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와 김성근은 왜?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국가대표팀 축구 감독과 국가대표급으로 유명하던 야구 감독의 입지가 흔들린다. 세상이 변한 걸까? | 야구,감독,스포츠,축구,김성근

나른해야 할 봄이 사뭇 오싹하기까지 하다. 지금이 역사의 한순간임을 알려주는 몇몇 암시 때문이다. 대통령이라는 무소불위의 권력이 탄핵됐다. 그에 아첨하며 호가호위하던 추종자들은 줄줄이 수갑을 찼다.2017년의 새봄은 바야흐로 격변기다. 완장 하나만 두르면 편법과 탈법이 묵인되던 시절이 빠르게 지나고 있다. 이제 오만한 권력은 아래로부터 솟구치는 무수한 칼날을 각오해야 한다. 정계만 그런 것이 아니다. 스포츠 세계는 더하다.두 지도자가 있다. 한때는 신으로 불릴 만큼 인정받았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두 사람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나는 그것이 최근 대한민국 사회의 거대한 움직임과 관계가 깊다고 여긴다.한 명은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 울리 슈틸리케다. 최근 슈틸리케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으로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축구협회 기술위원회로부터 굴욕적인 재신임을 얻어내야 했다. 결과적으로 최근 경기의 부진 탓이지만 그리 된 데에는 소통 부족이라는 치명적 단점이 큰 몫을 했다.다른 한 명은 KBO 리그 한화 이글스의 김성근 감독이다. 일찍이 야신이었던 이 거장의 신세 또한 처량하다. 지난 2년 동안은 더그아웃 안에서 독수리 야구단 전체를 쥐락펴락하며 전권을 향유했다.하지만 성적이 나오지 않았으니 겨우내 독점 권력 중 몇 조각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어 지금은 유치한 세력 다툼으로 주위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결과적으로 스스로의 부진 탓이지만 사태의 근본적 원흉은 시대에 뒤떨어진 안하무인격 지도 방식이다.초창기만 해도 두 감독의 권위는 추상같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되자마자 혁혁한 전과를 올렸다. 그 덕에 ‘갓틸리케’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신이라는 웅장한 수식어가 지나치게 도매금으로 팔려나가는 느낌이 없지는 않았어도, 그때 그에게서 ‘갓’이라는 별명을 떼어낼 구실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감았던 눈이 뜨이게 된 것은 물론 국가대표팀의 최근 부진 때문이다. 더불어 슈틸리케는 그 와중에 감독으로서 이해하기 힘든 언행까지 보였다.한때 국가대표팀이 약팀들을 상대로 승승장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작 가장 중요한 러시아 월드컵 최종 예선에 이른 뒤로는 답답하기만 했다. 날카로운 전술이 없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 내용이 부진한 뒤에는 으레 유체 이탈식 인터뷰로 팬들의 복장을 뒤집어놓곤 했다. 결정적인 한마디는 이것.“카타르의 소리아 같은 공격수가 없어서 졌다.”카타르에게 지고 난 뒤 언론에 밝힌 변명이다. 참으로 어이없다. 소리아는 분명 좋은 공격수지만 그 정도 수준이라면 유럽 빅 리그의 손흥민까지 갈 것도 없이 K리그에도 적지 않다.설사 백번 양보해 전무하다고 치더라도 그러면 그런 대로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게 선수단을 꾸려나가야 하는 것이 감독의 임무다. 바로 그 부분, 이른바 전략과 전술 면에서 현재 많은 전문가들이 슈틸리케에게 실망했다고 말하고 있다.최근 국내에서 치른 시리아전만 해도 그렇다. 1 대 0으로 이기기는 했지만 내용만 놓고 보면 알 하킴 시리아 감독의 말대로 비긴 것이나 다름없었다.중국 원정의 충격적 패배 직후 벌어진 경기라 새로운 면모를 기대했지만 이렇다 할 작전의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새로웠다면 중국전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해 부진했던 고명진을 오른쪽 날개로 올렸다는 점. 