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불명의 소설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말레이시아 작가가 쓴 '해 질 무렵 안개 정원'은 말레이시아 소설인 건 아니다. | 책,독서,문학,도서,소설

이 소설은 어느 나라의 산물이라고 봐야 할지 애매하다.작가는 말레이시아 사람이다. 그런데 런던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해 지적재산권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작가가 되었다. 첫 책인 부터 영어로 글을 썼다. 그가 알려진 배경도 맨부커상 예심이라는 영어권 문학 시장이다.그는 20세기 아시아의 복잡한 상황을 100퍼센트 이용한다.주인공 윤 링은 영국의 고급 교육을 받은 말레이시아 판사다. 영어와 말레이어를 함께 쓰는 엘리트 계급, 하지만 엘리트답지 않은 험한 과거가 있다.일본이 말레이시아를 침공했다. 고문과 노동으로 죽어간 사람들 중엔 그녀의 가족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녀도 일본인 군인 때문에 손가락이 잘렸다. 여기까지는 그냥 식민 지배를 당한 사람의 울분 이야기다. 솔직히 흔한 설정이다.작가는 여기서부터 등장인물을 미묘한 장소로 집어넣는다. 죽은 그녀의 언니가 남긴 마지막 소원은 교토에서 본 아름다운 일본 정원을 만들어달라는 것.마침 말레이시아에는 전 일본 왕실 소속 정원사 아리토모가 있다. 윤 링은 자신과 가족을 망가뜨린 일본을 증오하면서도 언니의 소원 때문에 일본인 정원사에게 일본 조경을 배운다.민주주의와 공산주의는 세기말 유럽에서 태어나 미국과 소련이라는 거대 제국을 만든 후 아시아를 피로 물들인다. 윤 링이 정원을 배우는 틈틈이 말레이시아에서도 공산주의자와 정부의 내전이 일어난다. 윤 링도 투항한 공산주의자를 정부와 연결하다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그녀는 혼란스럽다. 가족을 죽인 일본의 정원사와 사제 관계가 되는 것, 폭력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 무엇이 옳을까. 사람은 무엇을 통해 구원을 얻어야 할까.탄 트완 엥은 강하게 주장하는 대신 안개 정원처럼 희미하게 보여준다. 이념과 과거가 아니라 사랑과 아름다움이 중요하다는 것을.세계화가 진행되고 다양한 문화가 섞이면서 문학에 국적을 붙이는 게 조금씩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국문학, 독문학, 영문학 등의 분류가 머쓱해지는 이야기들이 나온다.다문화적 주제와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는 21세기에 더욱 복잡하고 유려해진다. 처럼.누구에게 좋을까?이제 서양 작가는 질린다는 힙스터.어디서 읽을까?무게가 조금 무겁다. 내용은 좋은데 표지가 너무 못생겼다. 밖에서 읽기 신경 쓰일 정도.한 구절만 꼽으면?“오래된 집은 기억들을 간직하고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