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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컨티넨탈의 부활

아메리칸 럭셔리의 부활로 꼽히는 링컨 컨티넨탈 V6 3.0을 타봤다.

BYESQUIRE2017.02.04

링컨 컨티넨탈 V6 3.0은 완전히 새로운 차지만, 링컨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귀환’ 혹은 ‘부활’이라고 표현한다. 한동안 명맥이 끊겼던 미국산고급 대형 세단이 자존심을 다시 증명하겠다는 뜻이다.

부활한 아메리칸 럭셔리 - 에스콰이어 Esquire Korea 2017년 2월호

부활한 아메리칸 럭셔리 - 에스콰이어 Esquire Korea 2017년 2월호

미국 자동차 브랜드는 누구보다 찬란했던 과거의 유산을 중요시한다. 그래서 지금도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데 집중한다.

새로운 링컨 컨티넨탈도 이런 노력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이 차는 1940년대에 등장한 링컨 컨티넨탈 시리즈의 영광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실제로 1940년대 모델은 미국 자동차 역사를 통틀어 스타일의 정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멋졌다. 보는 순간 탄성이 나올 만큼 크고 웅장한 스타일이었다. 생산량이 많지 않았을뿐더러 값도 롤스로이스만큼이나 비쌌기 때문에 고귀했다.

이런 이유로 컨티넨탈은 자연스럽게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황금기를 보낸 미국인들에게 환상을 심어주는 존재가 됐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트루먼, 아이젠하워 등 대통령의 자동차로 활약한 것만 봐도 컨티넨탈이 지닌 의미를 알 수 있다. J. F. 케네디가 암살당할 때 타고 있던 차도 링컨 컨티넨탈 오픈톱이다.

컨티넨탈은 데뷔 이후 쿠페와 컨버터블, 세단과 리무진으로 영역을 넓히며 2002년까지 9세대로 진화했다. 하지만 2002년을 끝으로 10년 이상 후속 모델의 소식을 감췄다. 다른 미국 자동차 회사처럼 링컨도 1970~1980년대의 석유파동에 흔들렸고, 1990년대 말부터 SUV와 엔진 다운사이징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대형 세단의 존재가 잊혔다.

하지만 완전한 단종은 아니었다. 15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다시 10세대가 등장했다. 링컨이 새로운 컨티넨탈을 ‘귀환했다’고 표현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새 모델의 핵심 주제는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것이다. 다시 말해 차를 현대식으로 해석하는 데 힘썼다.

EXTERIOR

새로운 컨티넨탈은 과거의 영광을 재해석하는 데 힘썼다. 차 구석구석 세부 디자인은 화려하고 멋지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 모든 것을 합친 결과물은 무난한 편이다. 앞과 옆, 뒷모습에 포인트가 강하게 들어갔음에도 크게 도드라져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보디를 우아한 곡선 실루엣으로 처리한 탓에 크고 웅장해 보여야 하는 차가 다소 작아 보인다.

부활한 아메리칸 럭셔리 - 에스콰이어 Esquire Korea 2017년 2월호

이 모델은 독자적인 분위기가 있다. 우아하고 당당하다. 링컨 엠블럼을 형상화한 시그너처 그릴과 바퀴를 감싸는 우아한 펜더 라인이 시선을 끈다.

지붕은 끝까지 에지를 살린 전통적인 세단의 모습을 지켰다. 요즘 유행하는 둥그스름한 지붕 라인을 거부한 미국 대형차의 고집이 오롯이 담겼다. 그런데도 날렵하고 역동적이다. 트렁크를 가늘게 빼고 밑으로 살짝 내려, 마치 바람을 가르는 요트 같은 느낌을 만들어냈다.

창문 바로 아래 달린 ‘E-래치’ 도어 레버도 흥미롭다. 도어 핸들을 위로 뽑아 보디 패널을 깔끔하게 유지시키는 데 일조한다. 물리적으로 레버를 당기는 게 아니라 레버 안쪽 버튼을 누르는 방식. 그래서 편하지만, 눈에 익으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다.

INTERIOR

부활한 아메리칸 럭셔리 - 에스콰이어 Esquire Korea 2017년 2월호

실내도 확실히 복고풍이다. 디자인과 편의 장비, 소재가 모두 최신식인데도 복고적인 감각을 자연스럽게 유지했다. 정확한 요소를 잡아낼 수는 없지만 디자인 속에 스며든 선과 굴곡, 배치가 그런 감각을 연출하는 듯하다.

