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와 봄을 맞이하는 방법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벌써 3월, 어느 새 봄이 왔다. 막스 리히터와 필립 글래스가 듣고 싶어졌다. | 음악,클래식,음반,뮤직,버지니아 울프

Three Worlds: Music From Woolf Works막스 리히터, 도이치 그라모폰비발디 ‘사계’의 재창작(2012)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막스 리히터는 클래식 음악 어법에 기반을 둔 창작 음악도 대중의 엄청난 성원을 받을 수 있다는, 일종의 이변을 대변하는 인물이다.막스 리히터의 음악은 레이어를 더하고 덜어내길 반복하며 듣는 이의 감정을 꽉 쥐고 흔든다. 하나의 선율이 둘이 되고, 둘이 넷이 되고, 넷이 백이 되다가 금세 사라지기도 하는. 그 증폭과 응축의 곡선 그래프는 단순하지만 극적이다.물론 막스 리히터 이전에도 다수의 작곡가가 미니멀리즘의 카테고리 안에서 비슷한 작업을 이어왔다. 그런데 왜 막스 리히터만 명성을 얻었을까?그 비결은 감정을 끌어내는 힘에 있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터벅터벅 걷다가, 순간 멈춰 서서 멍하게 하늘을 바라보게 만든다.막스 리히터의 이번 신보에는 발레 의 음악이 담겼다. 영국 로열 발레가 지난 1월 다시 무대에 올린 는 2015년 초연 당시부터 뜨겁게 주목받은 작품이다.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를 담은 발레 트립틱으로, 안무는 영국을 대표하는 현대무용가 웨인 맥그리거가 맡았다.50대 에도 여전히 현역인 발레리나 알레산드라 페리가 캐스팅된 점도 화제를 모았다. 첫 트랙은 현재 유일하게 남아 있는 버지니아 울프의 라디오 육성으로 시작된다. 1937년, 지금으로부터 80년 전에 살았던 버지니아 울프가 말한다.“작문이 어려운 이유는 단어 속에 단어 외의 여러 의미와 기억이 담겨 있고, 과거의 많은 경험과 결합돼 있기 때문이다.” 첫 트랙의 육성 녹음은 마치 거대한 선언처럼 이후 15개 트랙을 지배한다. 현악 5중주, 오케스트라, 소프라노, 전자 음향 등이 각자 말하는 그 단어들이 얼마나 같고 다르며, 또 얼마나 많은 감정과 의미로 다가서는지.글_박용완(국립극장 홍보팀장)The Hours OST필립 글래스, 워너 클래식스시간은 멈출 수 없으니 삶은 계속된다. 이 당연한 얘길 잊고 모른 척 산다. 두려워서. 인지하는 순간 빠지는 권태를 피하려고.기차에 오른다고 벗어날 수 있을까? 낯선 도시에 내려 생전 처음 맡는 냄새를 즐길 땐 달라질까? 아무 데서도, 누구로부터도 벗어날 수 없다. 어쩌면 그게 삶의 본질이라서, 영화 의 세 여자는 그렇게 요동쳤다. 주머니에 돌을 가득 넣고 강물 속으로 걸어 들어갈 때도, 그게 바다라도, 미국 어느 소도시의 모텔 방이라도 결국 다 같은 얘기.그럴 때 누가 나를 걱정하는 마음은 위안일까 짐일까. 혹시 벗어나고 싶은데 떨어지지 않는 거미줄 같은 걸까? 버지니아 울프는 삶을 거미줄에 비유했다. 끈적해서 벗어날 수 없고, 시간이 갈수록 엮이고 또 엮여서 복잡해진다고 썼다.영화 가 보여주는 건 버지니아 울프가 버텨내려고 애쓰던 어떤 시기였다. 주머니에 돌을 가득 넣고 강물로 걸어 들어가던 시간이었다. 삶은 인간을 변화시키기엔 너무 짧았다.현대가 되어도 그대로 살고 있는 두 명의 여자가 있었다. 각기 다른 시대를 살았던 세 명의 여자가 삶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는, 그래서 꽃을 사고 케이크를 굽는 하루가 영화 안에 있었다. 원작 소설은 마이클 커닝엄의 이다.필립 글래스의 음악 없이 이 영화를 설명하려는 시도는 불가능하다. 가벼운 구성, 영원할 것 같은 멜로디가 처음부터 끝까지 경계도 없이 이어진다. 문학과 음악, 영화의 경계도 사라진다. 모든 것이 다른 모든 것을 서로 구속한 채 흘러가는 게 삶이라고 담담하고 유려하게 말한다.이 음반을 귀에 꽂고 3월을 맞는다. 봄은 아름다우니까, 불안하고 버거워도 끝내 받아들여야 하는 계절일까?글_정우성STAGE우크라이나 피아니스트 발렌티나 리시차의 리사이틀이 열린다. 바흐 파르티타 2번,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월광’, 쇼팽의 스케르초 2번,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등 친숙한 곡을 연주한다.3월 12일 일요일, 5:00 PM,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