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한반도를 조준한다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된 후 한반도의 국방력을 진단할 수 있는 네 가지 증거를 정리했다. | 한국,트럼프,도널드 트럼프,국방,한반도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이 됐다. 백악관에서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이 아직 어색하다. 그의 몸짓과 행동이 그 어느 때보다 자연스럽고 편해 보이지만 보는 우리는 거부감부터 생긴다.그는 지난 1월 20일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 자신의 정치적 성격을 앞세워 오바마 전 대통령의 색깔을 빠르게 지워가고 있다. ‘반이민 행정명령(이슬람권 7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과 비자 발급을 일시적으로 금지)’이 대표적이다.이처럼 미국 대통령의 영향력은 단순히 북미 지역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 미친다. 그래서 우리도 위태롭고 두려운 시선으로 트럼프가 이끄는 미국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이미 트럼프는 틸러슨 신임 국무장관을 필두로 메티스 국방부 장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비확산·핵 담당 크리스토퍼 포드 보좌관까지 대북 강경파를 각료로 임명했다. 즉 미국이 한반도를 전략적으로 정조준하는 것이다. 그런 움직임의 증거가 있다.메티스의 방한과 사드 배치 가속화얼마 전 미국의 신임 국방부 장관 메티스가 한국과 일본을 방문했다. 미·중 간의 대립이 심각한 와중의 방문이라는 의미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 주요 각료의 첫 해외 순방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트럼프 행정부가 가장 큰 관심을 가진 지역이 동북아, 그중에서도 한반도라는 것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는 미국 국방부 장관의 해외 순방에 항상 함께하는 E-4B 전용기의 존재가 국내 언론에 새롭게 부각됐다.이전에도 미국 국방부 장관과 함께 왔던 E-4B가 새삼 주목받는 것은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과의 대립과 북한의 핵 문제 등 현안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핵전쟁 상황에서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E-4B의 특별한 성능이 현시점의 위협과 절묘하게 들어맞는 것이다. 특히 메티스 장관의 방한은 국내에 있었던 사드 배치에 대한 논쟁을 다른 프레임으로 바꿨다.메티스 장관은 신속한 사드 배치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우리에게 중요한 찬반 논쟁을 불필요한 언쟁으로 만들었다. 그는 사드를 국내에 배치하는 것을 기정사실화하며 중국과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해 외교적 해법을 찾는 방향으로 관심을 돌렸다.하지만 일각에서는 메티스 장관에 대해 여느 대북 강경파와는 다른 평가도 있다. 대북 관련 문제에 강경한 기조를 보이지만 정치적 이해타산보다는 군사적 관점에서 북핵 위기 상황을 정확하게 직시하고 신속하게 의사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다.이런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 1기의 대북 안보 정책에 대해서 우려뿐 아니라 일말의 기대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F-35 오키나와 기지 배치의 의미와 뜻밖의 행운일본 남서부의 야마구치 현 이와쿠니 기지에 미군의 최신 전투기 F-35가 배치됐다. 미국 내 기지 이외에 F-35가 배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히든카드를 재빠르게 쓸 만큼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증거다.이와쿠니 기지의 F-35 배치는 팽창하는 중국의 해양 진출에 대한 미국의 응답이다. 조어도(일본명 센카쿠, 중국명 댜오위다오) 상공과 해상에서 벌어지는 중국과 미·일의 군사적 대립에서 미국이 더 이상 방관하거나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미로 보인다.물론 트럼프의 집권과 F-35의 전진 배치가 절묘하게 맞물리며 강경 대응 방침이 더욱 힘을 받는다. 그뿐 아니라 이와쿠니 기지에 미군 전투기를 120대 이상으로 증강시킬 계획도 세웠다.그런데 일본 혼슈 섬의 가장 왼쪽 끝인 야마구치 현의 위치를 생각한다면 다른 목적도 연상된다. 더욱이 이번에 이와쿠니 기지에 배치된 F-35는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미 해병대 소속 기체다.오키나와에 주둔하는 미 해병과 함께 움직이거나 미 해병을 지원하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유사시 한국에 증원하는 1순위 부대인 미 해병 3원정군과 함께 한반도의 위기 상황에 언제든 투입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F-35는 스텔스 성능으로 북한의 레이더망을 피하고 미사일, 핵 시설 등 주요 시설물을 타격할 수 있다. 