결과는 기회 한 번 제대로 잡지 못한 명백한 실패였다.고명진은 패스가 좋고 플레이가 깐깐한 선수지만 약점도 없지 않다. 돌파력이 두드러지지 않다는 점이다. 중국전에서 후반 20분 황희찬과 교체된 것은 그 때문. 좀처럼 중국 수비를 뚫지 못하자 고육지책으로 고명진 대신 돌파력 좋은 황희찬을 내세운 것이다.그런 선수의 위치가 숫제 돌파를 전문으로 삼아야 할 곳까지 올라간 것은 지동원의 결장과 이재성의 부상을 감안하더라도 의외였고, 아니나 다를까 시리아전에서도 단점은 여전했다. 공을 잡고서는 여간해서는 시리아의 밀집 수비를 뚫어내지 못했다.이따금씩 돌파 후 공을 전달받은 경우에도 골대 앞까지 공을 효과적으로 보내지 못했다. 중국전의 이정협 대신 원톱으로 기용한 황희찬을 비롯해 기성용, 남태희 같은 다른 공격수들과 호흡이 전혀 맞지 않았던 탓이다. 엉뚱한 곳에 엉뚱한 선수를 배치한 결과였다.슈틸리케 감독이 전술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설사 준비했더라도 선수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시리아와의 경기 전날 전술 회의에서 감독은 선수들에게 느닷없이 요한 크루이프의 경기 영상을 15분 동안 틀어주었다.영상을 보여준 것 자체에 이견을 달기는 어렵다. 문제는 목적을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다는 점. 감독은 그저 이런 플레이를 원한다고만 했다는데, 그렇다면 그것은 강사가 판서만 잔뜩 해놓고 강의는 하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다.슈틸리케가 30분의 회의 시간 중 절반을 할애해 영상을 보여준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우리에게는 요한 크루이프 같은 선수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을까?기술위원회의 이용수 위원장은 준비 기간이 부족했던 탓이라면서 앞으로는 충분히 시간을 주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 말처럼 시간 문제인지 아니면 소통 방식의 문제인지, 또 아니면 감독 자체의 문제인지 곁에서는 가늠할 길 없지만 어찌 됐건 위원회의 진단과 처방이 옳기만을 바랄 뿐이다.다만 슈틸리케 감독이 준비했다는 시리아 대비 전술의 전모가 고작 “수비 위주의 플레이에 맞서 공을 소유하면 상대 진영에서 플레이하라”였다는 걸 보면 아무래도 앞날이 밝지만은 않아 보인다(심지어 시리아의 플레이는 수비 위주가 아니었다. 되레 역습을 활발히 펼치며 대한민국 문전을 위협했다).이 위원장이 밝힌 대로 전술에 밝은 코칭스태프가 소통을 자주 시도해야 할 것이다. 최근 여러 곳에서 제기되는 포백 시스템의 변화(이를테면 변형 스리백 같은)는 일리 있는 충고로 보인다. 그러나 슈틸리케가 ‘누군가’처럼 좀체 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 함정. 필요한 것이 조언이 아니라 소리아나 이미 세상을 뜬 요한 크루이프인 마당에야...위상이 흔들리기는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김성근 감독도 마찬가지다. 시즌이 시작되자마자 집안싸움으로 팬들을 불안하게 만들며 또 한번 구설에 오르고 있다.지난해 프런트가 감독의 권한을 축소하고 선수 출신인 박종훈 단장을 영입해 선수단을 정비하게 한 때부터 불화의 씨앗이 싹트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단장의 취임 일성이 ‘최우선 과제는 선수 육성’이었기 때문이다.선수 육성은 김성근 감독이 스스로 최대 업적으로 여기는 부분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선수도 아니던 최정을 리그 최고 수준의 3루수로 키운 것’이나 ‘어지럽기만 하던 정대현의 투구 동작과 제구력을 잡아준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김 감독 자신이다.그뿐이겠는가. 그는 SK 와이번스의 황금기에 주전 선수 대부분이 그의 손 아래에서 성장했다고 주장한다. 