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더 깊어진 평화주의자, 박해진

한국과 중국, 아시아를 알차게 아우르면서도 유난한 적 없었다. 다 공개된 것 같은 삶인데 정작 알려진 것도 없다. “저는 평화주의자예요.” 박해진이 말할 때 공기가 좀 맑아진 것 같았다.

BYESQUIRE2017.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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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진 - 에스콰이어

두 가지 인상을 받았어요. ‘수줍어한다, 결과물에 집착하지 않는다.’

이 정도 콘셉트일 때가 가장 그런 것 같아요. 차라리 막 ‘쎄고’ 그런 거면 찡그리면 되는데. 하지만 제가 어떻게 하더라도 찾아서 잘 찍어주시니까 믿고 가는 편이에요.

여유가 생긴 건가요?

많이 여유로워졌다고 봐야죠. 예전에는 모든 커트를 다 확인했어요. 작품 촬영할 때도 캠코더 갖고 다니면서 연기한 걸 돌려 보기도 했어요. 그러다 점점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이미 찍었고, 우리는 다음 신을 준비하고 있었죠. 같은 신을 다시 찍지는 않을 테니까.

2015년 말 즈음의 인터뷰에서도 ‘여유’를 언급하셨죠.

<치즈 인 더 트랩> 때인 것 같아요. 제가 꽂히는 게 있으면 끝까지 파고들거든요. 지금은 많이 타협하는 편인 것 같아요. 하나에 굳이 집착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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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화랑 장난감을 그렇게 수집했는데 ‘그건 접어놓은 추억 같은 것’이라고 말해서 놀랐어요. 그 마음이 정리가 돼요?

할 만큼 했으니까. 그때만큼 집착을 갖고 수집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더 이상 살 수 있는 것도, 구할 수 있는 것도 없어요. 다 갖고 있어요. 이만큼 했으면 됐다고 생각했어요.

한편 박해진의 마음에는 소년이 있구나 생각했어요. 자동차나 오토바이, 시계에 꽂힐 수도 있는데.

안 해본 건 아니에요. 슈퍼카를 막 돌아가면서 타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타보고 싶은 차는 타봤어요. 차는 워낙 좋아해요. 필요가 없어서 안 사는 거예요. 저는 한번 꽂히면 아무것도 안 보고 그것만 봐요. 끝을 보면 아예 놔요. 뭘 가져봤자 큰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닫고 나서는.

관계도 그런가요?

비슷한 것 같아요. 친한 사람이 있으면 그냥 다 주는 편이에요. 사이가 소원해지거나 계기가 있을 때는 정확하게 끊어내는 편이죠.

배우의 삶도 그렇지 않나요? 깊이 몰입했다가 끝나면 딱 끊어내야 하니까.

하루아침에 딱 깨고 벗어 나오는 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시간이 필요해요. 매일 새벽부터 쫓기고, 하루 20시간 가까이 촬영하면서 그 인물로 사니까요. 저는 촬영이 끝나면 집에서 잘 안 나오거든요.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편이에요. 8시에 딱 일어나서 9시에 밥 먹고 뉴스 보고 과일 먹고 운동해요. 8시, 12시 반, 6시 반에 정확히 아침, 점심, 저녁을 먹어요. 저녁에 가족들끼리 정보 프로그램 보고 그래요. 운동하고, 씻고 눕는 시간이 보통 12시쯤? 술은 제가 원해서 먹지는 않아요. 좋아하지도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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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박해진을 오해하는 사람이 많을 거예요. 미디어엔 화려한 면만 보이고 외모도 화려한 편이라서. 이렇게 규칙적이고 강직할 거라는 생각은 잘 못하거든요.

저 되게 재미없는 사람이에요. 다람쥐 쳇바퀴 굴러가듯 사는 게 좋고.

촬영장에선 다 망가지잖아요. 그걸 견딜 수 있나요?

