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이가 있다는 것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36명의 인생 선배를 찾아간 기록. | 일본,책,도서,히라노 타로,사진가

나와 선배히라노 타로, 한스미디어일본 사진가 히라노 타로가 자신의 선배 36명을 만나 사진을 찍고 글을 썼다.그게 이 책의 전부다.훈련된 작가가 아닌 만큼 글도 옹이 자국 남은 나무처럼 들쑥날쑥. 본인도 후기에서 ‘글자 수는 제각각에다 몇 번이나 같은 이야기가 적혀 있는 걸 보니 역시 초보라는 생각이 든다’고 순순히 적어뒀다.그런데 이 책에는 묘하게 자꾸 페이지를 넘기게 하는 힘이 있다. 말하자면 이런 느낌이다.조용한 바에 혼자 있는데 옆자리에 모르는 손님이 앉았다. 자신이 존경하는 선배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중이다. 말은 서툴지만 본질을 보는 눈이 있다. 그는 앞서간 사람들의 믿음직한 등을 바라보며 걷는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그 마음이 멋있어서 소소한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게 된다. 에는 그런 이야기 36편이 실려 있다.책 속의 선배들은 각자의 일에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 평생 자기 분야에서 전력을 다해 노력했다. 작가는 그걸 알아보고 존경할 준비가 되어 있다. 선배를 찾아가 한껏 감탄한 후 공들여 사진을 찍고 서툰 글솜씨라도 최선을 다해 마음을 표현했다. 선배들에 대한 투박하고 순수한 존경이 페이지 바깥 독자에게까지 전해진다.한국 남자들은 롤모델이 없는 채 21세기라는 전대미문의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었다. 11월호 20대 특집 설문 조사에서 롤모델을 물었을 때 가장 많은 표를 얻은 대답도 ‘없다’였다. 그래서 의 수줍은 존경이 더 귀중하다.일본 패션 잡지 에 같은 이름으로 3년간 연재한 걸 책으로 엮었다는데, 전문 편집자들이 굳이 이 사람에게 글과 사진을 맡긴 이유를 알 것 같다. 36번째로 만나는 마지막 선배가 자신의 아버지인 것도 감동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