 내용이 담겼다.
“이 공간은 하나의 개인, 혹은 여러 사람들에게 그들이 머물면서 그들의 창조적이거나 종교적인, 또는 뭔가 다른 종류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명상을 위한 공간이 되길 바란다. 현대인들은 명상이라는 이 위대한 습관을 망각하고 있다.”
인생의 정답은 앞으로 나아가기만 해서는 얻을 수 없다. 잠시 멈추고 사유해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