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처법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우리는 트럼프 시대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 트럼프,미국,경제,법인세,브렉시트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가 45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한 달이 조금 안 되는 기간 동안 트럼프는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공약을 실천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트럼프가 가장 먼저 서명한 행정명령은 1월 20일의 행정명령 13765호였다. 오바마 케어의 개정령을 발동했다. 며칠 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하는 행정명령과 멕시코 불법 이민자를 막기 위한 미국-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에 관한 행정명령, 그리고 이민자를 보호하는 도시에 대한 연방 지원 중단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가장 논란이 된 것은 1월 27일에 서명한 행정명령 13769호였다. 이라크, 시리아, 이란, 리비아, 소말리아, 수단, 예멘 등 7개 국가 출신 난민에 대한 입국 심사를 강화하고 해당 국적자에 대한 비자 발급을 90일 동안 정지시켰으며 미국의 난민수용프로그램(USRAP)을 120일 동안 중단시켰다.이 조치에 반대하는 샐리 예이츠 법무부 장관 권한 대행은 트럼프에 의해 해임되었으며 전국 공항에서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뉴욕 브루클린 연방 법원은 확정 판결 전까지 정당한 자격을 갖춘 7개국 출신의 본국 송환을 금지하는 긴급명령을 내렸다.시애틀 연방 지방법원이 이 행정명령의 시행을 미국 전역에서 잠정적으로 중단하라는 판결을 내림에 따라 입국 금지 조치는 중단되었다. 연방제9항소법원은 재판관 3명의 만장일치로 시애틀 연방 법원의 결정을 인용했다.미국은 대통령제 국가다. 대통령은 많은 강력한 권한을 가진다. 외교 정책에서 재량권이 크다. 내치에서의 재량권도 다양하다. 많은 경우 의회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의회의 동의 없이 대통령의 권한만으로 할 수 있는 일도 많다.트럼프가 자국 기업들을 압박해서 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고 심지어 다른 나라들까지 압박해 미국에 투자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은 무역 제재를 비롯해 실질적인 권한이 막강하기 때문이다.1974년에 재정한 통상법은 대통령이 15퍼센트 이하의 관세를 150일 이하의 기간 동안 국제수지 적자를 조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상대 국가의 불공정 무역 사례가 없어도 가능하다.상대 국가가 불공정한 행동을 했다면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대통령을 대신해 관세율을 조정할 수 있다. 보호무역을 강화해 미국에 대해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나라들을 압박하면 수입 가격이 상승하면서 미국 소비자들의 후생이 감소한다. 미국 경제의 성장률도 떨어진다.하지만 미국이 제재를 가하는 나라들의 성장률이 훨씬 더 떨어진다. 이를 두려워하는 중국과 일본, 심지어 독일까지도 트럼프 등장 후 납작 엎드리고 있다.중국은 미국이 자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까 두려워 지난해 11월부터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하루짜리 금리를 3.1퍼센트로 0.35퍼센트 인상했고, 한 달짜리 금리는 3.7퍼센트로 0.1퍼센트 인상했다.중국은 사실상 고정환율 제도를 택하고 있다. 환율이 변동하긴 하지만 하루 변동 폭이 극히 제한되고 변동 폭의 기준은 정부의 고시 환율이다.경제학에는 독립적인 통화정책과 자유로운 자본 이동과 고정환율 제도를 동시에 달성할 수 없다는 원칙이 있다. 이것을 ‘불가능의 삼각정리’라고 한다.만약 달러에 대한 위안화의 고정환율 제도를 유지하고 싶다면 중국은 미국이 올릴 때 따라서 금리를 올리거나, 아니면 위안화를 절하해야 한다.그동안 중국은 미국 연방준비위원회가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음에도 경기 둔화를 우려해 통화정책을 완화해왔고 덕분에 위안화는 상당한 절하 압력에 시달렸다. 추가적인 위안화 절하 압력이 발생했음에도 환율 변동 폭을 제한하자 헤지 펀드들의 공격 대상이 되었고 중국인들이 계속 해외로 달러를 가지고 나가면서 외환 보유고가 감소했다.하지만 트럼프가 중국의 무역과 환율 정책을 비판하면서 중국 정부는 통화를 절상시키기 위해 금리를 인상했다.