일이니까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니까. 하지만 힘들 때도 있어요. 자고 싶을 때. 졸린 것엔 장사 없더라고요. 밥이고 뭐고 그냥 자고 싶어요. 눈도 잘 안 떠지니 어떤 감정이 나오겠어요? 그런데 그조차도 몸에 밴 것 같아요. 제가 운동을 계속하는 이유는 몸짱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에요. 기초 체력이 좋아야 촬영을 버틸 수 있기 때문이에요. 촬영하다 보면 하나둘씩 쓰러져요. 저는 아파본 적이 없어요. JTBC <맨투맨>을 하면서도 여러 분이 쓰러지셨는데 저는 멀쩡했어요. 괜찮은 것 같아요, 아직까지는.

<맨투맨>에서는 어떤 캐릭터예요? 4월 21일이 첫 방송이죠?

‘가장 재미없는 회차는 1회입니다’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물론 1회도 재미있고, 갈수록 더 재미있어진다는 뜻이에요. 제가 보여주고 싶었던 모습이 많이 담겨 있을 것 같아요. 데뷔한 지 11년 됐어요. <맨투맨>은 작년부터 찍었으니까 10년 만에 마음대로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난 것 같아요. 재미있게 잘 놀았다는 느낌이었어요. 촬영 끝날 때 되게 먹먹했어요. 저한테 ‘설우’라고 불러주는 현장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느낌. 어떤 현장은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도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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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도 촬영만 하는 거죠? 생활이랄 게 별로 없지 않나요?

일을 기계처럼 해요. 중국은 정시에 출근해 정시에 퇴근하는 시스템이에요. 밥도 정시에 먹죠. 시스템만은 할리우드 같아요. 좀 심심하기도 해요. 몇 시가 됐든 그날 해야 하는 일은 다 클리어하고 자고 싶은 욕망이 있잖아요. 한 시간이면 찍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중국은 그냥 시간 되면 접어요. 한국과는 완전 다른 시스템이죠.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처럼 몰아치듯이 찍는 것도 비인간적일 수 있죠. 정말 하루에 한두 시간 자면서 밥도 잘 못 먹고, 스태프들은 집에 가면 최소 일주일 치 짐을 챙겨 와요.

혼자 보낼 수 있는 시간도 있나요?

거의 없다고 봐야죠.

그런 시간이 꼭 필요한 사람도 있는데요.

있으면 좋고 없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집에 있을 때도 얼마든지 혼자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가족이랑 같이 살고 조카들도 있지만, 제 방 문을 닫으면 그렇게 소리가 나지는 않아요. 오히려 가족이 없다면 제가 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혼자 오래 살아봤어요.

같이 사는 게 좋아요?

좋아요. 조카들 때문에 가끔 집에서 큰 소리가 나고, 혼내고 울고 이러지만 사실 그게 사람 사는 거잖아요. 혼자 살 때의 적막함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지금도 그런 느낌을 좋아하는데, 가족이 있는 게 더 따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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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진은 평화주의자인가요?

저는 평화주의자예요.

하지만 평화주의자가 평화로우려면 계속 싸워야 하죠. 세상은 평화롭지 않으니까.

먼저 싸움을 걸진 않아요. 저는 한 번도 치고 박고 싸운 적 없어요. 그런 감정 소비를 안 좋아해요. 여자 친구하고도 그랬어요. 그런데 그게 굉장히 섭섭하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어쩔 수 없이 싸워야 되는 상황에는 최대한 이해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편이에요.

차라리 싸우는 게 도움이 될 때가 있죠. 어떤 연애를 선호해요?

설레는 연애를 원하지 않아요. 있는 듯 없는 듯 서로에게 있어주는 사람, 한 공간에서 서로 다른 일을 하는 편안한 사이가 좋아요. 간섭하는 걸 되게 싫어하는데, 제가 간섭받는 걸 싫어해서 간섭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 같아요. 외로울 때도 분명히 있죠. 그런데 누가 옆에 있다고 해서 외롭지 않은 건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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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은 박해진을 어떤 사람이라고 하나요?

