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해피'한 세상을 기원하는 퍼렐

클린턴의 지원 연설에 나선 퍼렐 윌리엄스와 함께 한 날의 기억들.

BYESQUIRE2017.02.05

퍼렐 윌리엄스는 우리 시대 가장 다재다능한 아티스트이자 지난 10년 동안 가장 즐거운 노래를 우리에게 선사한 사람이다. 이제 새 앨범, 새 영화, 정치의 조류 변화 앞에서 퍼렐은 모든 것에 의문을 던지려 한다.

Make America Happy Again - 에스콰이어 Esquire Korea 2017년 2월호 코트 드리스 반 노튼. 셔츠 고샤 루브친스키. 바지 지스타. 부츠 팀버랜드.

퍼렐은 작곡을 하지 않는다.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나? 물론이다. 퍼렐은 일일이 다 표시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곡을 작곡했다.

그러나 퍼렐은 그 개념 전체에 의문을 제기하려 한다. 퍼렐은 귀를 기울인다. 신호에 귀를 기울인다. 퍼렐은 노래를 ‘수신한다’.

“모든 게 주어진다고 생각해요. 모든 게 그렇죠. 우리가 창작하는 게 아니에요. 어떤 형태나 형식으로 우리한테 주어지는 거죠.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 자기기만입니다. 저는 주스가 아닙니다. 주스를 시원하게 만드는 얼음도 아닙니다. 잔은 확실히 아니죠. 저는 그냥 빨대입니다.”

빨대가 되는 것이 쉽다는 말은 아니다. 노래를 얻으려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가장 위대한 재능은 자기 자신을 아는 거죠. 자신을 알게 되면 인생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됩니다. 자신을 모르면 길도 찾을 수 없죠.”

로스앤젤레스 산페르난도 계곡에 햇무리가 금빛으로 솟고 있다. 우리는 활짝 열린 역사의 품으로 날아가려 한다. 아니, 적어도 그렇게 생각한다.

퍼렐이 밴나이즈에 있는 공항에 차를 세우고 퍼렐 팀 전체를 롤리까지 데려갈 걸프스트림 IV에 오르는 동안 가능성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그곳 롤리에서 동부 해안에 금빛 햇무리가 가라앉을 때 퍼렐은 힐러리 클린턴, 버니 샌더스와 함께 연단에 설 것이다.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탄생할 줄 알았던 날의 5일 전이다.

퍼렐은 연설을 할 것이다. 사람들을 결집시킬 것이다. 함성을 지를 것이다. 퍼렐은 소환되었다.

퍼렐이 선거 유세 코스에서 공연하는 데에는 논리적 이유가 있다. 퍼렐은 마흔세 살이고, 여덟 살 난 아들 로켓이 있으며, 아내 헬렌 라시칸은 둘째를 임신 중이다.

그렇지만 퍼렐은 스물세 살이라고 해도 통할 것이다. 유명한 노래 ‘Happy’로 퍼렐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퍼렐을 행복을 전파하는 외계인 대사로 볼 것이다. 행복 자체가 롤리로 소환되었다고, 행복을 가장 잘 보이게, 또 능숙하게 내놓을 수 있는 그릇으로 퍼렐이 나왔다고, 그것도 마감 직전에 나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수십 년 동안 미국 정치에서 확실한 법칙 중 하나는 ‘행복 전사’다. 마침내 백악관에 입성하는 후보는 더 즐거움을 주는 후보(레이건,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예언의 지팡이도 미국 역사상 가장 기묘한 선거가 이루어지는 이 예측 불가한 날들에는 아무 효과가 없는 것 같다. 어느 후보도 조금도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아무도 행복하지 않다.

그래서 퍼렐이 회색 휴먼 메이드 후디와 꽃무늬 지스타 바지를 입고 팀과 함께 밴나이즈 공항에 도착하고, 대합실에서 ‘폭스뉴스’ 홍보 영상이 “이제 선거가 닷새 앞으로 다가왔고, 경쟁은 어느 때보다 뜨겁습니다”라고 소리치고 있을 때, 이 광경은 슈퍼 영웅 영화의 한 장면으로 보이기 쉽다.

