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고, 마티니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마티니는 제임스 본드만을 위한 칵테일이 아니다. | 마티니

세상이 복잡해지면 칵테일의 왕이 세계를 바로잡는다. 결국 다시 마티니로 돌아온다. 이 복귀는 마티니 자체처럼 투명하다.어느 저녁 레스토랑에 자리를 잡고, 화학 수업 시간의 주기율표 같은 칵테일 메뉴를 훑어보고 있다고 치자. 이 칵테일들이 혀에 얼마나 실망스러운 혼란을 줄 것인가. 세상에,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치나르, 샤르트뢰즈, 브룩라디, 베헤로프카, 그리고 그레이프프루트 주스, 아몬드 밀크, 루바브 비터스 베이컨... 이런 게 어떻게 맛있을 수 있지? 사실 맛없다.쿠페 잔 속의 대재앙이다. 설명만 읽어도 예감할 수 있다. 이 칵테일의 절반은 얼음에 기침약 로비투신을 따른 맛일 테고, 나머지 절반은 복숭아 통조림에서 따른 액체보다 달 것이다.싫고 또 싫다.월리스 스티븐스의 말을 빌리자면, 마지막 부정 끝에 긍정이 온다. 그리고 그 긍정에 우리의 즐거움이 달려 있다.“저기요...”하며 종업원에게 마티니를 주문한다. 전통주의자라면 진 마티니를, 다른 의미로 순수주의자라면 보드카 마티니를 주문한다. 술의 깃발 꽂기 게임인 양 27가지 맛이 서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싸우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하나의 맛을 원한다.우리는 힘든 하루를 보냈다. 그러니까 힘든 하루와 반대되는 맛을 기대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한 가지 자극이다. 차가운 맛. 입술에 댔을 때 차갑고, 마지막 한 방울을 정복했을 때까지 계속 차갑기를 원한다.마티니 감식가인 요리사 제프리 자카리안이 말한다.“그 위에서 스케이트를 탈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정도로 차가워야 합니다.”요즘 이런 말을 하고 싶을 수 있다.“마티니가 지금 제때를 만났어.”특히 냉동된 술병들과 닉&노라 글라스들이 놓인 런던 스타일 카트를 테이블 옆으로 가져오는 레스토랑 조지(자카리안이 비벌리힐스에 새로 오픈한 곳) 같은 곳에서는 그런 말을 하고 싶을 수 있다.하지만 마티니는 늘 제때를 만난다. 마티니에서 중요한 것은 ‘제때’다. ‘뇌를 차갑게 식히며 통찰하는’ 만남을 이루는 제때.아주 신중하게 예식처럼 만드는 마티니의 모습을 보기 위해 갈 만한 장소로는 새로운 곳도 있고 오래된 곳도 있다. 맨해튼의 베멜만스와 슬로셜리, 브루클린의 매종프리미어, 할리우드의 무소&프랭크그릴, 워싱턴의 마르셀스 등이다.앞서 한 말을 부정하며 말하자면, 소박함과 반대되면서도 고전적인, 뛰어난 칵테일도 있다. 뉴욕 폴로바의 베스퍼(진과 보드카에 릴레 블랑을 올린 칵테일)가 있고, 다운타운으로 더 들어가면 닉스라는 바에서 투명한 토마토 워터를 이용한 ‘마티니가 블러드메리에 키스하는’ 모닝 매시업을 맛볼 수 있다.미국에서 내가 좋아하는 마티니는 샌프란시스코의 프로그레스에서 만날 수 있다. 맨 위에 로즈메리 오일이 똬리를 틀고 있는 마티니다.브루클린에 있는 아스카의 에다 바와 사랑에 빠지기도 했다. 이곳에서는 마티니의 모든 규칙을 깨고 발틱 해 호박유를 넣는다. 선사시대의 벌레가 들어 있는 보석인 호박으로 만드는 기름이다. 아스카 바텐더 셀마 스라비아크는 이렇게 설명한다.“손님들이 실제로 수십억 년 전의 것을 마시는 거죠.”그렇다고 겁먹지 말자.고대의 호박이 없어도, 마티니로 뇌가 기분 좋게 녹아내리는 경험을 집에서도 간단히 해볼 수 있다. 전통적인 조리법이 최선이겠지만 내가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아침에 질 좋은 보드카와 잔 2개를 냉동실에 넣어둔다. 집으로 돌아와 밤에 냉동실에서 잔을 꺼내 드라이 베르무트를 따른다. 여기에 보드카를 조금 따른다.‘얼음은 넣지 않아도 될까’ 걱정된다면, 이것이 런던에 있는 듀크스에서 마티니를 만드는 방법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안심이 될 것이다. 듀크스는 무하마드 알리가 권투에 헌신했듯 마티니에 헌신하는 곳이다.“이거야! 잘 만들었네.” 이런 말이 입에서 나오는 순간,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