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비즈니스맨 패션의 미래다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전통적인 흐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비즈니스맨의 새 얼굴. | 패션,스타일,남성,비즈니스맨

비즈니스맨을 위한 옷이라 하면 대부분 이탈리아와 영국에서 파생된, 제한적인 스타일을 떠올린다. 6개월에 한 번씩 유행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 면모를 풍겼지만 그런 슈트는 늘 익숙한 새로움이었다.그러나 올해는 확 달라졌다. 로고, 스웨트셔츠, 트랙 슈트, 그리고 과장된 몸집과 모호한 성별의 비즈니스맨이 부상했다.이번 시즌 비즈니스맨은 놈코어에 밀리고, 스포티즘 때문에 외면받고, 스트리트 스타일 추종자들에게 소외당하던 예전과 달리 존재감이 뚜렷하다. 젊고 창의적인 디자이너들이 제대로 실력을 발휘했다.무서운 것도, 잃을 것도 없고 뭐든 할 수 있는 이 열혈 젊은이들은 영국과 이탈리아식 슈트에서 벗어난 새 옷차림을 만들어냈다. 2017년, 각양각색 우주 최고의 직장인 시대가 열린다.변화의 선두에 선 건 역시 뎀나 바잘리아의 발렌시아가.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아카이브에서 영감을 얻은 독창적인 룩으로 런웨이를 가득 채웠다.모든 코트와 슈트를 마치 몸을 감싸는 건축물처럼 재단했고, 지나칠 만큼 과장된 어깨와 한껏 옹송그린 어깨가 연이어 등장했다. 그 와중에 분명했던 건 정제된 테일러링이다. 발렌시아가의 F/W 컬렉션에서는 더 노골적으로 이 기운을 이어갔다.회사 로고처럼 브랜드 이름을 새긴 실크 타이, 바겐세일에서 산 것 같은 투박한 엑스라지 사이즈 울 코트 등 1980년대 월 스트리트나 트럼프 타워에서 만날 수 있었던 과장님, 혹은 공장장님의 모습으로 완연히 새로운 직장인의 옷차림을 묘사했다.고샤 루브친스키는 또 어떤가. 젊은이들의 불완전한 삶을 묘사한 이탈리아 시인 파솔리니의 작품에서 힌트를 얻었는데, 고샤 루브친스키는 불온한 눈빛과 젊은 얼굴, 스포츠웨어로 컬렉션을 가득 채웠지만 그중에서도 여유로운 남색 슈트가 빛났다. 느슨하게 재단한, 슈트라기보다 작업복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한 소련 공산 체제의 흔적이다.런던에서 셔츠 열 장으로 만든 컬렉션으로 첫 컬렉션부터 큰 호응을 얻었던 마틴 로즈는 이번 시즌 첫 번째 런웨이 컬렉션을 가졌다.그녀는 실크 셔츠와 타이, 타이 핀으로 결정타를 날렸다. 특유의 슈퍼 와이드 바지를 힘껏 추켜올려 배바지로 입은 스타일링, 허리춤에 맨, 마치 일수 가방처럼 보이는 스타일링이 흥미를 끌었다. 기본적인 남자 옷으로 생경한 스타일을 만든 게 핵심이다.이들의 공통점은 ‘왜, 어떻게 옷을 입는가’에 집중한다는 것. 실용 목적으로 옷을 입는 사람들에게 뎀나 바잘리아, 고샤 루브친스키, 마틴 로즈의 옷은 비현실적이고 이질감을 느낄지 모르겠다.그렇지만 이 점은 요즘 남성복을 관통하는 주제와는 선명하게 맞물린다. 지금은 어떤 태도를 보여주기 위해 옷을 입는 시대다. 깔끔하지 않아 어수선하고, 누가 뭘 하는지 보다는 내 관심사에 충실한, 구부정한 태도. 이런 시대에 실용이나 관습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뎀나 바잘리아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젊은 사람들은 변화를 원해요. 세상 모든 곳에서 이런 특유의 시대정신이 느껴지죠. 전통을 중시하는 도시 파리에서조차 젊은이들은 강렬히 변화를 원하고 있어요.”지금 남성 패션 위크는 남녀 컬렉션 통합으로 많이 위축되어 있다. 이렇게 남성복 시장이 움츠러든 상황에서 남성성을 대표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웨어의 활약이 무척 반갑다.시스템과 기득권에 대한 반항, 젊고 창의적인 디자이너들이 확장한 포스트 비즈니스맨 세계에 남성복의 미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