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에서 패션쇼를 본다는 건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패션 브랜드가 인스타그램으로 런웨이 쇼를 생중계하는 시대가 왔다. | 패션,런웨이,인스타그램,생중계,SNS

© FIRSTVIEW KOREA팔레 로열에 마련한 런웨이가 화면에 나왔다. 프런트 로에서 보는 앵글. 빼곡하게 앉아 있는 사람이 얼추 300명쯤. 음악이 시작되자 모델이 슈프림 로고를 새긴 가방을 메고 걸어 나왔다. 옷과 가방과 신발을 가까이에서 비춘 화면의 끝에는 손을 흔들며 웃는 디자이너 킴 존스가 있었다. 루이비통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불이 꺼졌다.인스타그램이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했다. 라이브 영상을 스트리밍할 수 있는 ‘인스타그램 라이브’다. 최대 한 시간까지 방송할 수 있고 실시간으로 댓글을 주고받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방송이 끝나면 이 모든 것이 없던 일처럼 사라진다. 일정 시간 이후 콘텐츠가 사라지는 방식은 북미에서 엄청난 인기를 모은 스냅챗과 동일하다.스냅챗은 SNS 플랫폼 중 가장 사적이다. 모르는 사람이 나를 팔로하거나 친구를 맺을 수 없다. 콘텐츠가 영원토록 남지 않고, 댓글도 한 번 본 후에는 사라진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스냅챗에서 즉흥적인 감정과 사적인 순간을 표현하는 데 망설이지 않았고, 그럴수록 인기는 높아졌다.인스타그램 라이브와 스냅챗의 핵심은 즉각성과 휘발성. 이 서비스는 매일 흥밋거리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최신식 장난감이 되었다.눈에 띄는 것은 SNS에 친숙하고 민첩한 패션 브랜드들의 접근이다. 젊은 디자이너 팀 코펜은 지난 1월 피렌체 피티 워모에서 열린 자신의 2017 F/W 컬렉션을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통해 공개했다. 패션계에서 새로운 플랫폼을 비즈니스에 활용한 첫 사례다.피티 워모에 이은 파리 남성 컬렉션에서는 루이비통이 거대 패션 하우스로는 처음으로 이 서비스를 활용했다. 쇼가 열리기 며칠 전부터 인스타그램에서 생중계로 볼 수 있다는 광고를 포스팅했고, 루이비통의 남성복 디렉터인 킴 존스도 17만 팔로워에게 이 소식을 알렸다.쇼가 열린 날인 1월 19일 루이비통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은 약 10분 동안 쇼를 라이브로 방송했고 11만8000명이 영상을 봤다. 루이비통의 도전은 적절했다. 마침 그 시기에는 루이비통이 슈프림과 협업한다는 충격적인 소식으로 떠들썩했다. 비단길만 걸어온 루이비통과 거리에서 태어난 슈프림의 만남은 충분히 호기심을 자극할 뉴스였으니까.놀라운 협업을 자유롭게 재해석한 디자이너 킴 존스, 이 컬렉션을 친근하고 가볍게 전달한 루이비통 모두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뒤이어 젊은 디자이너 타쿤과 프라발 구룽도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통해 백스테이지를 공개했고 구찌, 돌체&가바나, 디올도 인스타그램 라이브에 적극적이다.브랜드들이 화질도 뛰어나지 않고, 영상을 보관할 수도 없는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선택하는 이유는 요즘의 추세와 맞물려 있다.2017년 사람들은 섬세하게 정제된 것, 밀도 깊게 다듬어진 것만 찾진 않는다. 오히려 거칠고 투박하고 솔직해야 세련된 것으로 추앙받는다. 자연스럽다 못해 날것 같은 생생함이 더 ‘트렌디’하다.인스타그램 라이브도 같은 맥락이다. 어느 하나 정돈된 구석 없이 적나라하지만 생동감만은 충만하다. ‘내가 지금 그곳에 있다’는 느낌이 든다. 요즘엔 그거면 충분하다. 내가 현장에서 직접 보고 있다는 최면. 분명 간접적이지만, 인스타그램 라이브라는 도구가 직관적인 경험으로 만들어버린다. 여기까지가 소비자를 위한 이야기.브랜드 입장에서 인스타그램 라이브는 효율성이 높은 플랫폼이다. 일단 비용이 들지 않는다. 인스타그램 앱을 켜고, 대단한 장치 없이, 휴대폰으로 찍기만 하면 된다. 솔직하고 가뿐하게 생산한 영상은 소비자와 브랜드의 친밀도를 높인다.사람들이 브랜드를 좋아하게 만드는 쉬운 방법이다. 그래서 일단 재생만 한다면 그 계정을 팔로할 확률이 무척 높아진다. 즉 브랜드에게 인스타그램 라이브는 팔로워를 늘리는 결정적 도구다. 계정에 종속되게 만든다.노출과 동시에 효과가 드러나고, 불특정 다수를 향해 홍보 비용을 쏟아부을 필요가 없어지는 것. 이런 방식은 규모가 작은 젊은 브랜드의 힘을 북돋는다. 팀 코펜은 쇼를 끝낸 후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통해 말했다. “SNS는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좋은 도구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지금 남성복 역사상 가장 다양한 브랜드가 공존하고 있는 비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