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별이 대체 뭐기에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미쉐린 가이드 서울판에 수록되지 못한 가게들은 갈만한 가치가 없을까? | 레스토랑,미쉐린 가이드,미식,식당,맛집

도쿄의 쓰타는 미쉐린 스타를 받은 전 세계 유일한 라멘집이다. 매해 단 50곳을 선정하는 ‘재패니즈 라멘 어워드’에는 2016년 기준으로 50위에 겨우 턱걸이했다. 나머지 49개는 과연 미쉐린 스타를 받을 자격이 없는 것일까?빨간 딱지를 못 받은 식당의 다수가 풀이 죽었다. 파란 딱지(블루 리본)는 국산이어서 그런가, 역시 빨간색이 파급력이 컸다.빕 그루망인지 밥 그루밍인지 하는 ‘가볼 만한 식당’ 딱지는 물론이고, 별 대신 ‘아차상’이라고 할 수 있는 ‘미쉐린 가이드 등재 식당’ 표시인 빨간 딱지가 최근 배급됐다. SNS에서는 업주가 그 딱지를 들고 기념사진을 올리기도 했다.파란 딱지를 비롯한 국산 브랜드라고 기죽을 건 없다. 외국도 마찬가지였다. 이탈리아를 예로 들자면 가 오기 전에는 역시 ‘순 토종 오리지널 국산 도메스틱’ 레스토랑 평가 브랜드가 꽤 있었다.라는 잡지에서 주는 것도 있었고, 라는 주간지에서 주는 딱지, 그 밖의 여러 매체와 평가사에서 딱지를 붙여주었다. 어떤 식당은 문짝에 이런 딱지가 가득 붙어서 빈틈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 등장 초기에는 그다지 대단한 여파가 있었다고는 할 수 없다. ‘프랑스 놈들이 뭘 안다고 우리 음식에 별을 매겨’, 뭐 이런 분위기도 있었으니까(어쩌면 이렇게 우리나라와 비슷한가).세월이 조금씩 흐르자 이제는 가 거의 다수의 귄위를 차지했다. 온갖 매체의 딱지는 거론도 안 하고 그저 미쉐린 별 딱지가 있느냐, 있으면 몇 개냐 하는 정서가 만들어졌다. 내가 아는 어떤 이탈리아 셰프도 이 별 딱지를 거부하지 않은 걸로 안다. 혹시 있다면 내게 연락 주기 바란다. 내가 대신 받게.그런 점에서, 이연복 주방장은 대단하다. 미쉐린이 오네 마네 할 때부터 그는 초지일관했다. 그는 딱 이렇게 선언했다(증인도 많다).“아휴, 줘도 귀찮아. (실사단 따위) 오지도 마!”그의 논리는 이랬다. 괜히 그놈의 별 딱지를 받으면, 다음 해 빼앗기면 좀 그렇고(자존심이 있지), 안 뺏기려면 열심히 가게를 지키고(가족 여행도 맘대로 못 가고) 직원들에게 잔소리를 해야 하며(여기 좀 치우쇼), 결정적으로 중국음식을 알 것 같지도 않은 서양 애들한테 이건 어떠니 저건 어떠니 평가받는 게 싫다는 거였다. 에 나갈 때도 눈치 보일 테니 말이다.실제 그의 가게는 예약이 안 되어 실사단에서 요청을 한 것으로 안다. 그는 물론 일언지하에 잘라버렸다는 소문이다. 하여간 훌륭한 형이다. 나도 그렇게 하고 싶은데, 내 가게는 예약이 안 되는 곳이 아니어서 그러지도 못한다.서양 애들이라고 쫓아낼 수도 없다(“저, 어학원 강사이고 캐나다 사람입니다” 이럴 것 같다). 아, 물론 오지도 않을 것이다. 저 서교동 골짜기 지저분한 지하 술집에 그들이 왜 오겠나. 다시 말하지만 칼럼 정도면 전파력이 있으니 그들 귀에도 들어갈 것이다.“절대 우리 집에는 오지 마쇼. 우리 집 와인 리스트는 훌륭하다고 생각하지만 바닥은 좀 더럽고 음식값도 싸지 않으니 말이오.”그러거나 말거나 제대로 일하는 많은 셰프들은 별을 받고 싶어 한다. 그게 옳다. 세상이 다 인정해주는 것이니까. 공정하다거나 안목이 훌륭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받으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다음 해 별을 노리고 셰프들이 뛰고 있다고 한다. 한때 레시틴 거품 올리는 걸 좋아한다는 소문이 돌아서인지(사실이기야 하겠어?) 너도나도 거품을 올렸다. 이러다 떡볶이에 고추장 거품이 올라갈 판이다.고깃집에 별을 주는 바람에, 고깃덩어리로 온갖 테크닉과 수비드에 저온 냉장 숙성에다가 드라이에이징이며 주사기로 고깃덩어리 속에 뭔가를 찔러 넣던 셰프들이 좀 기가 죽은 것도 이번 미쉐린의 여파라면 여파다. 고기 사다가 깨끗하게 굽는 게 별 받는 데 유리하지 않느냐, 이런 진지한 고민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인테리어도 그렇다. 그래도 제법 돈 좀 벽에 바른 집이 유리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게 영향을 준 건 아주 미미해 보인다.아무튼 별을 준다고 불러 모은 아무개 호텔 행사장 뒤에서 어떤 셰프가 대놓고 불만을 토로했다는 것이 미쉐린 별 딱지의 미래를 상징하는 것 같기도 하다.“내가 이러려고 청담동에서 십수 년을 오븐 지키고 고기 구웠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재미있자고 윤색은 했지만, 대충 이런 말이 있었던 것을 당시 참석자들이 들었다. 하여간 미쉐린 양반, 거 좀 잘하쇼! 뭐, 도쿄에서도 일어났던 소동이니까 그러려니 합니다만.(도쿄에서 첫 별이 쏟아지자 수많은 음식 평론가의 반발이 있었다. 진짜 일본 음식을 알고 평가하느냐에 대한 회의와 분노였다. 그것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