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 읽어두면 좋은 책 5권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3월에는 책 한 권이라도 읽고 싶었다면 여기 5권 중에서 하나 골라보자. | 책,독서,도서,서적,콘돌의 마지막 날들

혼자를 기르는 법김정연, 창비안동에 살던 이시다는 서울에 올라와 혼자 산다.돈이 없는 서울에서의 생활은 혹독하다. 쾌적한 공간도 함께할 사람도 없다. 돈이 안 되는 일만 많다. 정신적으로 외롭고 육체적으로 피곤하며 희망은 쉽게 보이지 않는다. 이시다는 표지의 그림처럼 햄스터 한 마리와 함께 서울에서의 삶을 이어간다.은 이시다의 일상에 대한 41화짜리 만화다. 40개의 본편과 1개의 부록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서울에서 사회생활을 하는 젊은 사람이라면 꽤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작가와 등장인물이 여자라 여자들이 조금 더 공감할 수도 있겠지만 진짜 훌륭한 이야기는 성별쯤이야 우습게 뛰어넘어 더 많은 사람에게 파고든다. 도 그렇다. 혼자 있어서 외롭고 어색한 건 여자의 특징이라기보단 인간의 특징이다.에 나오는 여자들은 의연하게 혼자 산다. 동물을 기른다. 여자 둘이 친구가 된다. 친구가 된 여자들끼리 낚시 여행을 떠난다. 여자들끼리 춤을 춘다. 야속한 도시에서 외로워하고 열심히 일해봤자 상자 같은 원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신을 측은해하면서도 마음 둘 곳을 찾아내서 열심히 따뜻한 마음을 주고받는다.그렇게 도시의 여자들이 이 책의 제목처럼 혼자를 천천히 길러간다. 책의 화풍이 귀여울 뿐 이 책의 일상은 필사적인 싸움과 크게 다를 바 없다.하지만 그녀들은 조금씩 강해진다. 위로가 안 될 듯한 곳에서도 위로를 찾고 어떻게든 존엄을 잃지 않은 채 매일을 버틴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건 때로 고통스럽지만 굉장히 감동적이다.을 읽던 중 개인적으로 고통스러운 일이 있었다. 말 못 할 계기로 시작된 말 못 할 일이 말 못 할 방법으로 끝나서 나는 말도 못 할 정도로 상처를 입었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혼자 남아 을 읽었다.한 손으로 두루마리 휴지를 흘려보내듯 페이지를 넘기다 잠깐씩 멈춰서 몇 대사를 좀 더 오래 보기도 했다. 책이 다 끝나자, 서울에서 나만 이런 건 아니구나 싶었다. 그런 면에서 나는 이 책에 빚진 셈이 됐다.아이의 뼈송시우, 한스미디어아무도 소설을 안 읽는 것 같은 한국에서도 훌륭한 소설이 계속 나오고 있다. 는 사회파 추리소설을 쓰는 송시우의 단편집이다. 사회파 추리소설이 뭔가 싶은데, 사회적인 이슈를 소재로 해 범죄가 해결되는 과정을 다룬 소설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하지만 좋은 음악에 굳이 장르를 따지지 않는 것처럼 는 그냥 좋은 이야기가 모여 있는 소설집이다. 소설집의 제목이자 첫 소설이기도 한 는 이런 이야기다.동네 부자의 딸이 유괴되어 살해된다. 범인이 잡히고 죗값을 치르지만 아이의 시신을 찾지 못한다. 노파가 된 딸의 엄마는 출소한 범인에게 거래를 시도한다. 죽은 자식의 뼈를 엄마가 돈을 주고 사겠다고 전하라고, 노파는 국선 변호사에게 말한다. 어떻게 되었을까.뒤가 저절로 궁금해진다는 점에서 훌륭한 이야기의 미덕이 그대로 살아 있다. 송시우의 소설은 한국의 오늘을 다룬다.은 감정적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진 전화 상담원의 이야기다. 는 마음을 기댈 곳이 반려동물 나박이뿐인 여자가 사는 원룸의 다른 방에서 살인 사건이 생기는 바람에 생기는 이야기다. 21세기의 한국이라는 특수한 나라의 특수한 순간이 송시우의 미스터리 소설 안에서 디오라마처럼 살아난다.아무도 소설을 안 읽는 듯한 세상에서 소설은 문화 상품 생산자 사이의 B2B 상품이 되고 있다. 송시우의 전작인 과 은 이미 영화화 계약이 끝났다.소설이라는 시장이 되든 안 되든,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은 인류의 역사 이래로 가장 오래된 직업이다. 송시우 같은 사람이 그 직업의 맥을 잇고 있다.콘돌의 마지막 날들제임스 그레이디, 오픈하우스첩보의 시대가 끝난 줄 알았다면 단단히 착각한 것이다. 불과 며칠 전에 북한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이 목숨을 잃었다. 사람이 피살당한 일에 이런 표현은 그렇지만 정말 그림 같은 전략이었다. 따라다니다 보면 한 번은 보안이 느슨해질 것이 확실한 공항을 택했다.공항은 총기류는 물론 칼날도 못 갖고 들어간다. 9·11 테러의 주역들이 커터 칼로 테러를 성공시킨 후 더 심해졌다. 독침은 작게 만들어 숨길 수 있는 최고의 무기다. 거기다 말레이시아는 북한의 우방국이다. 비밀과 거짓말과 거대한 목표는 늘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첩보 소설의 인기 비결이다.의 저자 제임스 그레이디는 1974년 스파이 스릴러 을 발표해 큰 인기를 끌었다. 로버트 레드퍼드가 주연한 영화 의 원작이 이 작품이다. 그레이디는 그 이후로도 와 로 이어지는 일련의 ‘콘돌’ 시리즈를 썼다.은 그가 2015년에 쓴 콘돌 시리즈의 최신작이다. 콘돌 시리즈는 이렇게 길게 갈 운명이 아니었다.의 속편은 이후 40년 만에 발표됐다. 