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한국의 끝장전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중국이 과연 사드 때문에 패권을 포기할까. 끝까지 가볼 필요가 있다.

중국인과 개는 출입 금지

1840년과 1860년, 두 번의 아편전쟁 이후 중국은 완전히 굴복했다. 개항 후 영국을 위시한 서방 열강들은 중국에 속속 상륙했고, 영국의 직접 통치를 받았던 홍콩과 상하이에서 중국인은 거의 100년간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았다.

단적인 사례가 주요 공원 앞에 걸린 ‘중국인과 개는 출입 금지(華人與狗不准入內)’라는 푯말이었다. 자국 땅에서조차 공원에 맘대로 출입할 수 없었던 중국인들. 심지어 홍콩의 빅토리아 공원은 이 푯말을 ‘조금’ 수정했는데, 바로 ‘중국인 출입 금지’였다. 개보다 못한 취급을 받던 시절이었다.

작년 7월 우리 정부가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THAAD, 사드) 배치를 공식화한 직후 중국은 본격적으로 경제 보복을 시작했다. 첫 보복 대상은 바로 한류였다.

일단 ‘카더라’로 시작했다. ‘한국 연예인의 중국 방송 출연을 줄인다더라’, ‘한국 드라마는 방송 못 한다더라’ 등 비공식적으로 이야기가 돌았다. 이런 소문으로 시작된 한한령(限韓令, 한류 제한 명령)은 작년 11월부터 팩트가 됐다.

그러더니 통관절차를 통해 한국 화장품과 식료품 등을 대거 불합격 처분하고, 한국산 전기 배터리를 인증에서 탈락시키고, 한국행 단체 관광을 금지시키고,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을 초토화시키고, “삼성전자와 현대차도 예외는 아니다”라며 엄포를 놓고 있다. 현재로선 중국의 경제 보복이 어디까지 갈지 예단할 수 없다.

그런데 이번 중국의 경제 보복은 좀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번 사드 이슈는 중국이 패권국으로 가기 위한 자존심 싸움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사드와 패권이 무슨 연관이 있느냐고? 나는 중국이 사드 프레임에 빠져들수록 자신들이 그토록 원하는 패권과는 점점 더 멀어질 것으로 본다. 이런 점은 누구보다 중국이 더 잘 알고 있을 것 같다.

중국은 왜 한류를 먼저 건드렸나

중국은 사드 관련 첫 번째 경제 보복 카드로 한류 죽이기를 꺼냈다.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한한령을 풀지 않으면 한국의 드라마·영화·예능 프로그램과 한국 작품을 리메이크한 내용은 방송할 수 없으며 가수들도 공연할 수 없다.

실제로 올 1월 중국 CCTV의 춘제 특집 쇼에는 한국 연예인이 무려 9명이나 출연했던 지난해와 달리 단 한 명도 나오지 못했다. 한한령은 이제 소프라노 조수미, 피아니스트 백건우, 발레리나 김지영 등 클래식과 발레 분야까지 문화계 전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의 과거 행태를 보면 경제 보복은 익숙하다. 중국은 자국의 입맛에 맞지 않을 경우 경제 대국이라는 위상을 이용해 노골적인 보복을 자주 해왔다.

노르웨이는 2010년 중국의 반체제 인사에게 노벨 평화상을 수여했다가 주력 수출품인 연어 수입 금지령을 당했고, 남중국해 문제로 중국을 국제 사법기관에 제소했던 필리핀은 바나나와 망고의 중국 수출길이 막혔고, 달라이 라마를 초청했던 몽골은 국경 통행세를 내라는 보복 조치를 당했다. 일본도 2010년 센카쿠 열도 분쟁을 빌미로 중국에 희토류 수출 금지 조치를 당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건 왜 첫 타깃으로 한류를 선택했느냐는 점이다. 중국은 꽤 고민을 했던 것 같다. 그 결과 자국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의 경쟁력이 한류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파악했고, 이를 먼저 봉쇄시킨다는 전략을 짠 것이다.

가령 중국에서 한국산 화장품은 최고 인기 품목이다. 그런데 그 인기의 비결엔 품질도 있지만 한국 연예인에 대한 ‘워너비’ 열풍도 크다. 또한 한류는 한국을 찾는 연간 700만 명의 유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이뿐만이 아니다. 치맥 열풍, 김 쇼핑 등 먹거리와 의류, 자동차, 스마트폰 등 한국 제품 전반에 대한 판타지도 결국 한류에서 시작된다.

