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크통과 시간의 마법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글렌모렌지의 프라이빗 에디션 ‘글렌모렌지 바칼타’는 바로 그 마법의 산물이다.

오크통 속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 에스콰이어 코리아 2017년 3월호

위스키는 시간이 빚어낸 마법이다. 오크통에서 오랜 시간 숙성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본연의 개성과 맛과 향을 만들어낼 수 없다.

스코틀랜드에서 최소 3년 이상 숙성시켜야 ‘스카치위스키’란 명칭을 쓸 수 있고 버번의 경우 최소 2년 이상 숙성시켜야 그 이름이 허용된다. 약속이나 원칙이 아니다. 아예 법으로 정해져 있다.

좋은 맥아와 효모로 밑술을 담고 증류해서 원액을 만들어 오크통에 담는 과정까지가 인간의 몫이고 이후는 시간에 오롯이 맡겨야 한다. 시간은 배신하지 않는다. 중간중간 숙성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정도만 체크하면 된다.

그렇기에 위스키 브랜드마다 오크통의 중요성을 그토록 강조하는 것이다. 어떤 오크통을 사용하는지가 숙성 기간보다 훨씬 더 중요한 요인이다.

고급 싱글 몰트위스키의 경우 대부분 스페인에서 셰리 와인을 숙성시킨 오크통과 미국에서 버번위스키를 숙성시킨 오크통을 주로 사용한다. 셰리 오크통이나 버번 오크통 각각의 개성이 다르기 때문에 한 가지만 사용하거나 각각에 숙성시킨 뒤 출시 전에 섞어서 맛을 완성하기도 한다.

아무것도 담지 않았던 새 오크통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오히려 다른 술을 숙성시켰던 오크통에서 훨씬 좋은 풍미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셰리 오크통과 버번 오크통은 그 특징이 극명하게 나뉜다. 단순하게 구분하자면 셰리 오크통의 경우 상큼한 과일 향이 지배적이고 버번 오크통은 달콤한 바닐라 향이 큰 특징이다.

오크통 속에서 나무와 술 원액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복잡한 화학 공식으로 풀지 않아도 된다. 수백 년의 역사와 경험으로 체득한 노하우다. 각 양조장과 증류소마다 마스터가 이 노하우를 전수하고 전수받으며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해나간다.

최근 들어 흥미로운 시도가 끊이지 않는다. 셰리 혹은 버번에 국한하지 않고 보르도 지역 와인을 숙성시켰던 오크통, 소테른 와인을 숙성시켰던 오크통, 부르고뉴 지방의 피노 누아를 숙성시켰던 오크통 등등 다양한 오크통을 사용하며 보다 강한 개성을 입힌 위스키가 출시되고 있다.

단순하게 각각의 오크통에 숙성시키는 수준에 머물지 않고 셰리 오크통에서 숙성시키던 원액을 다른 오크통으로 옮겨 추가 숙성을 거치고 또 다른 오크통에서 시간을 보낸 원액과 블렌딩을 거쳐 병입하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맛에 대한 인간의 탐구와 열정은 끝이 없어 보인다.

최근 출시한 글렌모렌지의 여덟 번째 프라이빗 에디션 ‘글렌모렌지 바칼타’가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위스키의 좋은 예다.

글렌모렌지는 1987년부터 추가 숙성이란 공정을 시도했다. 최근에야 보편적인 기술이 되었지만 업계 최초로 봐도 무방하다. 글렌모렌지의 경우 버번 오크통에 숙성시킨 원액을 다양한 와인 캐스크에 옮겨 담아 추가 숙성해서 독특한 풍미를 얻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글렌모렌지 프라이빗 에디션은 보다 특별한 오크통에서 보다 특별한 추가 숙성 과정을 거쳐 탄생하는 한정판 제품이다. 글렌모렌지 바칼타는 버번 오크통에서 이미 숙성을 거친 원액을 마데이라 캐스크에 옮겨 추가 숙성시켰다.

마데이라 캐스크는 위스키 숙성에 세계 최초로 사용했다. 햇볕에 자연 건조시킨 미국산 오크 나무로 만든 오크통에 마데이라 섬에서 공수한 맘시 마데이라 와인을 채워 2년간 숙성시킨 오크통이다. 아예 기획 단계부터 추가 숙성에 사용할 것을 염두에 두고 공을 들인 것이다.

노력에 걸맞게 복잡한 풍미가 일품이다. 위스키는 단순하게 ‘술’이라고 부르기에 미안할 정도의 정성이 담긴다. 그 한 잔의 가치를 아는 모든 이에게 건배를.

글렌모렌지의 프라이빗 에디션 ‘글렌모렌지 바칼타’는 바로 그 마법의 산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