건드리는 것마다 달콤하고 말랑말랑한 사탕으로 만드는 마법의 약을 마신 ‘행복 박사’가 세상을 구하러 오고 있다(음, 여기에는 흑인 유권자들이 함께할지도 모른다. 비욘세와 제이지가 다음 날 HRC 기차에 오른다).

퍼렐의 노래와 퍼렐이 패널로 출연한 ‘보이스’ 네 시즌을 보면 퍼렐을 영적인 인물, 세속과 거리가 먼 인물로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조지 해리슨처럼 영적인 세계에 빠져 있는 듯한 오라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직접 만나보면 (조지 해리슨도 그런 말을 들었듯) 퍼렐은 사람들의 생각보다 훨씬 단단하며 훨씬 재미있고 놀랄 만큼 사근사근하다.

퍼렐은 피곤하다고 말하지만 피곤해 보이지 않는다. 아침에 해를 맞이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운동을 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운동을 열심히 한 몸매와 자세를 갖추고 있다. 퍼렐의 창의력은 연결이 전부다. A와 B를, X와 Z를 연결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는 것이다.

퍼렐의 음악은 잡식성이다. 퍼렐 자신은 1980년대 펑크 음악을 많이 들었다고 말한다. 스틸리 댄의 도널드 페이건과 함께 작업하고 싶다고 가볍게 말한다. 담을 건설하는 것과 다리를 건설하는 것에 비유하자면 퍼렐은 금문교를 건설하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적어도 이 비행기 안에서는 퍼렐이 스핑크스처럼 신비롭지는 않다. 그리고 퍼렐은 정치에 대해 애증이 혼재하는 말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정치가들을 크게 믿지는 않습니다.”

퍼렐은 21세기가 시작될 무렵 활동했던 N.E.R.D.의 초기 작업을 강조한다. 당시 퍼렐이 쓴 가사는 퍼렐의 주류 팬들이 깨닫거나 기억하는 것보다 신랄하고 의문을 던지는 것이었다.

퍼렐은 선거운동 방향에 대해 힐러리 팀과 의견을 달리한다. ‘서포터’로 불리는 것이 못마땅하다. 퍼렐은 ‘견해가 있는 서포터’로 불리기를 바란다. 비행기가 활주로에서 속력을 높이기 시작할 때 퍼렐은 “잠시만요”하고 말한 뒤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자세를 취하고 눈을 감는다.

하늘에서 미국 서부의 메마른 계곡 위를 가로지르는 동안 우리 대화는 여자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퍼렐에게 힘을 준 것-녹음실에 갈 계획을 취소하고 노스캐롤라이나 주 롤리로 날아가게 만든 것-은 이제 여성이 앞에 서야 할 시대라는 믿음이었다.

“여성 지도자를 경험해봐야죠. 제가 뭘 할 수 있을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여성이 원하면 이 나라를 구원할 수 있을 겁니다. 여성이 원하면 세계를 구원할 수 있을 겁니다.”

점프슈트 루이비통.Make America Happy Again - 에스콰이어 Esquire Korea 2017년 2월호 점프슈트 루이비통.

퍼렐은 여성 숭배를 아주 많이 언급한다. 이륙할 때 양손을 맞대고 누구에게 기도했는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퍼렐이 노래를 그냥 아무 데에나 받는 게 아니다. 퍼렐은 크리스천 가정에서 자랐고, 더 높은 힘에 대한 신념을 거침없이 말한다.)

“여성은 많은 짐을 짊어지고 있죠. 인류 전체를 떠받치고 있습니다. 그건 심오한 일입니다. 그런데 여성이 이 땅에서 동등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어요. 미친 거죠. 여성은 감정을 억눌리고 영혼에 억압받고 야망도 무시당합니다.”

