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서 혁신보다 중요한 것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스마트폰 기술을 겨루는 MWC의 올해 화두는 혁신보단 생존이었다. | 스마트폰,MWC

2017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이하 MWC)의 핵심 주제는 ‘미리 보는 4차 산업혁명’이다. 스마트폰 시대 이후의 새로운 먹거리에 대비해 많은 기업이 막대한 투자와 기술 개발에 힘쓴다는 증거다.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같은 소프트웨어 파워를 바탕으로 한다. 여기에 차세대 통신 기술이 융합되면서 커넥티드 카나 사물인터넷으로 영역이 확장된다.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미국과 유럽의 수많은 기업이 수년째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엔 중국 기업도 득세 중이다. 그런데도 한국은 여전히 뒤처져 있다.물론 올해 MWC가 보여준 기술 흐름은 이미 2~3년 전에 등장한 것이다. 좀 더 구체적이고 세분화됐을 뿐이다. 혁신이라고 하긴 어렵다. 어쩌면 그래서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부분도 있다. 스마트폰업계의 새로운 생존 전략이다.2017 MWC에는 스마트폰 시장의 두 공룡인 삼성전자와 애플이 자리를 비웠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8의 공개를 3월 말로 미뤘다. 애플은 전통적으로 MWC에 참가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스마트폰 관련 부스는 꽤 흥미로웠다. 특정 브랜드가 개성 있는 제품으로 눈길을 사로잡았기에 가능했다. 일부는 복고를 재해석했다.노키아의 경우 이미 15년 전에 사라진 피처폰을 되살렸다. 막대 사탕 모양의 노키아 3310에 현대 기술을 더한 것이다. 두께가 얇아진 몸체에 2.4인치 QVGA 컬러 디스플레이를 쓰고 200만 화소 카메라를 달았다. 아날로그 키패드는 그대로다.단지 추억팔이로 나온 제품이 아니다. 요즘 스마트폰이 감히 흉내 내지 못할 특징도 담고 있다. 배터리는 한 번 충전으로 22시간 동안 통화할 수 있다. 가격도 저렴하다. 49유로, 한화로 약 6만원 정도다. 2017년형 3310은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최근의 정서와 분명 잘 맞물리는 구석이 있다.비슷한 맥락에서 블랙베리도 복고의 물결에 동참했다. 신제품 키원을 내세워 복고를 세련되게 표현했다. 키원은 과거 블랙베리의 특징이었던 물리적 키보드를 최신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와 접목했다. 아날로그 키보드가 타자에 도움을 주면서도 각각의 키에 응용 프로그램을 할당해 스마트폰처럼 직관적으로 연결하겠다는 취지다.예컨대 M을 누르면 e메일로, F를 누르면 페이스북으로 연결되는 식이다. 사실 블랙베리는 2015년 출시한 프리브에 비슷한 콘셉트를 담았다. 하지만 프리브는 슬라이드형 키보드를 사용했기에 키원처럼 물리형 키보드의 장점을 완전히 끌어내지 못했다.스펙으로 가장 눈길을 끌었던 LG전자 G6도 진화의 방향을 살짝 틀었다. 무조건적인 혁신보다는 편의성과 보편성을 극대화시키는 데 초점을 뒀다. 모듈형을 채택했던 전작과 달리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를 유지했다.그런데도 화면을 5.7인치로 키우고 세로와 가로 비율을 18:9로 실현했다. 디스플레이를 강화해 HDR10과 돌비 비전 규격의 콘텐츠를 그대로 재생할 수 있도록 한 것도 특징. 그 밖에 1300만 화소 듀얼 카메라, 3300mAh 대용량 배터리, IP68 등급의 방수·방진 기능 등 최신형 스마트폰의 인기 요인을 두루 업그레이드했다.스마트폰이 전체적으로 사양이 상향 평준화되고 있다. 모두가 최신 기술에 의존하는 상황이라 차별성을 만들기가 점점 어렵다.하지만 이번 2017 MWC에서 보여준 일부 스마트폰 회사의 전략처럼 혁신의 최신 기술이 꼭 정답은 아니다. 생존의 갈림길에서 각성하고 진화한 제품 대부분이 새로운 방향으로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발전은 이런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