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트에 대한 실용적 철학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수트서플라이 CEO 포크 드 용은 슈트의 멋을 꼭 돈으로 살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 수트,슈트,패션,남자,스타일

제대로 된 슈트를 사려면 거금을 써야 한다? 수트서플라이의 CEO 포크 드 용의 생각은 다르다. 그걸 증명하기 위해 직접 패션 비즈니스에 뛰어들었다. 그 이야기를 들어봤다.법을 공부하다가 패션 비즈니스를 시작하게 됐다고?이탈리아의 여러 곳에서 멋진 옷을 싸게 사서 주변 사람들에게 팔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그런 작은 트렁크 쇼로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친구들은 기꺼이 내 고객이 됐다. 그러다 패션 사업에 관심이 깊어졌고, 업계가 돌아가는 방식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됐다. 불필요한 중간 단계가 너무 많았다. 옷값이 비싸지는 게 당연했다. 난 다르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그래서 한 일은?수트서플라이가 다른 슈트 브랜드와 다른 것은 세 가지다. 먼저 수직적인 비즈니스 구조를 따르는 것. 기획부터 생산과 유통, 판매를 직접 관리하는데, 트레이드 쇼에 가거나 리셀러 혹은 에이전시를 찾을 필요가 없으니 옷값에서 그만큼 비용이 빠진다. 두 번째는 매장 위치. 오래된 교회, 펜트하우스 사무실, 소호의 커다란 로프트 등을 개조해 매장을 만들었다. 그런 장소를 찾는 게 흥미로웠고 렌트비도 저렴했다. 마지막으로 수트서플라이는 광고를 하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이 가격을 합리적으로 낮추는 조건이다.그렇지만 수트서플라이 서울 매장은 청담동이다.마찬가지로 청담동 뒷길에서 찾았다. 작은 골목길이 친밀해 보였다. 가서 품질 대비 가격을 보면 깜짝 놀랄 거다.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재단사의 공간이 눈에 띈다.가격을 낮추기 위해 불필요한 비즈니스 단계를 줄였으나 품질은 타협할 수 없다. 수트서플라이는 최고급 원단을 사용해 슈트를 만들고, 수트서플라이의 모든 고객은 문을 나서기 전에 매장에 상주하는 전문 재단사가 자신의 몸에 꼭 맞게 완벽히 재단한 슈트를 받게 된다. 이러한 품질 관리와 서비스가 고객과의 관계를 견고하게 만든다. 사소한 디테일이 큰 차이를 만드는 건 분명하니까.수트서플라이의 역사는 16년. 밀라노, 런던, 취리히, 뉴욕, 상하이 등 전 세계에 70여 개 매장이 있다. CEO로서 빠른 비즈니스 확장에 대한 어려움은 없나?글쎄, 우리의 성장은 하루아침에 이룬 게 아니다. 기초가 단단하면 브랜드를 키우고 유지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2개의 매장이 금세 20개로 늘어나는 건 일도 아니다. 올해 미국과 아시아를 비롯한 나라에 더 많은 매장 오픈 계획을 세우고 있다.매장 확장 외에 향수나 그루밍 제품을 낼 계획은?모든 걸 하려고 하면 욕심이 된다. 우린 잘하는 것에 집중하려고 한다. 우리가 잘하는 건 슈트이고 테일러링이다. 한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결코 타협해선 안 되는 슈트의 조건이 있다면?핏. 분실물 센터에서 쇼핑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은 게 아니라면 몸에 잘 맞는 슈트를 골라야 한다.일하지 않는 시간에는 뭘 하면서 지내나?패브릭 라이브러리에 들른다. 19세기와 20세기의 복식사에 대한 정보를 얻고 200년이 넘는 원단의 디자인과 패턴, 짜임, 기술도 살필 수 있는 곳이다. 시기로 치면 새로운 음악과 문화, 디자인이 꽃을 피웠던 1970년대에도 관심이 많다. 그 시대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지금에 맞게 해석하려고 골똘히 생각한다. 그 외에 쉬는 시간에는 카이트 서핑을 한다. 한국 남자는 유행에 민감하다. 그런 한국 남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게 있다면?조끼. 스리피스로 입을 땐 격식을 더할 수 있고, 재킷 없이 입으면 귀여운 멋이 난다. 과감한 사람이라면 화려한 색이나 무늬가 가득한 조끼도 괜찮은 선택이다.좋아하는 양말 색은?양말을 잘 안 신는다. 보통 슈트에 맨발로 스니커즈를 신는다.당신은 네덜란드 사람으로 뉴욕과 암스테르담에서 번갈아 살고 있다. 자주 가는 곳은?암스테르담에선 보트를 하나 빌려 친구와 함께 기다란 운하를 도는 걸 좋아한다. 골목마다 바가 많은데 잠시 정차해서 와인이나 좋아하는 술을 마시면 참 여유롭다. 암스테르담에 갈 일이 있다면 꼭 여름에 가길 권한다. 뉴욕에선 루프톱이 있는 빌딩을 추천한다. 봄이 좋겠다. 첼시의 스탠더드 호텔이나 미트패킹에 있는 소호하우스의 루프톱에선 고층 건물이 가득한 풍경을 감상하며 뭐든 느긋하게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