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다시 만난 이대호

이대호가 고향으로 돌아왔다. 환영도 돈도 많이 받는다. 어떤 의미가 있을까.

BYESQUIRE2017.02.28

다시 만난 이대호 - 에스콰이어 코리아 2017년 3월호

이대호가 돌아왔다. 결국 고향 부산 롯데 자이언츠로 복귀했다. 일본과 미국에서 받은 대우가 있는 터라 국내 팀과의 계약이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 틀렸다.

계약 내용 역시 놀랍다. 4년 150억원. 발표된 것은 계약 기간과 총 계약 금액밖에 없었지만 그것만으로도 단번에 ‘역대 최고’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이대호가 얼마나 강력한 타자인지 새삼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지금 우리나라 프로야구 현실에서 단 한 명의 타자에게 프로야구단 1년 예산의 절반에 가까운 돈을 지불하는 것이 효과적이냐는 것.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롯데와 이대호의 계약은 거의 모든 면에서 효과적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성적만 보면 롯데와 이대호의 계약은 실패작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아무리 그가 강력한 방망이를 휘두른다고 해도 최형우(기아 타이거즈, 4년 100억원)보다 1.5배 더 잘하기는 쉽지 않다.

같은 팀의 손아섭이 연봉 6억5000만원에 계약을 맺었다는데 이대호가 모든 면에서 그보다 더 잘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알다시피 연봉이라는 것이 성적만으로 책정되지는 않는다. 내가 기대하는 근거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롯데 자이언츠라는 프로야구팀이 놓인 상황이 이대호를 필요로 한다.

롯데는 한때 우리나라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인기 팀이었다. 부산에서 자라난 터라 지난날 롯데가 어떤 인기를 누렸는지 누구보다 잘 안다.

유두열이란 선수가 있었다. 한국시리즈에서 삼성 라이온즈 김일융의 커브를 받아치며 결정적 홈런을 날려 ‘공포의 2할 타자’로 위명을 떨친 바로 그 선수다. 넥센 히어로즈 유재신 선수의 부친이기도 하다.

지금은 고인이 된 그에게 아주 어릴 때 사인을 받은 적이 있다. 친구들에게 그 사실을 얘기했을 때 반응이 대부분 이랬다.

“××, 좋겠네.”

무뚝뚝한 것으로 유명한 경상도 남자들이 욕을 섞어가며 진심으로 부러워했다. 야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친구들조차 그랬다. 롯데의 인기가 그 정도였다.

한때 처참한 팀 운영과 함께 인기가 사그라진 듯했으나 제리 로이스터 부임 이후 다시금 롯데를 향한 경상도 사람들의 사랑이 절정에 이르렀다.

그랬던 자이언츠가 지금 어떤가. 한심한 수준이다. 양승호 감독이 물러난 이후 롯데 야구는 성적과 응원 열기 양쪽에서 침체 일로였다. 이따금 고향에 들러 야구 이야기를 꺼내면 친구들의 반응은 대부분 이렇다.

“아직도 롯데 야구 보는 사람 있나?”

내년은 더 절망스러워 보였다. 지난 시즌 성적이 보잘것없었음에도 전력 보강이 없었다. 그나마 타선의 핵심이던 황재균까지 미국 진출을 선언했다.

팬들 사이에서는 황재균의 미국 진출에 대한 논쟁도 뜨거운 것으로 안다. 지금껏 외국 리그에 도전한 선수들 가운데 가장 국내 활약도가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응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아무튼 아무리 후하게 점수를 줘도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치가 롯데보다 더 낮은 구단은 보이지 않았다. 예상 성적은 마케팅에도 영향을 미치게 마련. 내년 시즌은 기대 이하였던 올해보다 관중이 덜 들 듯했다. ‘이대로 주저앉고 마는 것인가?’ 이것이 이대호 영입 직전까지의 분위기였다.

이대호 영입은 롯데 자이언츠가 마주한 문제와 맞설 수 있는 단 하나의 옵션이었다. 그는 다른 FA 선수들보다 성적만 좋은 게 아니다. 이대호만이 싸늘해진 부산의 야구 열기에 다시 불씨를 지필 수 있다. 그것이 이대호만이 가진 장점이다.

4번 타자 자리에 이대호의 유무는 하늘과 땅 차이. 그는 관중을 흥분시킬 수 있다. 야구를 다시금 사랑하게 해줄 수 있다. 그럴 능력과 경력이 있다.

150억원이 프로야구 현실을 감안할 때 너무 많다는 의견도 없지 않은 것으로 안다. 그러나 그는 일본과 미국 프로야구에서 활약한 선수다. 다른 선수와 잣대가 다르다. 이대호가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뛸 때 계약 조건은 3년 19억 엔이었다. 1년에 60억원이 넘는 연봉을 손에 쥔 셈이다.

두산 베어스도 내년 시즌 더스틴 니퍼트에게 연봉 210만 달러를 준다. 한국 돈으로 24억원이 조금 넘는다. 이대호의 롯데 연봉은 계약금을 제외하면 25억원이다. 투수와 야수라는 위치 차이는 있지만 인기와 기량을 감안했을 때 이대호가 니퍼트보다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전문가는 많지 않을 것이다.

