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동네 오빠, 누구는 친구 같다고 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왜 옛날에 동네 오락실 가보면 애들하고 되게 잘 놀아주는 형들 있잖아. 가끔 백원씩 주면서 오락도 한 판씩 시켜주고. 좀 모자라는 것 같은데 되게 착한 형. 여섯 명 다 그런 형들 같아. 요즘은 자주 못 보지. 그런데도 가끔 보면 되게 반갑고 그래.”
<무한도전>을 소개하는 한 문장은 이렇다.
“대한민국 평균 이하임을 자처하는 남자들이 매주 새로운 상황 속에서 펼치는 좌충우돌 도전기.”
시작 무렵에는 진짜 그랬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트집을 잡자면 잡을 수도 있다. 누군가는 악담을 하기도 한다.
“그 사람들이 어떻게 평균 이하야? 이미 한국 최고고, 대중문화 최고 권력이지. 제일 잘난 사람들이라고.”
최고라서 악의의 대상이 될 이유는 없겠지만, 그들이 최고라는 건 맞는 말이다. 좋으나 싫으나 그 ‘누군가’의 무한한 말 사이에 그들 모두가 있다.
7주간의 정상화 기간을 두고도 무수한 말이 쏟아졌다. 그 기간도 중계의 대상이 됐다. 어떤 기사는 <무한도전>이 쉬어가는 7주 동안 MBC가 감당해야 하는 손해가 20억 이상이라고 봤다. MBC 예능국 지분의 40퍼센트 이상이라고도 썼다.
김태호 PD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존에 해오던 회의와 녹화는 변함없이 계속 진행되기 때문에 ‘휴식기’, ‘방학’은 모두 틀린 표현이다. 뭔가 대단한 것을 만들어내려는 것이 아니라 <무한도전> 본연의 색깔을 찾아오겠다는 취지다.”
이렇게 말한 적도 있다.
“이런 말씀을 하세요. <무한도전>이 너무 판을 키우려고 한다고요. 또 예전처럼 소소한 게임이나 너희들끼리 즐기는 방송을 하라고요. 그런 말씀을 들으면 속으로는 ‘제가 그런 시도를 안 해봤는 줄 아세요’라고 반항하죠.
그런데 소소하고 알기 쉬운 특집을 하면 ‘(전에 했던 것과) 비슷하다’, ‘쉽게 한다’는 말을 들을 수 있어요. 그래서 회의를 거쳐 여기저기 아이디어를 추가하면 몸집이 커지는 것이고요.”
‘요즘 <무한도전> 재미없다’는 말을 하는 것만큼 쉬운 일이 또 있을까? 대상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말은 화자를 착각하게 만든다. 그 순간만큼은 부정의 대상보다 좀 나아진 것 같아서다.
미디어조차 그런 착각을 좇는다. 한 주만 얌전해도 위기론이 튀어나온다. 위기론이 위기를 만들기도 한다. 형편없는 기사에도 힘은 실린다. 위기는 언제나 팔리니까.
떠도는 말을 이기는 건 늘 행동이었다. 김태호는 행동으로 버텼다. 500회를 기념하는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선 이렇게 말했다.
“<무한도전>의 위상이 커진 후에 회의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우리 한 달에 재밌는 거 딱 한 번만 해보자’고. 10할이 아닌 3할 타자가 되어보자는 현실적인 목표였죠. 그래서 실제로 과거에는 ‘그저 그랬던’ 방송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현재의 애청자들은 재밌었던 ‘레전드’ 방송을 아무래도 더 기억하시다 보니, 그때나 지금이나 ‘3할 타자’인 <무한도전>을 보면서 쉽게 위기론을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물론 ‘위기’라는 말은 이제 익숙한 수식어입니다. 어떨 때는 ‘위기’라는 말이 너무 안 들릴 때 실제로 위기감을 느끼곤 할 정도로요.”
실력 있는 리더는 아무것도 탓하지 않고 행동으로 증명한다. 뭘 시키지도 않는다.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판을 만들어준다. 언젠가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김태호는 이런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있다.
“이제 <무한도전> 멤버들은 웬만한 연출가 정도의 기획력과 감각을 갖고 있다.”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는 이렇게도 말했다.
“제가 처음 <무한도전>을 맡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 하고 계신 분들에게 특히 감사합니다.”
그러곤 11년째 같이 하고 있는 스태프의 팀과 이름을 언급했다. 작품은 혼자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같은 팀과 11년 동안 함께 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김태호는 그걸 아는 책임자다.
그동안 <무한도전>은 카메라 앞에 서는 ‘무도 멤버’들과 카메라 뒤에 있는 그 많은 사람들, 그리고 세월의 총합이 되었다. 그 이름의 책임감이 무거운 진짜 이유다.
<무한도전>과 김태호는 동의어일 수 없는 채 동의어가 되었다. 사실이 아니라도 그 숱한 ‘누군가’가 그렇게 알고 있으니까 그렇게 되는 역설이었다. 김태호는 거듭 강조했다.
“<무한도전>이 내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다만 <무한도전> 안에서는 스스로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그건 기 죽지 말고 부담 갖지 말고 일하자는 의미다.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거다.”
이런 말이야말로 중요하다.
<무한도전>의 힘은 뚝심과 자부심에서 나온다. 그렇게 예능의 지평을 넓히고 또 넓혔다. 어쩌면 위기도 전설도 중요하지 않다. 떠도는 말에 굴하지 않고 모두가 제자리에서 즐거우니까 가능한 시간이었다.
방송이 없는 기간에도 회의와 촬영은 계속됐다. 그들은 쉬는 시간조차 스스로를 증명하고 있었다. <무한도전>의 진짜 힘이었다. 김태호의 무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