시트는 앞뒤 가릴 것 없이 안락하다. 컨티넨탈을 위해 만든 디프 소프트 가죽을 이용해 눈으로 보는 만족감과 몸으로 느끼는 편안함을 모두 충족시켰다.

특히 앞좌석 시트는 30방향으로 움직이는 구조를 통해 운전자와 동승자의 몸에 최대한 맞출 수 있다. 등받이와 허리 받침뿐 아니라 어깨와 허벅지도 독립적으로 움직인다.

트림이나 옵션에 따라서 앞뒤 시트에 마사지 기능도 있다. 마사지는 예상보다 효과적이다. 성인 주먹 크기의 커다란 볼이 허리와 엉덩이를 꽉꽉 눌러줘 피로가 빠르게 풀린다.

시트와 그릴, 각종 버튼까지도 디자인으로 꽉 채웠다. 컨티넨탈은 미국 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백의 미가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 특정 부분은 너무 복잡해 보이기도 한다.

뒷좌석 공간은 예상만큼 넓지 않다. 하지만 안락하다. 무릎 공간이 충분하고, 원한다면 전동 시트를 앞으로 빼 살짝 눕힐 수도 있다. 공조 장치와 엔터테인먼트, 시트 및 마사지를 제어하는 2열 중앙 컨트롤러도 깔끔한 인터페이스로 이루어졌다.

뒷좌석 헤드레스트는 독창적이다. 여느 자동차처럼 크고 거추장스러운 형태가 아니라 머리에 꼭 맞게 디자인한 작고 아담한 크기다. 비행기 비즈니스 클래스 시트처럼 패드 양쪽을 구부려 머리를 지지할 수 있다. 별거 아닌 부분이지만 실제 사용에서는 아주 편하다. 이런 게 바로 제대로 된 현대식 해석이다.

컨티넨탈은 가장 하위 트림을 제외하고는 19개 스피커를 사용하는 레벨 울티마 오디오 시스템을 쓴다. 스피커가 많으면 한층 뛰어난 음질을 기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실내에서 들리는 음악 소리는 어느 한 부분이 도드라지지 않는다. 자연스럽다. 그저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부활한 아메리칸 럭셔리 - 에스콰이어 Esquire Korea 2017년 2월호

컨티넨탈의 엔진은 2.7리터 GTDI와 3.0리터 GTDI 두 가지다. 현재는 3.0리터 V6 트림만 판매하지만 2.7은 3.0과 엔진만 다를 뿐 모두 6단 변속기와 네 바퀴 굴림 방식을 쓴다.

시승 차는 3.0리터 트윈 터보 엔진을 얹은 프레지덴셜이다. 출력은 393마력, 55.3kg·m를 발휘한다. 무게 2톤이 넘는 거대한 세단의 움직임, 딱 예상한 대로다. 조용하고 부드럽다. 커다란 요트를 탄 것처럼 노면을 따라 흐른다.

엔진 회전수가 낮을 때 가속페달은 약간 굼뜨다. 터보가 엔진에 바람을 밀어 넣는 데 시간이 지연되면서 순간적으로 멈칫하는 구간이 있다. 그 부분만 지나면 엔진은 쉬지 않고 활기차게 출력을 토한다.

가속페달에 힘을 주면 갑자기 ‘왕’ 하고 RPM이 치솟으며 차가 급격히 속도를 높인다. 속도를 높일 때도 네 바퀴 굴림은 노면과 밀착하며 안정적이다. 주행 상황에 따라 앞뒤, 양옆으로 동력을 분배하는 네 바퀴 굴림 시스템과 노면 상태에 따라 세팅을 계속 바꾸는 서스펜션이 만났기에 가능한 일이다.

컨티넨탈은 과거를 통해 현재를 새롭게 만들어냈다. 반세기가 넘는 시간을 뛰어넘어 새로운 형태로 영광을 살려냈다.

하지만 링컨이 언제까지 과거의 끈을 잡고 있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컨티넨탈에게 과거가 없는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 그러니 그 틀을 완전히 깨버리지 않는 이상 가치를 계속 유지하긴 어렵다. 새로운 가치가 없는 차는 미래를 살지 못한다. 오리지널에서 반사된 영광 속에서 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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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김 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