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는 성공의 공식을 남겼다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오바마는 성공한 남자가 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았다.

지난 1월 12일이었다. 퇴임을 일주일가량 앞둔 오바마 대통령이 마지막 고별 연설을 하는 모습을 PBS 인터넷 중계를 통해 지켜봤다.

연단으로 한 걸음씩 걸어가는 오바마의 모습은 마치 관중을 뒤흔들 준비를 끝낸 록 스타가 서서히 무대 위로 등장하는 것처럼 여유만만했고 위풍당당했다. 모두가 오바마를 기다리고 있었고 오바마가 들려줄 말들을 고대하고 있었다. 대통령으로서 오바마의 마지막 연설이었다.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의 기조연설자로 나선 오바마를 C-SPAN을 통해 처음 만났던 때가 생각났다. 오바마는 젊고 무명이었다. 솔직히 처음엔 오바마가 누군지도 몰랐다. 오바마가 자신을 소개하는 연설의 첫 대목을 무심결에 들었던 이유다.

오바마는 자신의 아버지가 케냐에서 양을 쳤고 할아버지는 영국인 가정의 요리사였다고 소개했다. 또 자신의 외할아버지가 백인이며 제2차대전 참전 용사라고 설명했다.

오바마의 연설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 건 그가 자신을 소개하고 있는 게 아니라 자신을 있게 한 역사와 유산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걸 깨달은 순간부터였다. 오바마는 말했다.

“저는 제 이야기가 방대한 미국의 이야기를 구성하는 일부라는 사실을 압니다. 앞서 지나간 모든 선조에게 빚지고 있다는 사실을 압니다.”

그날 오바마가 자신을 특별한 존재라고 소개했다면 그는 결코 특별한 정치인이 될 수 없었다. 오바마는 자신이 특별한 나라의 평범한 존재라고 소개했다.

오바마를 진정 오바마로 만들어준 건 그가 자신의 성취를 사회적 소산이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단순한 미사여구로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그렇게 믿었다. 미국 흑인 문화의 일부이자 이민자 문화의 일부로서 오바마는 자신의 위치가 오랜 역사의 산물이고 유산이라는 걸 직시했다.

연설에서도 그걸 끊임없이 강조했다. 자신이 내가 아니라 ‘우리’의 일부라는 걸 강조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모두가 오바마를 자신들의 상징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오바마는 흑인 커뮤니티의 상징이고 자수성가한 미국 중산층의 상징이고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고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이고 변화의 상징이고 희망의 상징이 됐다. 나를 버리고 우리가 되면 결국 나는 더 큰 내가 돼서 돌아온다.

오바마가 이 시대 성공한 남자의 상징인 건 그래서다. 남자라면 누구나 성공을 꿈꾼다. 직장에서 승진하고 싶어 하고 시장에서 성취하고 싶어 하고 사회에서 성장하고 싶어 한다. 이기고 싶고 쟁취하고 싶다.

남자는 성공을 위해 싸운다. 물론 예전에 비해 남자가 꿈꾸는 성공의 크기는 많이 줄어들었다. 저성장 시대엔 꿈의 크기도 줄어들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남자가 자신의 커리어에서 성공하는 방법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규모는 작아져도 원리는 동일하다.

어떤 남자도 혼자서는 성공하지 못한다. 자수성가한 남자도 결국 어딘가에서 은인을 만났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았고 뜻밖의 행운도 얻었다. 그 남자의 성공은 아버지와 할아버지와 선배와 후배와 동료로부터 이어져온 결과물이다. 그것이 실패였든 성공이었든 실수였든 말이다. 그것이 레거시다.

남자의 모든 성공은 과거의 유산이며 사회적 소산이다. 남자가 자신의 성공을 개인적 성취로만 받아들인다면 역설적으로 그의 성공은 오래가기 어렵다. 사실 그런 남자는 성공하기도 어렵다. 직장에서의 승진도 시장에서의 성취도 사회에서의 성장도 결국 선배들의 성취 위에서 이뤄졌고 제도에 기반해서 다져졌고 사회적 인정을 통해 완성되기 때문이다.

오바마를 진정 오바마로 만들어준 건 그가 자신의 성취를 사회적 소산이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단순한 미사여구로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그렇게 믿었다.