그래서 한국 공군도 F-35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이런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에겐 약간 고마운 상황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트럼프의 압력으로 록히드 마틴이 미 국방부에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 90대를 85억 달러에 납품하기로 한 것이다.이는 시중가보다 8퍼센트 낮은 가격으로 90대 중 35대가 해외 수출 물량이고 이 중 6대를 한국에 도입할 예정이다. 트럼프가 한국에 3400억원짜리 ‘신상 할인권’을 선물한 것이다.극동으로 향하는 해상형 X밴드 레이더미국이 한반도를 정조준한다는 징표는 트럼프 집권 이전부터 있었다. 미국 국방부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감시하기 위해 해상 기반 X-밴드 레이더(SB-X)를 극동 지역으로 이동 배치한 것이다(CNN 보도). 이는 북한이 트럼프 취임식에 즈음하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위협을 강화하는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SB-X 레이더는 최대 4800킬로미터 밖의 금속 물체를 탐지할 수 있을 정도로 탐지 능력이 뛰어나다. 하와이에 주둔하는 SB-X 레이더를 한반도 감시를 위해 배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탐지하기 위해 은밀히 이동해 가동시킨 적이 있다.하지만 이번에는 징후가 조금 다르다. 우선은 배치 사실을 공개했다는 점이다. 이는 북한에 대한 경고의 의미다. 게다가 하와이 북부 지역에서 장거리 감시 기능을 수행할 뿐만 아니라 한반도에 좀 더 가깝게 접근한 상황이다. 잠깐 동안 임시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 인근에 상시 배치할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이는 미국의 대북 감시 능력이 안정적으로 확보됐다는 의미이면서 중국 서부 대부분을 탐지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SB-X 레이더는 한동안 트럼프의 눈이 될 것이고 당분간은 동북아의 군사 동향을 손바닥 보듯 할 것이다.모든 부분에서 트럼프가 조준하는 한반도는 전략적으로 불안한 위치에 처해 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위태롭다.방위비 분담, 호전적인 공화당이 문제의 씨앗일단은 한숨 돌렸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지난달 의회 인준 청문회에서 한국은 이미 충분한 방위비를 부담하고 있다고 한국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사실 이런 발언의 배경에는 당사국인 한국의 협조 없이는 대북 관련 안보 정책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는 계산이 있었을 것이다. 어찌 됐건 한국을 미국 편으로 가깝게 끌어들인 상황에서 대북, 대중 압박을 하는 것이 미국에 유리하다.미국이 동북아 안보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도 한·미·일 공조였다. 세 나라가 한목소리를 내고 함께 움직이는 것이 트럼프 집권 초기에 동북아 안보를 장악하는 데 중요하다고 인식한 것으로 분석된다.하지만 트럼프가 후보자 시절부터 여러 차례 언급한 것처럼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언제든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다. 주한 미군의 평택 기지 이전 등으로 돈이 필요한 상황이고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한국의 무기 구매 등 다른 방향에서 미국의 이득을 취하기 위한 압박 카드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미국의 공화당 정부 집권 시기에 걸프전과 이라크전 등 큰 전쟁이 있었다. 이처럼 큰 전쟁이 발발할 때마다 미 국민의 세금으로 막대한 전쟁 자금이 투입됐다.반면 공화당에 막대한 후원금을 지원하는 방위산업체들은 수익을 불려나갔다. 이번 트럼프의 공화당 집권 시기에도 비슷한 문제가 있다. 전쟁이 발생한다면 막대한 전쟁 자금을 어떻게 충당할 것이냐가 의문점이다.미국의 부담이 한국으로 전가되는 상황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 이전에도 전쟁에 대한 분담은 어느 정도 감내해왔다. 아라크 파병이 대표적 사례다.하지만 트럼프가 주목하는 한반도와 주변국에서 전쟁 상황이 발생한다면 우리도 그 직격탄에서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다. 이처럼 모든 부분에서 트럼프가 조준하는 한반도는 전략적으로 불안한 위치에 처해 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위태롭다. 일말의 기대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