퍼렐의 페미니즘은 최근 영화 <히든 피겨스>를 낳았다. 이 영화에서 퍼렐은 제작자로 참여하고 작곡도 했다. 영화는 미국 역사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묻혀 있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데오도르 멜피 감독, 타라지 P. 헨슨, 옥타비아 스펜서, 저넬 모네이 주연의 이 영화는 1960년대 초 미국이 소련과 우주 경쟁을 벌이던 때, 버지니아에 있는 나사의 랭글리 연구소에서 일하며 크게 기여한 흑인 여성 세 명(캐서린 존슨, 도러시 본, 메리 잭슨)의 이야기를 다룬다.

수학 공식, 컴퓨터 프로그래밍(당시 걸음마 수준), 기계공학 등에서 이 흑인 여성들의 획기적인 업적이 없었다면 우주인 존 글렌의 캡슐은 그랜드터크 섬 근처에 성공적으로 도착하기는커녕 비행 궤도에 진입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수십 년 동안 이 여자들의 이야기는 그저 평가절하된 것이 아니다. 아예 알려지지 않았다. 레이더에 걸리지도 않았다. 아무도 듣지 않았다. 퍼렐이 말한다.

“조금이라도 중요한 여성의 기여는 역사에서 누락되거나 평가절하되거나 아예 삭제됐습니다.”

미국 우주인이 마침내 달에 갈 수 있게 한 수식의 계산에 여성이 큰 기여를 했음에도 나사 조직에서 여성의 존재는 보이거나 들린 적이 없다.

영화에서는 존슨을 연기한 핸슨이 하이힐을 신고 안절부절못하며 랭글리 연구소 본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다른 건물까지 종종걸음을 놓는 장면이 계속 나온다. 인종차별이 횡행하던 그 시절에는 흑인 여성을 위한 화장실을 가까이에 두어야 한다는 생각을 아무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퍼렐이 말한다.

“세상이 그렇게 조작돼 있었죠.”

Make America Happy Again - 에스콰이어 Esquire Korea 2017년 2월호

퍼렐과 오래 함께 작업한 저명한 영화음악 작곡가 한스 짐머가 말한다.

“새로운 지식에 항상 열린 태도를 취하는 것이 퍼렐의 뛰어난 면이죠. 퍼렐은 항상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입니다.”

한스 짐머와 퍼렐은 <히든 피겨스> 음악을 작곡할 때 <필사의 도전> <아폴로 13> 같은 우주인 영화에 흔히 쓰인 코플랜드 스타일의 미국 음악과 다른 것을 만들기를 원했다.

그런 영화에서는 애국과 승리를 표현하는 데에 트럼펫이 쓰였지만, 짐머의 말에 따르면 ‘흑인 음악 사운드가 스며들게’ 해야 했다. 짐머와 퍼렐은 바탕에 마일스 데이비스가 은근히 깔리기를 바랐다. 짐머가 말한다.

“퍼렐은 늘 그렇듯 이 모든 것을 더 높이 끌어올렸습니다.”

퍼렐은 이 영화음악을 녹음할 때 오케스트라 멤버에 여성과 흑인을 최대한 많이 넣기로 결정했다.

“세계 곳곳에서 연주가들을 모았습니다. 올바른 결정이었어요.”

영화 <히든 피겨스>의 음악으로 퍼렐은 사라진 시대를 되살린다. 퍼렐이 초창기 스모키 로빈슨의 옷을 입었다고 상상하면 이 영화음악 앨범이 어떤 느낌인지 알 것이다.

가물거리는 1960년대의 꿈을 모은 리듬앤드블루스 조각들이다. 그러면서도 이 앨범은 첫 싱글 <러닝>에서 알 수 있듯 아주 분명히 느낄 수 있는 퍼렐의 유전자로 가득하다.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공존하는 음악이다.