오바마는 마지막까지 훌륭하게 성공하는 법을 보여줬다. 성공이 앞선 선배들과 뒤이은 후배들의 이어달리기라는 걸 증명했다.

우리는 성공이라는 바통을 이어받았고 또 이어줄 존재이다. 앞선 세대가 성공을 움켜쥐고 내주려고 하지 않을 때, 뒤이은 세대가 성공의 기회를 찾지 못해서 움츠러들 때 그 나라 그 사회는 정체되고 퇴행한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기반으로 한 현대사회에서 희망이라는 건 어쩌면 단순 명료하다. 앞선 세대의 유산을 물려받아 자기 세대의 성공을 일궈내고 그 성공을 다음 세대한테 넘겨줄 수 있다는 믿음이다.

시카고 고별 연설에서 오바마는 세련되고 품위 있게 자신의 시대가 끝났다는 걸 알렸다.

“안 됩니다. 안 됩니다. 안 됩니다.”

오바마가 외쳤다. 청중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야유하고 있었다.

“자유로이 선출된 한 대통령으로부터 다음 대통령으로 평화적으로 권력을 이양하는 것. 저는 대통령 당선인 트럼프에게 최선을 다해, 부시 대통령이 저를 위해 했던 것과 같이 가능한 한 가장 유연한 이양을 보장할 것입니다.”

임기를 마치는 마지막 순간인데도 오바마의 연설은 이제 막 임기를 시작하는 대통령의 연설 같았다. 멈출 수도 없고 멈춰서도 안 되는 쉼 없는 민주주의의 전진을 이야기했다.

“우리의 진전은 고르지 않았습니다. 민주주의의 역사는 항상 어려웠습니다. 논쟁의 여지가 있었습니다. 때로는 피를 흘렸습니다. 앞으로 두 걸음 나아가는 동안 우리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는 느낌을 자주 받습니다. 그러나 긴 시간을 돌이켜보면 미국은 앞으로 움직였습니다.”

그렇게 오바마는 떠났다. 커리어의 정상에 올랐었고 정상의 높이를 한 단계 격상시켰고 품격 있게 하산했고 절도 있게 떠나갔다. 자신을 사회와 역사의 일부로 인식했고 자신의 성공이 앞선 세대가 남긴 성취에 기반을 둔 것이란 사실을 인정한 덕분이었다. 오바마는 누군가 자신의 유산을 기반으로 새로운 담대한 희망의 상징이 돼주기를 기대했다.

오바마는 담담하게 말했다.

“민주주의는 여러분을 필요로 합니다. 나서서 그 안에 뛰어들고 거기에서 굳건히 버티세요. 때로는 이기겠지만 때로는 잃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종종 미국과 미국인에 대한 여러분의 믿음이 확고해지는 순간을 경험할 겁니다. 내 경우에는 확실히 그랬습니다.”

오바마는 진정한 성공이 무엇인지 알았기에 진정으로 성공한 남자였다.


오바마에게 배우는 성공 방정식

 

성공을 사유화하려고 들지 마라.

성공은 개인의 성취가 아니라 언젠간 돌려줘야 하는 사회적 결과다.

자수성가는 반쪽만 진실이다.

누구도 자기 손만으론 일가를 이룰 수 없단 말이다.

자신의 성공을 일반화하지 마라.

당신이 해봐서 아는 건 당신만 해봐서 아는 것이다.

나를 낮추고 우리를 높여라.

더 큰 나를 얻게 된다.

선배와 상사의 성취에 존경을 표하라.

더 높은 곳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소통하고 소통하고 소통하라.

성공은 사람 사이에 숨어 있기 마련이다.

적과도 대화하라.

싸우지 않고 성공할 순 없지만 대화하지 않고승리할 수도 없다.

끊임없이 혁신을 말하라.

자식만 빼고 자신부터 다 바꿔라.

실패를 인정하라.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실수하면 사과하라.

용서받을 수 있다.

기꺼이 권한을 나눠라.

권력은 나눌수록커진다.

크게 말하라.

조직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조용히 들어라.

조직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당신을 사랑하게하라.

사랑받으면 부탁할 수 있다.

당신을 두려워하게 하라.

두려워하면 요구할 수 있다.

작든 크든 조직의 상징이자 희망이 되라.

모두가 당신의 성공을 바라게 된다.

남겨라.

자신의 유산을.

키워라.

다음 세대를.

오바마는 성공한 남자가 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