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파크애비뉴의 영장류

2월에 추천하는 비문학 도서 신간 '파크애비뉴의 영장류'에 관하여.

BYESQUIRE2017.02.15

파크애비뉴의 영장류

웬즈데이 마틴은 뉴욕에 사는 똑똑하고 예쁜 아기 엄마다. 예일대에서 문화 연구로 학위를 받고 30대 중반에 결혼해 뉴욕에 자리를 잡았다.

2월에 그녀는 처음엔 뉴욕 다운타운에 정착했다가 9·11 테러 이후 시부모님이 근처에 있는 어퍼 이스트 사이드로 이사한다. 어퍼 이스트 사이드는 뉴욕에서도 가장 보수적이고 부유한 곳이다.

보통 초고가 부촌의 부자들을 다루는 시선은 크게 둘로 나뉜다. ‘너무 멋져요. 너무 훌륭하고 너무 부럽고 너무 대단한 삶이야’라고 거의 섬기듯 바라보는 시선. 아니면 ‘부당한 방법으로 부를 편취한(일부러 어려운 말을 써야 한다) 고도 자본주의 체제의 약탈자들’처럼 증오에 찬 눈으로 바라보는 시선이다.

마틴은 아주 흥미로운 세 번째 시점을 새로 만들었다. 그는 본인의 전공을 살려 뉴욕의 최고 부유층을 인류학적 연구 방법론으로 바라본다. 시집을 아주 잘 가서 무리 중의 왕으로 군림하는 아기 엄마를 대왕 원숭이의 행동론으로 해석한다는 뜻이다.

<파크애비뉴의 영장류>는 자세한 묘사가 돋보이는 아주 기묘한 논픽션이다. 웬즈데이 마틴의 시점에서는 세상에서 생활비가 가장 비싼 동네에 속할 어퍼 이스트 사이드의 엄마들 역시 영장류의 규칙으로 움직이는 똑같은 인간일 뿐이다.

그녀들은 무리의 암묵적 규칙에 따라 버킨 백을 사고 겨울이면 하나같이 몽클레르를 입는다.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 처음 온 다운타운풍 옷차림의 작가는 새로 도착한 정착지에서는 서열 외의 암컷일 뿐이다.

그래서 스스로도 과도한 소비주의를 비웃던 그녀는 어느 날 남편을 붙잡고 “나도 버킨을 가져야겠어”라고 선언하기에 이른다. 버킨을 사고 아이를 좋은 학교에 보내며 작가 역시 뉴욕 맘들의 무리 사이로 들어간다.

그녀의 인류학적 시점 덕분에 부자 엄마들은 입체적이고 모순적인 면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이들은 신기할 정도로 매사에 너무 많이 지출한다. 어디에나 큰돈을 쓰는 이 동네의 문화가 웃기다는 걸 알지만 무리의 일원인 게 중요하므로 무리의 질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말도 못할 만큼의 생활비를 쓰면서도 남편이 망하거나 남편과 이혼하면 이 호화로운 생활도 끝이라는 등의 불안으로 늘 스트레스가 차 있다.

지독한 속물에게도 인간적인 부분이 있다. 그녀들은 결국 아이를 잉태하고 낳고 키우는 여성 공통의 기쁨을 아는 엄마들이다. 자연과는 정반대와도 같은 초도시화된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도 영장류의 기본적인 공감이 남아 있다. 작가는 웃기면서도 날카로운 보고서 속에서 그 당연한 사실을 찾아낸다.

나오자마자 영화화됐다는데 읽다 보면 이해가 간다.

누구에게 좋을까?

도시 사람, 패션 피플, SSG에서 장 보는 아기 엄마와 그녀의 남편.

어디서 읽을까?

들고 다니며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적당한 무게다. 다만 표지가 남성적이지는 않다.

한 구절만 꼽으면?

“어퍼 이스트 사이드 엄마란 여기서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임을, 나는 참 힘들게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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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박 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