퍼렐이 <히든 피겨스>에 끌린 이유는 단지 유색 인종 여성의 드러나지 못한 성과를 기리는 줄거리 때문만이 아니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버지니아는 퍼렐이 자란 곳에서 80킬로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다. 퍼렐은 미국 남부 사람으로, 영화 속 교회 바비큐 신의 모습이 어때야 하는지, 소리가 어때야 하는지, 냄새가 어때야 하는지 멜피 감독에게 조언했다.

게다가 퍼렐이 개인적으로 집착하는 것이 영화에 나온다. 바로 우주다. 퍼렐은 <스타 트렉> 광팬이다. 퍼렐이 관련된 의류 브랜드 중 하나인 ‘빌리오네어 보이즈 클럽’은 헬멧을 쓴 우주인 얼굴을 로고로 쓴다. 클린턴과 샌더스를 위한 오프닝에서 퍼렐이 관중을 흥분시킬 롤리에 도착하면, 퍼렐의 분장실 간식 테이블에는 칼 세이건의 사진이 붙어 있을 것이다.

그렇다. 퍼렐은 계약서에 ‘칼 세이건 사진’ 항목을 넣는 사람이다. 퍼렐은 <히든 피겨스>에 관계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면서 “우주가 그쪽으로 저를 이끈 것 같아요”라고 말했는데 그 말뜻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노스캐롤라이나로 가게 된 것도 우주가 이끌었기 때문일까?

이 질문에는 대답하기 힘들다. 이 인터뷰가 이루어지고 있을 때는 여전히 미국이 빛나는 커다란 거품 속에 있었음을 상기하기 바란다. 클린턴이 승자가 아니라는 깨달음으로부터 아직 멀리 있을 때였다. 롤리로 가는 비행기에서 퍼렐은 조심스레 답한다.

“하지 않으면 잠을 못 잘 것 같아서 하게 됐습니다. 그러니까 앞으로 결말이 어떻게 나더라도 제가 노력했다는 사실은 남겠죠. 지금 미국의 상태를 생각하면 밤에 잠이 오지 않습니다. 1960년대 이후 이런 적이 없었어요.”

퍼렐은 지금 특히 남자들이 깨어나서 여성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지금 남자들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으니까요. 자기 자신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아요.”

퍼렐은 팔을 위로 뻗어서 스트레칭한다. 지친 모습이다.

“일본에서 시차로 고생했어요.”

퍼렐은 일본에서 돌아온 지 며칠 안 되었다. 일본에는 자주 간다. (“일본은 강력한 창의력 총알 같아요.” 퍼렐의 말이다.) 롤리더럼 공항에 착륙하기 전, 퍼렐은 소파에 누워 잠시 눈을 붙일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 할 일이 더 남아 있다. 퍼렐이 팀 멤버에게 묻는다.

“연설 원고 챙겼지? 확인 좀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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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렐은 가장 신뢰하는 조력자 캐런 비지와 함께 테이블로 간다. 몇 시간 뒤 유권자들에게 들려줄 연설 원고를 세밀히 손본다.

벽에 있는 지도에 표시된 지금 비행기의 위치는 켄터키 주 퍼듀카 상공이다. 퍼렐이 창밖을 내다보았다면 지평선에 있는 주까지 모든 주가 도널드 트럼프에게 승리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보였을지도 모른다. 어디에 있건 2013년에서 영겁의 거리로 떨어져 있는 것 같다.

2013년에는 우주에서 퍼렐의 존재가 어찌나 지배적이었는지, 과학자들이 ‘퍼렐로전’이라는 새 화학원소를 주기율표에 넣었을지도 모른다.

2013년에는 달콤한 여름 노래가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나왔다. 다프트 펑크의 댄스플로어 자석 같은 곡 ‘겟 럭키(Get Lucky)’와 로빈 시크의 논란을 불러일으킬 자석 같은 곡 ‘블러드 라인스(Blood Lines)’다. 두 곡 모두 그 유전자에 퍼렐로전의 요소가 들어 있다.