둘째, 이대호의 복귀는 프로야구 전체의 인기에도 좋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KBO 리그는 꾸준하게 인기를 끌고 있으며 관중 수도 조금씩 늘었지만 대형 스타 부재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박철순, 이만수, 최동원, 선동렬 등 이름만으로 관중을 경기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대형 스타의 숫자가 시나브로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프로야구 관계자라면 누구나 느꼈을 불안 요소다.

이대호는 혼자만으로도 그와 같은 문제점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그것이 프로야구 전체에 활력을 줄 것이다.

이대호와 최형우가 연봉 최고 선수의 반열에 들어서는 데에는 또 다른 중요한 징후가 있다. 이제 우리나라 프로야구계의 선수 가치도 관중 중심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 야구는 투수 중심, 메이저리그는 타자 중심이었다. 연봉 책정에서도 그와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게 질문해보자.

‘홈런을 많이 치는 선수와 승리를 많이 따내는 투수, 둘 중 누구에게 연봉을 더 많이 줄 것인가?’

숫자만으로 간단히 근거를 댈 수 없는 난제이기는 하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우리나라와 일본 프로야구는 투수의 손을 들어주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타자의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였다.

그것은 팬들의 인기와 연결되어 있기도 했다. 한일 양국은 공을 잘 던지는 선수를, 메이저리그에서는 잘 치는 선수를 더 좋아하고 더 대우했다는 뜻이다.

여기까지만이라면 괜찮다. 투수와 타자 중 누가 더 중요하고 누구를 좋아하는지는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정답이 달라진다.

문제는 투수는 닷새에 하루꼴로 경기장에 나서는 반면 타자는 거의 매일 활약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팬들의 인기가 타자에게 더 몰린다면 아무래도 관중 동원에 성공할 가능성이 더 크다.

이대호 선수가 복귀했다고 해서 곧바로 사직야구장이 예년의 열기를 되찾을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2001년 이종범이 주니치에서 KIA로 복귀했을 때 광주구장 관중이 311퍼센트 증가한 전례가 있기는 하지만 당시는 이전(해태)의 상황이 워낙 실망스러웠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프로야구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부산의 상황까지, 지금은 그때와 꽤 다르다. 이대호의 복귀를 관중 증가로 이어가기 위한 프런트의 전방위적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이대호의 복귀는 지지부진했던 스포츠 에이전트 제도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

프로스포츠에서 에이전트 제도는 선수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음으로써 관중에게 한층 더 나은 플레이를 선보이게 하는 촉매제라고 봐야 한다.

우리나라 프로야구계에서는 그동안 전문적 에이전트가 부족했던(혹은 전혀 없었던) 탓에 선수들이 알게 모르게 부당한 대접을 받았다.

연봉 조정 제도가 유명무실했다는 건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연봉 조정 제도는 구단과 보류 선수 사이에 연봉 등 금전에 관한 사항이 합의되지 않는 경우 구단 또는 선수가 KBO의 연봉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는 제도다. 역대 96건의 연봉 조정 신청 중 연봉조정위원회까지 간 건 20건, 이 중 선수가 승리한 건 2002년 LG 유지현이 유일하다.

대부분 조정 신청 이후 합의점에 도달해 취하하는 일이 많다. 이마저도 2012년 이후 사라졌다. 올해도 신청자는 없었다. 이대호도 2011년 7000만원 때문에 연봉 조정을 신청했다가 무릎을 꿇은 적이 있다.

그동안 에이전트 제도가 싹을 틔우지 못했던 까닭은 크게 두 가지. 제도와 시장이다. 제도와 시장이 에이전트 제도의 정착을 가로막았다는 주장은 야구규약 제42조에 근거를 두고 있다. “선수가 대리인을 통해 선수 계약을 체결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변호사법 소정의 변호사만을 대리인으로 해야 한다”라는 조항이다.

그러나 연봉이 많지 않은 프로야구 선수에게 많지 않은 수수료를 지불받으려고 대리인이 되겠다는 변호사는 많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제42조에는 “대리인 제도의 시행일은 부칙에 따로 정한다”라고 덧붙어 있다. 그나마도 실제적으로 시행되고 있지 않은 것이다.

이제는 상황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FA 제도가 정착되면서 선수들의 연봉 규모도 함께 커져서다.

그와 함께 에이전트 제도 또한 시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벌써부터 ‘올해 연말쯤 시행될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고 있으며 한국 최대 로펌인 김&장 법률사무소가 대리인 제도를 검토했다는 소문까지 들린다. 이런 추세에 이대호를 비롯한 거액 연봉의 FA 선수들이 한몫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사실이다.

프로농구는 한때 겨울 스포츠의 꽃으로 각광받다가 지금 추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선수들의 일탈과 KBL의 무능 때문이다.

프로야구는 다른 프로스포츠가 엄두도 내지 못할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언제 프로농구의 전철을 밟을지 모른다. 그만큼 제도를 비롯한 모든 면에서 취약하다. 이대호의 사상 최대 규모 계약이 프로야구계의 미비한 제도를 정리하게 만드는 촉매제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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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터|Esquire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