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아이비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우아한 여자가 가장 사랑스럽다. 아이비는 늘 우아했다. | 인터뷰,배우,아이비,아이다,키스 미

2016년 2월, 아이비는 뮤지컬 에 출연하고 있다. 그녀는 일주일에 5일 무대에 선다. 쉬는 날은 매번 다르다.상관없다. 어차피 그녀의 모든 일정은 뮤지컬에 맞춰져 있다. 공연이 없는 날에도 쉰다고 할 수 없다. 아이비는 일주일에 5일을 라이브로 공연해야 한다. 그녀는 스스로에게 엄격하다. 감기도 걸리면 안 된다고 말할 정도로.매일 꾸준히 뭔가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운동선수의 근육처럼 탄탄한 느낌이 감돈다. 책임감과 의무감이라고 표현하기엔 조금 부족하다. 세상에는 해야 할 일을 다 했을 때만 느낄 수 있는 건강한 쾌감이 있다.뮤지컬에 대해 이야기하는 아이비의 눈빛에 그 견고한 성취감이 있었다. 아이비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때 중에서 그녀는 일 이야기를 할 때 가장 즐거운 것처럼 보였다.2010년부터 아이비는 뮤지컬을 시작했다. 셰익스피어의 를 각색한 가 뮤지컬 데뷔작이었다. 모든 남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로아레인이 그녀가 맡은 역할이었다. 그녀는 처음부터 관객의 호평을 받았다. 그때의 리뷰를 보면 기대 이상으로 훌륭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볼 수 있다.에 나오기 전 아이비는 음악 무대에 많이 서는 가수였다. 최고의 가수였다. 폴 포지션에서 경주를 시작하는 레이싱 카처럼 처음부터 선두였다. 모두가 아이비를 알았다. 모두가 아이비를 좋아했다.그러다 젊은 톱스타에게 일어나서 좋을 것 없는 일이 생겼다. 소문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좋아할 법한 일. 겉으로는 시끄럽지만 사실은 별일 아닌 일. 이미지가 중요한 연예인에게 이런저런 일은 치명적이다. 하지만 구설은 본질도 아니고 전부는 더더욱 아니다.진짜 소중한 걸 아는 사람은 쓸데없는 비교나 자책을 할 시간이 없다. 자연스럽게 겸허해진다. 아이비는 에서 조연을 맡은 걸 다행이라고 표현했다. 남들은 더블캐스팅의 일부인 앙상블부터 시작하는데 자신은 가수 출신이었던 덕분에 조연으로 시작할 수 있었던 거라고.아이비는 정공법밖에 몰랐다. 그녀의 직업은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것이다. 그녀는 소송 때문에 활동을 할 수 없던 때에 무대의 소중함을 알았다고 했다.그 뒤로 7년이 지났다. 그녀는 금방 인정받았다. 잘하니까.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의 록시 역을 통해 한국뮤지컬대상 여우 신인상을 받았다. 의 주연을 거쳐 의 암네리스가 되었다. 처음에는 아이처럼 철없다가 나중에 각성해서 이집트의 여왕이 되는 인물이다. 뮤지컬에서 조연한 아이비가 7년 만에 대형 뮤지컬에서 여왕 역할을 맡게 되었다.그녀가 자리 잡은 비결 역시 정공법이다. 잘하는 사람이 열심히 했다. 아이비도 스스로의 성공을 과장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부족함을 이야기했다.뮤지컬 배우는 다들 춤도 너무 잘 추고 노래도 너무 잘하더라고. 자신을 지도한 어떤 감독님은 그렇게 작게 노래해서야 어떡하느냐고 말했다고. 그녀는 그때의 일도 빨래가 잘 안 마르더라는 정도로 담담하게 이야기했다.아이비는 프로 입장에서 뮤지컬 배우의 공연과 가수의 라이브가 어떻게 다른지 설명해주었다. 뮤지컬은 공연에서 마이크 소리를 많이 키우지 않는다. 기본적인 발성을 키워서 자기 목소리로 극장을 채운다.거기에 더해 노래로 전하는 연기이므로 감정을 잘 살려야 한다. 춤도 다르다. 뮤지컬의 춤은 발레 기술 등의 고전적인 기본기가 탄탄해야 한다. 뮤지컬 춤과 방송에서의 춤이 달랐다고 떠올렸다.그래서 아이비는 연습했다. 의 여왕 암네리스 아이비가 아직 레슨을 받는다. 일주일에 몇 번씩 가서 계속 노래를 익힌다. 처음에 지적받았던 약한 발성도 옛날이야기. 그녀의 뮤지컬을 본다면 실력을 의심할 수 없다.처음 하는 일은 무엇이든 힘들다. 사람들은 그 앞에서 다양한 선택을 한다. 과정이 좀 무안해도 편리한 방법을 택하는 사람이 있다. 시간이 많이 걸려도 제대로 된 방법을 택하는 사람이 있다. 아이비는 망설이지 않고 제대로 된 방법을 골랐다. 긴 전략이나 대단한 삶의 철학 때문이 아니다. 아이비가 그런 사람일 뿐이다.아이비는 생각해봐야 소용없는 일은 생각하지 않았다. 왜 힘들지만 제대로 된 길을 가려 하는지, 지난 일 때문에 속상한 적은 없었는지, 이런 질문은 아이비에게 할 필요가 없었다.그녀가 생각이 없고 잘 잊는다는 뜻이 아니다. 그녀는 최선을 다해야 할 때 최선을 다하고 어쩔 수 없는 부분은 겸허히 받아들였다. 계속 그랬다. 그러려면 스스로가 성숙하고 우아한 사람이어야 한다. 깊은 바다의 수압을 견디는 조개처럼 스스로의 우아함을 단단하게 유지해야 한다. 아이비는 늘 우아했다.그녀는 타고난 게 많다. 데뷔 전부터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고급스러운 외모가 있다. 계속 들여다보고 싶은 눈빛이 여전히 빛난다. 하지만 진짜 기품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서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다.아이비의 아름다움 역시 그녀가 만들어낸 것이었다. 잘 웃고,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고, 매사에 최선을 다하고, 훌륭한 사람들의 훌륭한 점을 기꺼이 존경하고. 아이비라는 이름으로 사는 박은혜는 계속 그렇게 산다. 연습을 하고 무대에 오른다. 박수를 받고 내려와 다음 무대를 준비한다. 그녀가 앞으로도 계속 무대에 섰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