특히 한류 공격은 경제 피해 규모에 비해 몇 배 더 큰 공포를 주기에 안성맞춤이다. 우리 20대에겐 전기차 배터리 불합격 처분보다 한국 연예인이 당하는 뉴스가 더 확 와 닿는다.

한류를 공격한 중국은 다음으로 유커 단체 관광을 제한해 한국의 관광업계와 면세점 사업을 치고 들어왔다. 지난 3월 15일 이후 한국행 단체 관광을 전면 금지했다.

중국이 관광을 건드리는 것 역시 매우 전략적이다. 그간 한국 내수는 유커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가령 2015년 메르스 사태에서 내수 지표는 최악이었지만 국민적 비극인 2014년 세월호 사건 당시 내수 지표는 몰려드는 유커 덕에 잘 버텨낼 수 있었다.

여기에 중국 내부에선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을 심하다 싶을 정도로 괴롭히고 있다. 그런데 롯데는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롯데월드, 롯데제과 등 유통과 먹거리에 속한 기업으로 중국 입장에서 보면 대체재를 확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게다가 관광을 통제해 면세점 매출이 급감할 경우 롯데의 한국 사업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중국은 이 점도 고려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현재까지 중국의 경제 보복은 ‘한류→관광→서비스와 유통’ 단계까지 왔다. 그래서 이제 그다음 경제 보복이 어디로 확산될지에 집중하고 있다. 참고로 중국은 그동안 해당 이슈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먼저 되돌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노르웨이에 대한 연어 수입 금지령을 보자. 이 보복은 2016년 12월, 비로소 6년 만에 풀렸는데 이 기간 동안 노르웨이가 기울인 노력은 정말 눈물겹다.

노르웨이는 중국의 북극 이사회 옵서버국 가입을 앞장서 지지했고, 중국 주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설 멤버로 가입했다. 또한 “노르웨이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하고 중국의 영토 완전성을 존중한다”는 오글거리는 외교를 한 후 중국의 마음을 돌릴 수 있었다.

따라서 우리가 이 정도 수준의 굴복을 하지 않으면 중국의 보복은 더 혹독해질 수 있다. 아마 다음 수순은 금융 쪽의 보복이고, 마지막 종착역은 제조업으로 대두되는 상품 등 실물 분야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자, 그런데 딱 이 대목에서 이야기가 좀 복잡해진다.

내 체면 한번 살려달라 해

중국 전문가들은 현재 경제 보복이 끝장을 볼 것이냐, 아니면 이쯤에서 멈출 것이냐 두 부류로 나뉘어 제법 큰 의견 충돌을 보이고 있다.

한쪽에선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가면서 결국 상황이 수습될 것이라 말한다. 한류나 관광, 서비스와 유통까지는 자국(중국)에 큰 피해가 없지만 금융이나 상품으로 넘어가면 중국도 큰 피해를 입기 때문이라는 논거다.

가령 제주도에 유입됐던 3조원대 차이나 머니가 빠질 경우 우리도 타격을 입지만 중국도 엄청난 손실을 보게 된다. 국내 금융시장에 들어온 돈도 마찬가지다.

가령 한국 국채의 외국계 보유 물량 중 30퍼센트를 차지하는 차이나 머니가 원화 가치를 폭락시키려고 시장에 국채를 던질 수는 있겠지만 현실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특히 중국의 기술력이 많이 좋아졌다고 해도 중간재의 60~70퍼센트는 한국에서 수입해야만 하는 현실을 강조한다. 중국은 이런 한국의 중간재를 수입해 조립한 뒤 ‘메이드 인 차이나’ 완제품을 내다 팔고 있는 만큼 상품 단계의 보복까지 가는 건 실리를 추구하는 중국이 선택하지 않을 거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다른 한쪽에선 중국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면서 중국의 경제 보복은 시작도 안 했다고 반박한다. 인해전술에서 알 수 있듯 중국은 충분히 육참골단(肉斬骨斷) 전술을 감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육참골단은 적에게 자신의 살을 내주지만 자신은 적의 뼈를 끊어 쓰러뜨린다는 뜻으로, 중국은 결국 끝까지 갈 것이라고 말한다. 마지막 단계의 보복까지 가면 중국도 살이 뜯겨나가는 피해를 보지만 한국은 뼈가 으스러지는 엄청난 충격을 받는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이 전략도 망설이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과연 이 대목에서 중국이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양쪽 전문가들이 모두 인정하는 대목이 있다. 바로 체면이다. 중국 사람들만큼 체면을 중시하는 민족이 없다는 것인데, 가령 “내 체면 한번 살려달라”는 말을 관용구처럼 사용한다고 한다.