냉전이 끝난 줄 알았던 세계에 다시 불이 붙었다. 소련은 해체되었지만 냉전 시대에 두 제국이 뿌려둔 죄는 사라지지 않았다. 제임스 그레이디도 “민간 항공기 두 대가 세계무역센터에 충돌한 사건 때문에 콘돌을 다시 날아오르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썼다.그동안 세계는 기세 좋게 변했다. 냉전의 산물인 콘돌이 탄생한 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걸프전이 일어나고 21세기에 접어들고 9·11 테러가 터졌으며 스마트폰이 세계에 보급됐다. 은 그 시대를 겪은 20세기의 스파이 콘돌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이야기다.CIA의 비밀 정신병원에서 퇴원해 요원 보호 프로그램을 받으며 사는 코드네임 콘돌은 왜 아직까지 도망 다녀야 할까? 그는 어떻게 될까? 21세기는 어디로 가는 걸까?그레이엄 그린 단편선그레이엄 그린, 현대문학그레이엄 그린은 20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하나다. 이렇게 설명하면 왠지 평론가들이나 좋아할 재미없는 이야기만 써온 사람이라는 느낌이 든다.반대다. 그레이엄 그린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썼다. 그의 소설은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질 정도로 유명했다. 동시에 노벨상 후보로 오를 만큼 문학적으로도 인정받았다. 하지만 그는 평생 세간의 명예에 큰 관심이 없었다. 죽을 때까지 이야기를 만들었을 뿐이다.그의 단편선이 최근 한국어판으로 나왔다. 53편에 달하는 그의 거의 모든 단편이 실려 있다. 일주일에 하나씩만 읽어도 1년이 걸릴 정도의 양이다. 분량도 950페이지에 가깝다.많이 팔렸지만 읽히지는 않았을 스티브 잡스 자서전이나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와 맞먹을 정도로 두껍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읽기도 고르기도 힘들 수 있다.하지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그의 소설 안에는 기묘하고 축축한, 우리의 매일과 비슷한 세계가 있다. 우리와 같은 일상을 사는 사람들이 별안간 자신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과 마주친다. 너무 크고 무뚝뚝한 세계나 운명이 작고 나약한 개인에게 난폭한 힘을 휘두른다.작용 반작용의 법칙처럼 이야기 속의 사람들은 어떻게든 반응하며 스스로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그의 이야기와 그 이야기 속 사람들은 우리를 조롱하거나 비웃기도, 혹은 우리를 위로하기도 한다. 사람은 상황에 따라 더없이 비겁해질 수도 있지만 더없이 숭고해질 수도 있다.그레이엄 그린이 평생 그려온 것이 바로 그 이중성이다. 앞뒤가 안 맞아 보이지만 함께 있는 것만은 확실한. 그래서 우리는 한 작가가 만든 세계를 훔쳐보며 나와 세계를 이해하게 된다. 그게 소설을 읽는 이유 중 하나라고 봐도 되겠다.원더랜드스티븐 존슨, 프론티어어떤 사람은 세상을 움직이는 걸 힘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공포라고 생각한다. 힘과 공포는 확실히 세상을 움직인다.의 작가 스티븐 존슨은 정반대로 주장한다. 사람들이 가장 신나게 노는 곳에서 미래가 태어나는 거라고. 누구나 즉흥적으로, 뜻밖에, 어마어마하게 창의적인 놀이를 마음껏 시도해볼 수 있는 경이로움과 유희 공간에서 미래가 탄생한다고.듣기만 해도 기분 좋은 주장이다. 음모론이나 게이트 같은 이야기보다 훨씬 신선하다. 듣다 보면 이런 일이 다 있구나 싶은 게 같은 책의 재미다.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보라색은 특수한 달팽이에서만 얻을 수 있는 귀한 색인 ‘티리안 퍼플’이었다. 보라색 옷을 아무나 입을 수 없었던 이유다. 그 특수한 색소를 가진 달팽이를 더 찾아내기 위해 사람들은 거친 파도를 헤쳐 나가기 시작했다.인도에서 온 면 속옷의 부드러운 감촉은 영국 여자들을 열광시키며 면직물을 유행시켰다. 책에 인용된 말 중 니컬러스 바본이 1690년에 쓴 의 구절이 있다.“유행을 따르고 색다름을 갈구하고 희귀한 물건을 손에 넣으려는 욕망 때문에 무역이 발생한다.” 무역이 태어나고 그 범위가 점점 넓어지며 세상은 우리가 아는 지금의 모습을 띠게 되었다. 는 이와 같은 이야기를 여섯 가지로 분류해놓고 놀고 싶은 사람들이 어떻게 세상을 바꾸었는지를 설명한다.인간 본능은 안전 지향적이다. 위협의 가능성을 피한다. 쾌적한 환경을 찾아 머무른다. 적절한 짝을 찾아 번식한다.하지만 사람은 이중적이다. 놀라움을 추구하는 본능도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정해진 규칙에서 이기려고만 하는 동안 어떤 사람은 새로운 규칙을 만들려 한다. 정해둔 규칙에서 이기는 사람들이 지금의 세상과 이 도시의 승자가 된다.하지만 가끔 자기가 재미있어하는 규칙을 만드는 데 성공한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미래를 바꾼다. 가 전하는 이야기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어떻게 살고 싶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