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에어서울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저가항공 시장에서도 새로운 바람이 분다. | 여행,에어서울,저가항공,항공,아시아나

에어서울이 취항했다. 지금까지의 한국 항공사와는 메인 컬러나 로고가 확 다르다. 다른 노선을 간다는 의지가 느껴진다.실제 항공 노선도 다르다. 2016년 12월 취항이 예정된 곳은 일본 히로시마·나가사키, 중국 마카오다. 앞으로는 일본 도야마·마쓰야마·다카마쓰·아사히카와, 중국 칭다오 등에 취항할 예정이다.에어서울은 저가 항공으로 분류된다. 미국의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저가 항공의 시초다. 항공 산업은 비행기가 오래 떠 있고 사람이 많이 탈수록 수익률이 올라간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이 원칙에 모든 걸 바쳤다.서비스를 줄였다. 공항 이용료가 싼 소형, 노후 공항에 취항했다. 클래스를 통일해 면적 대비 좌석을 최대한 넓혔다. 발권기를 없앴다. 비행기는 딱 한 기종만 썼다. 보통 비행기가 내리면 다시 날 준비를 마치는 데 1시간쯤 걸린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15분에 끝냈다. 모두 효율을 위해서다.“한국 저가 항공 1세대가 이걸 그대로 가져왔죠.” 에어서울 브랜드전략팀 김한성 과장은 나름의 저가 항공 발달사 분류법이 있었다.“2004년부터 금융 위기 전까지입니다. 한성항공이 터보프롭 항공기로 사우스웨스트 항공처럼 국내선을 저가에 제공했어요. 그런데 미국 모델은 한국에서 자리 잡을 수 없었어요. 한국은 도로 포장이 잘되어 있고 시내 가까이에 소형 공항이 없어요. 그걸 깨닫고 2세대로 넘어갑니다. 제주항공, 이스타, 진에어 등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금융 위기 이후 리스로 비행기를 운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때 양적으로 많이 성장했죠. 개인적으로는 에어서울이 3세대라고 생각합니다.”에어서울은 기존 항공사(FCA)와 저가 항공(LCC)이라는 이분법에 속하지 않는다. 저가 항공처럼 좌석 등급은 하나뿐이지만 좌석 간격은 FCA 수준으로 넓다. 또 저가 항공처럼 기내식을 판매한다. 반면 모든 좌석에 최신형 스크린이 달려 있다.기존의 한국 저가 항공은 매출이 보장되는 김포-제주 노선을 운항한다. 그런데 에어서울은 국내선 자체가 없다. 수익률에 집중한다는 저가 항공의 대전제는 같다. 하지만 미국식 모델을 재현해서는 한국에서 돈을 벌 수 없다. 에어서울은 이 사실을 깨달은 한국 항공업계의 실험이다.에어서울은 아시아나항공 자회사다. 에어서울은 아시아나항공의 묘수일 수도 있다. 사실 에어서울 노선 대부분을 이루는 일본 소도시 노선은 아시아나항공의 기존 취항지다.국토교통부가 낸 보도 자료에 따르면 이 기존 취항지는 적자 노선이다. 이용료를 조금 낮추고 이코노미 클래스만 있는 항공기를 띄워볼 만하다. 신규 항공사를 만들어 적자 노선을 이양하면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제표는 향상된다. 신규 항공사는 원래 있던 노선을 새로운 것처럼 홍보한다. 훌륭한 그림이다.에어서울의 상큼한 민트색 뒤에는 냉철한 통찰이 있다. 보통 항공 여행자는 비즈니스 승객과 여행자로 나뉜다. 비즈니스 승객은 시간에 민감하고 재구매율이 높다. 여행자는 가격에 민감하고 재구매율이 낮다.“이제는 ‘리피터’라는 그룹이 생겼어요. 간 곳에 또 가는 여행자 그룹입니다. 여행자처럼 가격에 신경 쓰지만 재구매율이 어느 정도 됩니다. 기존 고객 구분으로는 분류되지 않아요.” 김한성의 말이다. 에어서울의 일본 소도시 취항은 리피터에게 특히 매력적이다. 같은 나라를 계속 가다 보면 다른 도시에도 가고 싶어지니까.에어서울은 새로운 시대의 산물이다. 기존 항공사도 저가 항공사도 아닌 항공사가 기존 고객으로 분류되지 않는 손님을 노린다. 장르와 세그먼트 파괴는 자동차에서 대중음악까지 고루 나타난다. 항공업계는 안전 규정이 까다로워 변화가 쉽지 않다. 그래도 새로운 변종이 나타난다.마침 특가 항공 요금이 나와서 에어서울을 타봤다. 2박 3일의 인천-나가사키 구간. 노선 초기라서인지 사람이 없어서 무척 편했다. 각 여행지 개발을 얼마나 잘하는지가 에어서울의 성공을 좌우할 것 같다. 나가사키는 아주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