역시 2013년 후반, 우리는 퍼렐로전 가성이 살아 움직이는 ‘해피’를 들었다. 프렌치프라이와 강아지에도 굴하지 않을 것 같은, 모자를 쓰고 손뼉을 치는 순진무구한 축복 같은 노래다. ‘해피’가 아동 영화 <슈퍼 배드 2>의 주제곡이라는 사실이 위키피디아 주석같이 느껴질 정도로 ‘해피’는 어디에서나 울려 퍼졌다.

3년 뒤 우리는 ‘개탄스러운 사람들’의 시대를 견디고 있다. 박탈감과 좌절감이 대통령 선거일에 트럼프가 백악관으로 들어가게 하는 데에 주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제 와서 분명해졌지만 클린턴 캠프는 행복을 퍼뜨리는 데에 실패한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클린턴 사람들은 불행한 사람들을 인식하기에는 너무 시야가 좁았다. 노래 ‘해피’ 이야기가 나오자 아이러니하게도 퍼렐은 불행을 이야기하려 한다. 퍼렐은 2013년을 돌아보며 말한다.

“저는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세상 곳곳에 많은 고통이 도사리고 있음을 알아챘죠.”

그 노래가 캘리포니아 남부의 금빛 햇무리처럼 널리 퍼지기 시작할 때 사람들은 퍼렐에게 고마워했다. 그러나 고마워하는 사람들의 바탕에는 우울과 절망이 깔려 있었다. 퍼렐은 움찔했다. 퍼렐이 말을 잇는다.

“사람들이 왜 그 노래를 필요로 했을까 생각했죠. 그러자 생각이 아주 무거워졌습니다. 힘든 시기였죠.”

비행기는 오후 5시쯤 노스캐롤라이나에 착륙한다. 우리는 잠시 대기하고 있다. 엄격한 경호 절차가 필요해서 기다려야 한다.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선수였던 미셸 콴이 우리를 안내한다. 콴은 클린턴 선거운동 본부와 유명 인사들 사이의 연락을 담당해왔다.

우리는 모두 밴에 탄다. 퍼렐은 운전석 바로 뒤에 조용히 앉는다. 밴에서 누가 ‘무감각’을 이야기하며 웅얼거리는데 퍼렐은 그 말을 ‘공감각’으로 잘못 듣는다.

“저한테 공감각이 있어요.”

퍼렐이 말한다. 퍼렐은 음악을 들으면 색과 이미지를 본다.

사진기자들이 기다리고 있고, ‘스트롱거 투게더’ 비행기 안에는 퍼렐만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퍼렐은 주위를 돌아본다. 심오한 말, 앞으로 대통령이 될지도 모르는 사람과 함께할 준비를 하는 이 순간을 지혜롭게 표현하는 말을 할 것 같은 표정이다. 퍼렐이 손바닥을 내민다. 그리고 말한다.

“틱택.”

그렇게 퍼렐은 박하사탕 하나를 받는다. 밴은 공항의 비행장 다른 쪽에 선다. 옆에는 얼굴이 햇빛에 탄 롤리 경찰관들이 모여 있다. 비밀 경호원 한 명이 밴 안으로 고개를 내민다.

비밀 경호원은 우리에게 배지를 하나씩 주며, 이 배지는 보안에 이상이 없다는 표시이고 절대로 잃어버리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잃어버리면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한다. 조심해야 한다. 비밀 경호원이 농담한다.

“배지가 조잡해요. 정부에서 구입한 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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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렐이 앞으로 나온다. 퍼렐은 스트롱거 투게더 비행기로 들어가는 계단을 올라간다. 우리는 기다린다. 마침내 퍼렐이 클린턴과 함께 나와 계단 위에서 대화를 나누고 사람들은 사진을 찍는다. 아주 행복하고 편안해 보인다.