사람마다 너무 달라요. 다를 수밖에 없죠. 일할 때는 한없이 냉정해지기도 하니까요. 일로 엮이지 않으면 얼마든지 편하게 지낼 수 있겠죠. 시답지 않은 얘기하면서 깔깔거리고 놀면 사이가 좋다고 느낄 수는 있지만 깊이가 없는 사이가 될지 모르고, 일이든 뭐든 서로 싸울 지점이 생기고 갈등을 겪어내고 나면 그만큼 사이가 깊어질 수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정확함 때문일까요? 화보 촬영도, 예능 출연도 많지 않아요. 더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그런 생각도 하죠. 지금 인터뷰하는데 이렇게 이야기하면 실례일 수 있지만, 그런 생각을 한 적 있어요. 내가 진솔하게 이야기한다고 전달이 될까? 인터뷰를 정말 성심성의껏 해도 정말 그냥 한마디, 그마저도 아주 다른 말이 나가요. 한 시간 했는데 몇 줄만 나가기도 해요. 모든 인터뷰가 그런 건 아니지만. 인터뷰를 꺼려하거나 싫어하거나 믿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그 사이 어딘가에 박해진의 싸움이 있는 걸까요?

그렇죠. 제가 생각하는 저는 조금은 필요 이상으로 이성적인 사람이에요.

지금의 박해진이 마음에 들어요?

조금 더 마초 같은 느낌이 있었으면 해요.

<나쁜 녀석들>의 마동석 같은 느낌?

하하, 그건 좀 극단적이에요. 뭔가 수컷 냄새가 확 나는 느낌? <에스콰이어> 같은 느낌? 그런 느낌이 부족한 것 같아요. 가만히 있어도 막 섹시한 냄새가 나는. 뱅상 카셀?

심지어 모니카 벨루치 남편이었잖아요.

모니카 벨루치는 사랑이죠. 뱅상 카셀의 매력은 정말 타고난 것 같아요. 대니얼 크레이그와 레이첼 와이즈도 좋아해요. 모두 섹시한 배우들이죠. 지적인 섹시, 정말 미친 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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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엔 어떤 남자가 되고 싶어요?

올해 서른다섯이에요. 당장 결혼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죠. 연애를 안 한 지 오래되니까 사실 생각 자체가 없어지기도 했어요. 그런데 며칠 전에 <한끼줍쇼>에서 일산 마두동에 사는 노부부가 산책하는 장면을 봤어요. 결혼한 지 오십 년 넘은 부부가 손깍지를 끼고 산책 중이셨어요. 너무 예뻤어요. 언젠가 누군가의 남자가 된다면 그럴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2016년 <에스콰이어> 인터뷰 기억하나요? 그때와 얼마나 달라졌나요?

얼굴 어딘가에 주름살 하나가 더 박혔겠죠? 요즘 ‘아, 대본을 너무 기계처럼 접근하고 있는 건 아닌가’ 그런 생각도 해요.

주름은 마음에 들어요?

자연스러운 거니까요. 스무 살 때처럼 팽팽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해요. 하지만 주름의 깊이만큼 제가 깨달은 것도 있을 것이고, 또 다른 역할이 생길 거잖아요? 나이가 드니까 주름도 느는구나 생각했는데 예전 영상 보니까 그때도 있었더라고요. 없던 게 생긴 것이 아니더라고요. 깊어진 것이지.

진짜 갖고 싶은 게 하나도 없어요?

정말 별로 없는데... 아, 정원을 갖고 싶어요. 엄마한테 텃밭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지금도 배추 같은 건 키워서 먹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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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권 지원
  • 어시스턴트 에디터|박 준영& 최 하림& 이 영선
  • 헤어|조 영재
  • 메이크업|윤 은노
  • 사진|KIM YEONGJUN
  • 스타일링|황 금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