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를 기른 만화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혹독한 서울살이를 홀로 의연하게 버티는 여자들의 만화적인 일상. | 책,독서,도서,만화,혼자를 기르는 법

혼자를 기르는 법김정연, 창비안동에 살던 이시다는 서울에 올라와 혼자 산다.돈이 없는 서울에서의 생활은 혹독하다. 쾌적한 공간도 함께할 사람도 없다. 돈이 안 되는 일만 많다. 정신적으로 외롭고 육체적으로 피곤하며 희망은 쉽게 보이지 않는다. 이시다는 표지의 그림처럼 햄스터 한 마리와 함께 서울에서의 삶을 이어간다.은 이시다의 일상에 대한 41화짜리 만화다. 40개의 본편과 1개의 부록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서울에서 사회생활을 하는 젊은 사람이라면 꽤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작가와 등장인물이 여자라 여자들이 조금 더 공감할 수도 있겠지만 진짜 훌륭한 이야기는 성별쯤이야 우습게 뛰어넘어 더 많은 사람에게 파고든다. 도 그렇다. 혼자 있어서 외롭고 어색한 건 여자의 특징이라기보단 인간의 특징이다.에 나오는 여자들은 의연하게 혼자 산다. 동물을 기른다. 여자 둘이 친구가 된다. 친구가 된 여자들끼리 낚시 여행을 떠난다. 여자들끼리 춤을 춘다. 야속한 도시에서 외로워하고 열심히 일해봤자 상자 같은 원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신을 측은해하면서도 마음 둘 곳을 찾아내서 열심히 따뜻한 마음을 주고받는다.그렇게 도시의 여자들이 이 책의 제목처럼 혼자를 천천히 길러간다. 책의 화풍이 귀여울 뿐 이 책의 일상은 필사적인 싸움과 크게 다를 바 없다.하지만 그녀들은 조금씩 강해진다. 위로가 안 될 듯한 곳에서도 위로를 찾고 어떻게든 존엄을 잃지 않은 채 매일을 버틴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건 때로 고통스럽지만 굉장히 감동적이다.을 읽던 중 개인적으로 고통스러운 일이 있었다. 말 못 할 계기로 시작된 말 못 할 일이 말 못 할 방법으로 끝나서 나는 말도 못 할 정도로 상처를 입었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혼자 남아 을 읽었다.한 손으로 두루마리 휴지를 흘려보내듯 페이지를 넘기다 잠깐씩 멈춰서 몇 대사를 좀 더 오래 보기도 했다. 책이 다 끝나자, 서울에서 나만 이런 건 아니구나 싶었다. 그런 면에서 나는 이 책에 빚진 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