그러나 퍼렐이 밴으로 돌아오고 콴이 밴 앞자리에 앉자, 퍼렐은 미국 전 국무장관과 만나서 인사한 그 자리를 단순한 기념 촬영 행사로 보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퍼렐이 여기까지 먼 길을 온 것은 단순히 관중을 위해 미소를 짓기 위해서가 아니다. 퍼렐에게는 할 말이 있다. 퍼렐은 사람들이 자신의 말에 귀 기울이기를 원한다. 퍼렐의 억양을 주의 깊게 들으면 ‘퍼렐은 이 모든 일이 잘 풀리리라고 확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퍼렐이 콴에게 말한다.

“제가 선거 유세에서 느끼는 문제는 이겁니다. 현실적이지 않아요. 이상에 치우쳐 있어요. 우리는 현실적이 되어야 합니다.”

밴이 스트롱거 투게더 비행기에서 멀어져 공항 활주로를 지나가는 동안 퍼렐은 무감각이 아니라 공감각을 느끼고 있다. 퍼렐은 소리를 듣는다. 다시 말하면 소리로 본다. 그리고 클린턴 선거 캠프도 자신과 같은 것을 볼지 궁금해한다. 퍼렐이 말한다.

“미국인 대부분요? 이건 막상막하의 경주죠. 미국인 대부분이 아니에요.”

퍼렐은 트럼프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고 그저 ‘그 사람’이라 칭하며 말한다.

“그 사람한테는 논리가 안 먹혀요. 스캔들도 안 먹혀요. 그 사람 이야기를 꺼내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한테 언론의 주목이 가게 하는 거죠.”

콴은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찬성도 반대도 아닌, 그저 에티켓을 갖춘 고갯짓이다. 분명 퍼렐은 정치권 안에서만 통하는 이런 행동을 모두 깨트리고 “정신 차려요! 제대로 들어봐요! 지금 어둠이 승리하고 있어요!” 하고 외치고 싶은 모습이다.

그러나 퍼렐의 정치 분석이 아무리 정확하더라도(그리고 며칠 뒤에 퍼렐의 현실주의가 정확했음을 알게 되지만) 이제 귀를 기울이기에는 늦었다. 밴 안은 금방 조용해진다. 오른쪽에 트럼프 홍보 비행기가 보인다. 트럼프의 슬로건이 적힌 비행기가 같은 공항에 서 있다. 퍼렐이 그 비행기를 보다가 고개를 돌리며 말할 때 그 목소리에 긴장감이 감돈다.

“미국을 또 미워하게 되는군요.”

지금 돌아보면, 그날 저녁의 선거 유세 행사가 축제 같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확실한 승리의 기운이 맴돌았다고 말할 수 없다. 월넛 크릭 경기장의 코스탈 크레디트 유니언 뮤직 파크에서, 우리는 백스테이지로 간다. 클린턴이 거기 있다. 클린턴이 말한다.

“샌더스 대사만 오면 됩니다.”

말을 감정으로 바꿀 수 있는 공감각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면 클린턴의 말이 이렇게 들렸을 것이다.

‘저는 수백 년 동안 선거 유세 활동을 해온 것 같습니다.’

샌더스가 도착한다. 샌더스의 머리카락에는 버몬트의 눈송이가 붙어 있고, 슈트는 입체파 그림처럼 구깃구깃하다. 샌더스는 칼 세이건의 사진이 붙은 테이블이 있는 퍼렐의 분장실로 간다. 그리고 친밀하게 포옹한다. 샌더스가 말한다.

“잘 있었어요? 이 안에 화장실은 있어요?”

그리고 샌더스가 나간다. 클린턴이 복도에 잠시 모습을 드러낸다. 퍼렐이 평소와 달리 잠시 망설이는 표정을 짓는다. 퍼렐은 민주당 대통령 후보에게 다가가서 함께 셀피를 찍어도 괜찮느냐고 묻는다. 클린턴이 말한다.

“그럼요. 뭐든 좋죠.”

두 사람은 딱 붙어서 활짝 웃는다. 셀피 포즈를 취하는 것은 우리 시대를 가장 크게 대표하는 일이지만 퍼렐처럼 신중한 사람은 그런 행동에도 조금 부끄러워한다. 퍼렐이 말한다.

