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고수들의 신보 앨범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진짜 고수의 앨범들은 음악으로 다그치지 않는다. 되레 나긋나긋하다 | 음악,앨범,뮤직,신보,강일원

강승원 일집by 강승원글쎄. 강승원이라는 이름을 마주하고 “아!”라는 감탄사를 내뱉을 독자가 과연 몇일지 모르겠다.그렇다면 이건 어떤가.린, 이적, 성시경, 자이언티, 장기하, 존박, 윤하, 박정현, 그리고 윤도현. 강승원이라는 주인장에게 초대받은 게스트 리스트가 이 정도다. 화려하지 않은가 말이다. 왜 이 정도 가수들이 한데 모였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말이다.여기서 끝이 아니다. 음악 좀 좋아한다는 사람들에게 강승원은 무엇보다 ‘서른 즈음에’의 작곡가로 유명하다. 그래, 맞다. 고 김광석이 ‘이 노랜 무조건 자기가 불러야 한다’고 했을 정도로 애착을 보였다는 그 곡이다.또 강승원은 의 음악 감독으로 활동했으며, 저 유명한 초코(입힌)파이 광고 음악(‘말하지 않아도...’)의 작곡가이기도 하다.어떤가. 이제 왜 저 가수들이 흔쾌히 목소리를 빌려줬는지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50대 후반에야 발표한 강승원의 첫 번째 음반 기조는 ‘어덜트 컨템퍼러리’다. 따라서 신경을 곤두세우게 하는 실험 대신 우리에게 대단히 익숙한 선율과 악기 운용을 만날 수 있는 앨범이라고 보면 거의 정확하다. 굳이 나 같은 평론가가 ‘말하지 않아도 듣는 이들은 그 어떤 낯섦도 없이 이 음반을 즐길 수 있다.대신 다른 점이 하나 있다. 모든 측면에서 빼어나다는 것이다. 진짜 잘 만든 어덜트 컨템퍼러리 뮤직의 진수. 되풀이해 들으면 들을수록 깊고 진하다.WHEN 봄바람 솔솔 부는 오후.WHERE 멋진 카페에서.WHO 이걸 듣고 있는 당신, 참으로 고급스럽도다.글_배순탁(음악 칼럼니스트, 작가)AMERICAN TEENby Khalid는 지난 3월 2일 칼리드에 대한 기사를 실으며 ‘어떻게 칼리드는 젊은이들의 목소리가 되었는가’라는 제목을 붙였다. 칼리드의 미국 내 인기를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대표곡 ‘Location’이 아직은 빌보드 싱글 차트 44위에 머물고 있지만 홍보력에 따라 앞으로의 결과가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은 매력적인 잔잔함으로 가득한 앨범이다. ‘Location’은 섹시한 정적이 흐르는 러브 송이고, ‘Shot Down’은 컨트리 수준의 따뜻한 여운이 느껴진다. 느린 템포와 흥분 없는 강약 조절로 듣는 사람을 천천히 홀린다.아주 심플한 음악이라 처음엔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일단 매력을 느끼면 헤어나기 힘들다. ‘American Teen’, ‘Saved’도 강력 추천한다. 미국 내에서 왜 잔잔한 반향이 일어나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WHEN 새벽이나 밤늦게.WHERE 혼자 있는 조용한 곳에서.WHO R&B를 좋아하는 사람.글_이대화(음악 칼럼니스트)DRUNKby Thundercat선더캣은 거장 베이시스트 스테판 브루너의 솔로 프로젝트다. 선더캣이란 이름으로는 세 번째 정규 앨범이다. 짧은 곡 위주로 무려 스물세 곡이 수록되었다.베이스가 주인공이지만 신경 써서 듣지 않으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편안하게 귀에 감긴다. 리듬감이 반드시 요란스러워야만 느껴지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고수는 다르다.전곡을 1970~1980년대에 주로 사용하던 팔세토 창법으로 노래하는데 가성이 앨범 전체를 일관성 있게 아우른다. 퍼렐 윌리엄스, 켄드릭 라마, 위즈 칼리파 등 최근 가장 핫한 뮤지션의 피처링도 돋보인다. 억지 인맥 과시가 아니다. 곡과의 어울림을 고려했다.선더캣은 켄드릭 라마의 ‘These Walls’란 곡에 참여하며 2015년 그래미 어워드 ‘베스트 랩/송 컬래버레이션’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미 오래도록 세션 활동을 해온 그는 다른 뮤지션과 함께 작업하는 것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안다.WHEN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WHERE 어두운 거실 소파에 늘어져서.WHO 의욕은 없는데 고개라도 까딱이고 싶은 그대.글_김진호( 피처 에디터)7F, THE VOIDby 신세하여전히 장르적 구분은 중요하게 이루어지지만, 어느 한 장르로 단정하기 어려운 아티스트가 계속 늘고 있다. 싱어이자 프로듀서 신세하 역시 그중 한 명이다.그의 음악은 신스 팝이 근간을 이루는 가운데 펑크, 뉴웨이브, 소울, 일렉트로닉, 사이키델릭 등이 한데 어우러져 완성된다.새 EP 는 이처럼 퓨전 보편화 시대임에도 신세하가 왜 눈에 띄는 존재인지 체감케 하는 한편, 커리어를 통틀어 가장 부드러운 측면이 응집된 작품이다.특히 모던 펑크풍의 베이스와 슬로 잼 무드가 기가 막힌 조화를 이루고, 포근하게 감싸오는 멜로디가 일품인 ‘Balcony’ 같은 곡이 선사하는 감흥은 매우 짜릿하다. 1960~1970년대 미국 첩보물 스코어를 연상시키는 프로덕션 위로 은근히 포개진 보컬이 귀를 간질이는 ‘7F’도 빨려드는 곡.혹자는 그의 음악을 두고 ‘괜히 있어 보이려 한다’며 관심 밖에 두기도 한다. 하지만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신세하의 음악은 있어 보이려 하는 게 아니라 정말 뭔가 있다.WHEN 섹시한 퓨전 음악이 듣고 싶을 때.WHERE 이왕이면 무드 조명이 켜진 방 안에서.WHO 단둘이 있는 공간에서 분위기를 잡으려는 당신.글_강일권(음악 칼럼니스트,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