의 밥 데이비스는 2월 13일 자 기사에서 중국 정부가 외환 시장에 개입하거나 통화 긴축을 통해서 위안화 절상을 허용하거나, 아니면 미국의 인프라 건설에 투자자로 나서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게 중국이 당면한 현실이다.골드만삭스의 케이티 마츠이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이 수입을 1퍼센트 줄일 때 생산에 가장 큰 타격을 입는 나라는 캐나다와 멕시코다. 그다음으로 대만, 한국, 중국, 독일 순이며 일본은 독일보다도 그 영향력에서 자유롭다.그럼에도 아베가 트럼프에게 달려가 비위를 맞춘 것은 일본의 자동차 산업이 미국의 무역 정책에서 받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일본의 전체 수출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35퍼센트에 달한다. 미국으로의 수출이 감소하면 일본의 자동차 산업이 가장 큰 타격을 입고, 특히 매출 대비 해외 조달 비용이 높은 회사들(미쓰비시와 마쓰다)이 큰 타격을 입는다. 미·일 정상회담에서 아베는 일본의 경제 회복이 미국에도 이익이 된다고 설득했을 것이다.미국의 동의 없이 아베노믹스의 핵심인 양적완화를 강력하게 추진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아베는 트럼프에게 일본 기업들이 4000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통해 미국에 17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 거라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양적완화정책은 자산 매입을 통해 금리를 낮추고 통화가치를 하락시킨다.아베는 미·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목표는 통화가치의 하락이 아니라 인플레이션을 높이는 것이며 통화가치의 하락은 인플레이션을 높이기 위한 부산물로 얻어지는 결과일 뿐이라고 설득했을 것이다.2월 3일 일본은행(BOJ)은 공개시장정책을 통해 매입하는 국채의 양을 예정되어 있던 4100억 엔에서 4500억 엔 규모로 늘려 실시했으며 국채 지정가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긴축정책과 대조되는 일본의 완화정책은 미국과의 사전 교감이 없었다면 추진하기 어렵다. 아베의 방식이다.1월 31일 트럼프의 경제 참모 중 한 명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은 “독일이 극도로 저평가된 유로를 통해 미국은 물론 유럽연합 회원국을 착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2월 5일 독일의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유로화가 독일에게는 너무 약세인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은 유럽중앙은행(ECB)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독일은 이제 ECB가 양적완화를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다른 나라들은 그러한 독일의 주장을 거부하는 중이다.다른 나라들이 독일의 양적완화 축소 주장을 일축하는 이유는 많은 나라의 경제 상황이 긴축을 감당할 만큼 건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스와 이탈리아가 특히 문제다.그리스는 4월까지 18억 유로를 ECB에 상환해야 하고 7월까지 70억 유로를 채권자들에게 상환해야 한다. 네덜란드와 프랑스 등 많은 나라가 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그리스의 부채 구제가 9월로 예정된 독일 총선 전에 이루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이탈리아 역시 문제다. 이탈리아는 취약한 은행들과 낮은 경제성장률과 높은 실업률 때문에 유럽의 걱정거리로 남아 있다. 이탈리아는 높은 금리와 강한 통화를 감당할 수 없다.브렉시트를 안타까워한 오바마와는 달리 트럼프가 브렉시트를 결정한 영국인들이 참으로 현명하다고 칭찬한 것은 단순히 브렉시트가 자신의 당선에 더 도움이 되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하나의 통화로 여러 국가의 필요를 채우는 것을 불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유로의 미래를 비관한다.트럼프의 미국은 다양한 경로로 세상에 영향을 준다. 미국의 법인세율은 39퍼센트인데 미국 S&P500 기업의 평균적인 실효 법인세율은 28퍼센트 정도다. 트럼프는 지난 대선 운동 당시 이 세율을 15퍼센트까지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공화당이 제안하는 24퍼센트 법인세율보다도 훨씬 낮다.