“제가 그런 부탁을 했다는 게 부끄럽네요. 앞으로는 절대 하지 않을 겁니다.”

퍼렐은 그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지 않을 것이다.

클린턴과 샌더스는 각자의 분장실로 간다. 클린턴 측 직원 한 명이 퍼렐의 분장실에 나타나서 묻는다.

“어느 분이랑 얘기해야 되죠? 이제 ‘해피’를 부르셔도 될까요? 지금 무대에서 ‘해피’를 부를 수 있나요?”

침묵을 머릿속 생각으로 옮길 수 있는 공감각적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면 분장실의 침묵이 이렇게 들릴 것이다.

‘아니, 당신들은 일을 정말 이상하게 하는군요.’

그러나 비지는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줄 아는 사람이고, 고개를 끄덕여 답한다. ‘해피? 괜찮다.'

Make America Happy Again - 에스콰이어 Esquire Korea 2017년 2월호

롤리의 무대 위에서 퍼렐은 4000명이 넘는 관중에게 말한다.

“제가 느끼기에 리더십의 옛날 정의는 ‘나를 봐, 내가 리더야’였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정의는 ‘아니, 자기 자신을 보세요. 제가 듣겠습니다’가 되어야 합니다.”

나중에 보면 예언 같은 말이 될 테지만 퍼렐이 바란 것과 같은 결말은 아니다. 선거가 끝났을 때 트럼프의 승리가 확실해질 텐데 많은 사람들-유세 봉사자들, 여론 조사 요원들, 정치 분석가들, 기자들, 페이스북 친구들이 둥근 돔에 둘러싸인 자신들의 방 밖 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던 것이다.

늘 그렇지만 정치 유세와 히트곡 만드는 것에는 공통점이 많다는 사실이 증명될 것이다. 두 가지 모두 ‘신호에 얼마나 귀를 기울이는가’, ‘허공에 떠도는 것을 과연 잘 수신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퍼렐이 관중을 선동하는 것을 보면 퍼렐은 이런 진리를 잘 알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퍼렐은 “이 나라에서는 모든 남성과 여성이 평등하게 태어났습니다”라는 문장을 말하고 있는데, ‘남성과’에 이어 ‘여성이’를 말하기 전 잠시 말을 쉰다. 그 간격이 완벽하다.

그리고 퍼렐은 ‘여성이’를 한 번 더 말하고 관중은 그 말을 따라서 소리친다. 그 다음에 퍼렐은 ‘여성이’를 또 한번 외친다. 그리고 관중이 승리의 손뼉과 함께 행복한 함성으로 ‘여성이’라고 외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서 퍼렐은 공항 비행장으로 돌아간다. 로스앤젤레스 집으로 가는 비행기가 출발하기 전, 퍼렐은 어둠 속에서 혼자 서성이며 일에 관련된 전화 통화를 한다.

내일 퍼렐은 임신한 아내와 아들과 함께 집에서 잠을 깰 것이다. 비행기에서 나는 퍼렐의 결혼반지가 손가락에 딱 맞지 않고 헐렁하게 끼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심지어 가끔 그 금반지를 이 사이에 물기도 한다. 나는 퍼렐에게 그 이유를 물어본다.

퍼렐은 아내 헬렌도 비슷한 반지를 가지고 있으며, 두 사람의 반지는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한다. 반지 안이 비어 있고, 그 안에 두 사람의 탄생석이 눈에 보이지 않게 들어가 있어서 쟁강쟁강 소리를 낸다. 퍼렐은 다이아몬드, 헬렌은 루비.

반지는 음악 같은 소리를 낸다. 퍼렐이 내 왼쪽 귀에 반지를 댄다. 퍼렐이 말한다.

“안에 보석이 들어 있어요. 귀를 기울여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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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Esquire Korea
  • 사진|MARIO SORRENT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