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두 대를 세워놓고 미술 작품이란다. 안규철의 'Two Bicycles’란 작품이다. 현대미술은 이따금 관람하는 이를 좌절하게 만든다. 누군가는 실소가 터졌을 것이다. 왜 우리는 이런 작업을 미술 작품으로 인정하는 것일까.
안규철의 작품은 세상이 외면해온 이미지를 담는다. 실체가 없거나 보이지 않는 것, 혹은 지극히 일상적인 것이다. 자전거, 망치, 탁자, 가방, 문 등 일상의 흔한 사물을 형이상학적 쓰임새의 사물로 바꾸는 것이 그의 일관된 작업 방식이다. ‘Two Bicycles’의 경우 그 작법을 그대로 따른다.
자세히 보면 그냥 평범한 자전거가 아니란 사실을 알 수 있다. 자전거를 반으로 잘라 앞부분끼리, 뒷부분끼리 이어 붙여서 자전거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 언뜻 보기에는 자전거 두 대가 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은 더 이상 자전거가 아니다. 이처럼 별생각 없이 지나치는 부분에 조금만 변형을 주어도 다른 의미가 될 수 있다.
안규철은 1980년대에 <계간미술> 기자로 활동했다. 이런 이력 덕분인지 여느 미술가들과는 조금 다른 독자적인 세계관을 갖게 되었다. 한국 미술계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현실 비판적이면서도 문화적 감수성이 깃든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생각하는 조각가’나 ‘사물들의 통역가’란 수식어가 괜히 붙은 것이 아니다.
안규철의 작품을 보다 깊이 이해하려면 2015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개최한 개인전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를 되짚어보는 게 좋다.
제목은 마종기 시인의 동명 시에서 차용했다. 주변에 넘쳐나는 이미지의 감각적 자극을 넘어 그 뒤에 가려진 ‘보이지 않는’ 생각을 들춰내고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의 이름을 호명함으로써 ‘사랑의 나라’를 향해 여행을 떠나는 테마다.
전시는 신작 8점으로 구성되었다. 미술의 경계를 넘어 문학, 건축, 음악, 영상, 퍼포먼스, 출판을 포괄한다. 관객의 참여로 전시 기간 동안 몇몇 작품을 완성시키는 시도도 돋보였다. 현대미술의 큰 흐름이 고스란히 담긴 전시다.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에서 전시장 전경과 작품 사진, 설명 등을 볼 수 있으니 궁금하다면 직접 들어가보시길.
올해는 규모가 조금 작아졌지만 깊이는 그에 못지않은 안규철의 개인전이 국제갤러리에서 개최된다. 2014년 작인 ‘Two Bicycles’를 비롯해 신작을 포함한 대표작을 전시할 예정이다.
두 대의 자전거가 단순한 사물이 아닌 미술 작품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가? 직접 전시장을 찾아 작품을 마주하기 전까지 그 어떤 미술 작품도 속단하지 마라.
직접 경험한 후에도 모르겠다면 어쩔 수 없다. ‘모르겠다’는 감상을 나쁘다고 폄하할 수 없는 노릇이다. 한 가지만 기억하기 바란다. 당신은 모르지만 당신의 삶과 일상은 예술이 될 수 있다.
2월 21일부터 3월 31일까지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안규철 개인전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