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코스틴은 미국이 24퍼센트로 법인세를 인하할 경우 S&P500 기업의 EPS가 약 6달러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트럼프가 법인세 인하를 포함한 조세 개혁안을 2~3주 안에 내놓겠다고 한 뒤 나스닥을 비롯한 미국의 4개 주요 지수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새로 쓰고 있다.법인세율 인하는 민주당의 합의 없이 공화당의 지지만으로 가능한 정책이기 때문에 미국의 법인세율 인하는 거의 확실하다. 브렉시트 협상을 앞둔 영국은 유럽연합을 상대로 유럽 시장에 영국이 자유롭게 접근하도록 허용하지 않으면 법인세를 인하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이 와중에 2월 13일 스위스는 법인세 개혁 법안을 국민투표로 부결시켰다. 스위스가 제공하는 다양한 혜택 때문에 스위스에는 많은 다국적 기업의 본사가 있다. 이 때문에 스위스는 다른 나라들로부터 계속적인 공격을 받아왔고 2019년까지 이런 혜택을 폐지해야만 한다.스위스 정부는 다국적 기업들이 떠나지 않도록 법인세 인하를 추진했지만 국민들은 법인세 인하 법안을 부결시켰다. 법인세 인하가 없다면 결국 기업들은 떠날 것이고 그러면 어차피 조세 부담은 늘어나고 고용은 줄어들 것이란 점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모건 스탠리의 한스 레데커는 스위스와 같은 부자 나라마저도 포퓔리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한탄했다.트럼프의 이런 정책은 한국에도 분명한 영향을 미친다. 현재 문재인과 이재명 그리고 유승민 후보가 공약하고 있는 법인세율 인상은 미국의 법인세율 인하가 추진될 경우 실현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첫째, 2013년 기준으로 볼 때 한국의 전체 세수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OECD 34개국 중 최상위권에 해당한다. 둘째, 미국과 영국의 법인세율 인하는 글로벌한 법인세 인하 경쟁을 가속시킬 것이 분명하다.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법인세율을 인상하는 것은 사실상 해외 투자를 받지 않겠으며 국내 기업은 해외로 나가라는 선언에 가깝다. 세율을 아무리 높여도 세금을 낼 기업이 없으면 세수는 늘지 않는다.법인세 인상을 통한 복지 세원 마련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예민한 소득세율 인상을 통해 복지 세원 마련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더 낮다. 결국 앞으로 치러질 대선에서 승리한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국채 발행을 통한 복지 지출 증가뿐일 것이다.문제는 이렇게 늘어나는 정부 부채를 어떻게 관리할 것이며 어차피 늘어날 복지 지출을 어떤 영역에 집중할 것이냐이다.1월 18일 문재인 캠프에서는 공공 부문에서 일자리 81만 개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캠프 측 주장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고용 중 공공 부문 비중은 7.6퍼센트. OECD 평균 21.3퍼센트보다 훨씬 낮다.스위스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공공고용을 15퍼센트에서 18퍼센트로 3퍼센트포인트 늘렸는데 한국이 같은 수준으로 공공 부문 일자리를 늘리면 경제활동 인구 2700만 명의 3퍼센트인 약 81만 명의 공공 부문 고용을 늘릴 수 있다.한국의 공공 부문 일자리는 OECD 평균보다 훨씬 적지만 한국의 공공 부문 보수 지급에 나가는 지출은 OECD 평균인 23퍼센트와 거의 같은 21퍼센트에 달한다. 공무원 수는 적지만 보수가 다른 산업 분야에 비해 높다는 의미다.단순한 계산으로 보았을 때 연간 2500만원을 받는 공무원을 연율 3.5퍼센트로 보수를 인상해주면서(이 경우 연간 급여 평균은 대략 4300만원이다) 30년간 고용한 후 보수의 70퍼센트를 20년간 연금으로 지급할 경우 4인 가구가 연간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약 285만원이다.이 돈을 50년 동안 매년 내야 한다. 상대적으로 높은 급여를 받는 공무원의 수를 이렇게 늘려놓으면 사람들은 공무원이 되고자 시간과 돈을 집중적으로 쓸 가능성이 높다. 당연히 그런 노력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에 사회의 생산성은 악화될 것이다.이러한 재정 지출로 고용을 창출하기보다는 향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필요한 인프라 투자가 생활 능력이 없는 빈곤층 노인들과 산업 교육이 필요한 젊은이들에 대한 교육 투자와 병행되는 재정 지출이 합리적이다.세계화의 폭풍이 반세계화의 반격을 가져왔지만 문제의 해결은 선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트럼프 월드의 한 달이 벌써 녹록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