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5시리즈가 제시하는 표준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BMW 7세대 5시리즈의 진화에는 충분히 납득할만한 이유가 있다. | 자동차,BMW,5시리즈,카,차

BMW가 이렇게까지 부드러울 거라고 생각한 적 없었다. BMW에는 늘 크기와 장르를 불문하는 날카로움이 있었으니까. 그건 애써도 감출 수 없는 문신 같은 거였다.하지만 7세대 530d에 앉아서 건너는 한남대교의 끝은 어쩌면 광활한 호수에 B닿아 있는 것 같았다. 실내는 속도와 관계없이 유유했다. 마침 켜놓은 라디오에선 느긋한 템포가 영원히 이어질 것 같았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깊이 밟는 순간에도 과하지 않았다.힘이 약해진 게 아니었다. 거대한 힘의 저항을 제대로 다독이면서 달릴 수 있는 품을 키운 것이었다. 낯설다가, 소월길에 접어들었을 땐 코너마다 고개를 끄덕였다.혁신의 최전선에 있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진보의 방향은 어느 쪽일까? BMW는 한꺼번에, 백방으로 진화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제 그들의 혁신과 선진을 보면서, 다분히 격조 있는 현실로써 7세대 5시리즈를 맞이할 수 있게 됐다.5시리즈는 한눈에 보기에도 커졌다. 동시에 가벼워졌다. 길이는 3센티미터 늘었고 무게는 100킬로그램 줄었다. 이런 변화를 한 문장으로 쓰는 일은 얼마나 빠르고 쉬운지. 그동안 독일 어딘가에서 미래를 설계해온 BMW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들은 어떻게 이런 일을 해낼 수 있는 건지. 그 알 수 없는 시간과 공간 사이에서, 5시리즈는 제대로 품을 넓혔다.세대가 바뀌었다는 건 그런 뜻이다. 첫 번째 가속, 첫 번째 코너에서도 명백하게 느낄 수 있을 만큼 확실하고 정확하게 변했다.따라서 5시리즈를 소화해낼 수 있는 시장의 폭도 한껏 넓어졌다. 애초 BMW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 사람도 감동할 수 있는 수준으로, 그 날카로운 실력은 그대로 두고 안락해졌다. 지금까지 최고로 예리하게, 날이 시퍼렇게 서 있는 실력의 역사가 있으니까 이런 확장도 가능하다.요즘 같은 시대에 자동차를 진화시킨다는 건, 이런 식의 이율배반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구현해내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그것만이 시장 확장의 또렷한 조건이다.530d는 2993cc 직렬 6기통 터보 디젤엔진을 쓴다. 최고 출력은 265마력, 최대 토크는 63.2kg·m이다. 전장은 4936밀리미터, 전폭은 1868밀리미터, 전고는 1466밀리미터다.실내에선 모자람을 느낄 틈이 없다. 가죽은 살처럼 부드럽다. 손가락 끝으로 눌러보면, 어젯밤 그 허벅지의 탄력이 생각나기도 한다.엠비언트 라이팅에는 아주 세련되고 쾌적한 감각이 있다. 하만 카돈 오디오 시스템이 내는 소리는 강력하면서도 정중하다. 이 역시 단단한 실력으로 구현해낸 이율배반. 운전석, 조수석, 뒷좌석은 고루 넓고 편안하다.성공이란 무슨 뜻일까? 언제까지 성공을 거듭해야 멈추고 쉴 수 있을까? 다시 출발할 때, 그 대답을 7세대 5시리즈가 침착하게 들려주는 것 같기도 했다.어떤 자동차는 흔들림 없는 삶의 증거, 올곧은 취향에 대한 논의를 허락하기도 하니까. 7세대 5시리즈의 메시지를 성공의 완성으로 이해해도 좋을 것이다. 5시리즈와 같이 있었던 밤은 안온했다. 시간은 부드럽게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