물론 이 대목에서 “그 무례하고 막무가내인 중국인들이 체면을 중시한다고?”라고 반문할 수 있다. 이건 중화사상이라는 자기중심적 세계관 때문으로 자신의 방식대로 행동하는 데 거리낌이 없어서 그런 것이고, 이것과 양립해 중국인들은 자신의 체면에 목숨을 걸 정도라고 한다.

그래서 만약 우리가 사드 배치를 강행하더라도 이에 준하는 뭔가 다른 방식으로, 그에 합당한 중국의 체면을 살려준다면 경제 보복 역시 의외의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다는 데 다수의 전문가가 동의한다.

끝장전 - 에스콰이어

유대인과 개 출입 금지

1800년대 유대인들은 ‘게토’라고 해서 마을의 가장 음습한 곳에 모여 천대받으며 살았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면 1900년대 초반 유럽 곳곳에 ‘유대인과 개 출입 금지’라고 써 붙여놓은 것을 알 수 있다. 1950년대까지 뉴욕 맨해튼 상점에서도 이 ‘유대인과 개 출입 금지’라는 사인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유대인들이 지금 국제 유대 자본으로 뭉쳐 세계 금융시장을 주무르고 있으며 패권국 미국에 숨어 일종의 ‘그림자 정부’를 구성하고 있다.

느닷없이 이 시점에서 유대인 이야기를 꺼낸 건 묘한 데자뷔 때문이다. 유대교 상인과 화교 상인도 그렇고, 돈에 환장해서 돈을 잘 다뤘고 그 돈을 갖고 사람들을 괴롭히다 세계인으로부터 미움을 받은 것도 비슷하다.

또한 유대인처럼 한때 개만도 못한 취급을 받던 중국인들이지만 이제는 맘에 안 들면 바로 경제 보복을 날려 굴복시키는 힘을 갖게 된 것도 유사하다.

하지만 아직 중국인이 갖지 못한 게 있다. 바로 패권이다. 유대인과 유대 자본은 대영제국에 이어 미국까지 패권국에 기생해 온갖 영화를 누렸지만 중국인과 화교 자본은 아직 아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정말이지 패권을 갖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뭐든 다 할 것이다.

그런데 중국의 패권 완성에서 한국은 너무나 필요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미국에 절대 충성하는 일본과 트럼프와 밀월 비슷한 관계를 맺은 러시아, 각각 따로 놀고 있는 유럽 국가들.... 이런 상황에서 한국과 철천지원수가 된다? 패권을 노리는 중국으로선 절대 안 될 상황이다.

중국 스스로도 사드는 패권과 비슷한 레벨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저 난리를 치는 건 사드의 주인이 패권국 미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오’를 지키려고 덜컥 치고 나온 건데, 시간이 흐를수록 엑시트 플랜에 대한 고민도 분명 생겨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사드와 관련한 중국의 경제 보복은 회심의 탈출구가 있을 것도 같다. 당장 5월 이후 새로운 정부는 여기에 올인해야 한다. ‘체면’과 ‘패권’이란 두 가지 키워드로 난국을 풀 열쇠를 찾아내야만 한다.

끝으로 하나 더. 당장 4월과 5월 우린 중국의 경제 보복 때문에 극도로 힘들어질 수 있다. 그래서 국민도 사드 배치를 놓고 심각한 분열 양상을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참에 중국과의 관계를 냉철하게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새로운 준비도 했으면 좋겠다. 어차피 중국이란 국가는 100을 줬다면 결국 1000, 10000을 챙겨 가는 스타일이다. 재주는 곰(한국)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중국)이 다 챙겨 갈 수밖에 없다면 차라리 지금의 냉각기가 몸을 추스를 호기일 수 있다.

물론 당분간 중국의 돈맛이 그리울 것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더 담담하게 홀로 서는 법을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왕서방도 애가 탄다. 반대로 우리가 중국 없이는 아무것도 안 되는 모습을 보인다면 왕서방은 우리를 더 처절하고 거칠게 다룰 것이다.

그게 중국이다. 졸 필요 없다. 당당히 우리 길을 가면 된다. 아무래도 올봄엔 더 많이 명동과 홍대입구로 나가고 제주도에도 한 번쯤 다녀와야겠다.

중국이 과연 사드 때문에 패권을 포기할까. 끝까지 가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