손만 대면 천하의 약골도 절세 고수로 변모시키는 무협 소설 속 은거 기인도 아니고, 아무래도 허무맹랑이라는 단어부터 떠오르지만 어쨌든 믿을지 말지는 개인의 자유다.다만 지난 2년 동안 한화 이글스의 퓨처스리그 운영이 엉망진창이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프런트는 김 감독의 독단이 2군의 황폐화에 큰 몫을 했다고 판단했다. 김 감독과 2군 운영을 분리시킨 프런트의 용단은 그런 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이번 해프닝은 ‘특정 선수들을 1군에 올리라’는 감독의 명령을 2군 운영을 맡은 박종훈 단장이 거부하면서 벌어졌다. 모양새만으로는 감독의 당연한 요청처럼 보여 단장의 거부를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속은 그렇지가 않다.지난 2년 동안 감독의 명령에 따라 괜히 1군과 2군을 오가면서 몸 상태를 망친 선수가 하나둘이 아니다. 그게 2군 코칭스태프와 프런트의 권한을 강화시킨 이유다. 하나부터 열까지 김 감독이 모두 결정하던 방식에서 감독과 단장이 협의한 뒤 2군에 관한 최종 결정은 단장이 맡는 방식으로 바뀐 것.그러나 김 감독이 이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2군에서 네 명이나 불러 올려 급기야 거부 사태까지 이르렀다. 김 감독도 할 말은 있다. 예를 들어 이성열이 홈런을 쳤다지만 기록만으로는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다면서 상태를 직접 확인해야 1군에서 쓸지 말지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기록만으로 선수의 상태를 알기 어렵다는 말 자체는 옳다. 그 말에 따르면 2군 코칭스태프의 안목은 삽시간에 황태 눈알 수준이 되고 만다. 그는 왜 2군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그들을 믿지 못할까?일각에서는 기왕 감독을 맡긴 이상 스타일대로 하게 내버려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의하기 어렵다.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롯데 자이언츠 전 감독 제리 로이스터는 2군 코칭스태프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그들의 조언과 제안을 전적으로 신뢰했다. 그 예를 참고하라고 말참견이라도 하고 싶은데, 그때 롯데를 ‘모래알 같다’고 비난했던 장본인이라 김 감독이 진지하게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실은 그런 독단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거부 사태 이후 김 감독의 태도가 실로 유치하다. ‘당분간 2군 없이 경기를 치르겠다’며 가뜩이나 부족했던 2군과의 소통을 완전히 차단해버렸다.시쳇말로 ‘누가 이기나 해보자’는 것인데, 프로야구단이라는 거대 조직을 이끌어가는 수장으로서 아무래도 무책임하게 느껴진다. 이글스의 비상을 바라는 팬의 한 사람으로서 앞으로 1군 경기에서 내야수가 외야로 뛰어가는 모습이라도 보이면 가슴이 많이 아플 것 같다.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다시 강조한다. 감투를 썼다고 편법과 탈법이 용인되는 시대는 지났다. 구시대 지도자의 덕목이 ‘잠자코 나를 따르라’는 카리스마였다면 2017년의 새로운 덕목은 소통이다. 위아래 어느 쪽이든 귀를 활짝 열고 의견을 나눠야 한다. 그래야 조직을 더 효과적으로 이끌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다.‘옛날이 좋았다’며 아직도 ‘모름지기 리더는 강해야 제맛’이라고 여긴다면 이제 완장을 벗을 때가 왔다. 자꾸 옛 방식을 고수하다가는 뜨거운 맛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시절이 그리 변했다. 슈틸리케 감독과 김성근 감독도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작게는 축구 국가대표팀과 한화 이글스가, 크게는 우리나라 축구와 야구가 발전할 수 있다.국가대표팀 축구 감독과 국가대표급으로 유명하던 야구 감독의 입지가 흔들린다. 세상이 변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