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삼성전자를 초월했나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갤럭시 S8은 열쇠다. 뛰어난 스마트폰인 동시에 기업이 꿈꾸는 비전의 핵심 조각이다. | 삼성전자,갤럭시 S8

1사람들의 기대가 한껏 치솟았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S8을 공식 발표한다는 보도가 나간 직후였다. 단 하나의 통신 장비가 이렇게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기도 쉽지 않다. 어쩌면 갤럭시 노트7의 배터리 발화 사건이 있었기에 효과가 배가됐는지 모른다.우리는 드라마 같은 성공을 원한다. 실패를 딛고 일어나 보란 듯이 성공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이번 삼성전자의 신제품 행보가 평소보다 더 많이 주목받은 이유였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중요하지 않다. 결과적으로 모든 게 관심이었다.S8의 발표를 앞두고 최초의 궁금증은 신뢰 회복과 연관이 있었다(고 생각했다). 노트7 사건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형태로 IT 제품의 근본이 흔들린 사건이었으니까.지난 10여 년간 스마트폰의 발전과 경쟁 구도는 신기술과 완성도였다. 더 빠른 프로세스와 첨단 기능에 모두가 관심을 쏟았다. 누구도 스마트폰의 물리적인 안전 문제를 걱정한 적은 없다. 그러니 노트7의 배터리 발화 문제는 단지 제품의 질적 문제 수준이 아니었다. 우리의 삶, 그 근본과 연관이 있었다.“우리는 노트7에서 발생한 문제를 찾았고, 인정하고, 충분히 보상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마침표를 찍은 뒤 S8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출발점에 섰습니다.” 신뢰 회복과 관련된 질문에 삼성전자 이영희 부사장이 진지한 얼굴로 답했다. 그녀의 말처럼 실제로 삼성전자는 노트7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그들의 행동은 지금까지 삼성이란 대기업에서 보지 못한 것이었다. 확실히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기도 했다.작년 9월. 일단 제품의 문제를 인정하고 전량 회수하기로 했다. 전 세계에 유통된 306만 대의 노트7 중 96%가 즉각 회수됐다. 그러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원인을 찾았다. 흥미로운 것은 문제를 발표하고 회수를 시작한 것이 아니라 회수를 결정하고 문제를 찾아 발표했다는 점. 깔끔하게 인정하고 신속하게 대응했다는 것이다.올해 1월부터 한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갤럭시 노트7의 문제점을 발표했다. 원인은 배터리였다. 제품 수십만 대를 동원해 충·방전 시험을 거듭한 결과 삼성 SDI와 중국 ATL이 제조한 배터리에서 서로 다른 종류의 결함이 발견됐다. 국외 검증 기관 세 곳에 문제를 의뢰한 결과도 일치했다. 원인을 찾았으니 재발 방지가 중요했다. 그래서 프로세스를 한층 강화했다. 구체적으로 여덟 가지 안전성 검사 강화 방안도 내놨다. 기존 다섯 가지 검사 항목에 총 휘발성 유기화합물 검사, X레이 검사, 해체 검사 등을 추가했다.노트7의 단종으로 인한 삼성전자의 손해 규모는 약 7조원으로 추정한다. 기업 입장에선 상상할 수 없는 후폭풍을 견뎌야 한다는 소리다. 하지만 삼성은 이번 기회를 통해 배웠고, 증명했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발전했다. 자신들의 제품이 초래한 심각성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그에 맞는 조치를 했다.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아니, 해야 하는 일을 해냈다. 노트7의 문제는 삼성이 수습하는 과정부터 다시 긍정적으로 보였다. 최악의 상황에서 브랜드 가치와 태도를 투명하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삼성 브랜드의 이미지가 쉽게 훼손되지 않는 이유였다. S8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기도 했다.2S8은 많은 의미가 담긴 제품이다. 이전의 문제를 개선하면서 동시에 혁신적이어야 했다. 노트7에 담긴 일부 기술은 시중 제품에 비해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 빨랐다. S팬을 이용한 새로운 UI나 홍채 인식, 베젤리스 디자인이 대표적이다. 그러니 S8도 그만큼의 간격을 벌려야 했다. 삼성은 S8을 상징하는 문구를 ‘Unbox your phone’으로 정했다. 기존 휴대전화의 틀을 깨는 제품이라는 의미다. S8 개발에 참여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상품기획실의 관계자와 디자이너들도 이 부분을 강조했다.S8의 공식 발표 행사 하루 전, 뉴욕 57번가에 위치한 파크하얏트 세미나실에서 비밀리에 제품을 미리 접할 수 있었다. 신제품은 크게 디자인, 인텔리전스, 커넥트 에코 시스템이라는 세 가지 핵심 요소를 바탕으로 한다. 디자인은 이전보다 간결하지만 세련됐고 대칭적이다. 비움과 연결성, 일체감이라는 주제를 통해 사용자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간 것이다. 디스플레이는 S7보다 한결 커졌지만 폭은 비슷하게 유지했다. 실제로 5.8인치형 S8은 한 손에 자연스럽게 들어온다. 그런데도 화면이 압도적으로 크고 길다. 이전에 본 적 없는 새로운 비율에 놀랐다. 시각적으로도 매력적이다. 인피니티 디스플레이의 역할이 컸다.“단지 멋진 디자인이 아니라 사용자에게 공간을 최대한 내주려고 했습니다.” S8 개발에 참여한 한 디자이너의 설명이다. 좌우 베젤을 거의 줄인 형태도 결국 사용자 공간을 더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패널 좌우 곡선을 살리면서 그립감을 유지하기 위해 글라스와 메탈 경계의 단차도 최소화했다. 그래서 엄지손가락으로 측면을 쓸어내릴 때도 마치 하나의 덩어리처럼 매끈하다. 꽤 커다란 장비인데도 한 손에 쏙 들어오는 것처럼 느끼는 이유다.2960×1440 해상도의 QHD 슈퍼 아몰레드 디스플레이가 기본이다. 화면의 비율은 18.5:9. 어라? 어디서도 들어본 적 없는 비율이다. 이유가 있다. 이젠 모바일을 통해 영화나 고화질 스트리밍 영상을 쉽게 접한다. 그래서 21:9인 영화 콘텐츠 규격부터 16:9인 고화질 영상 모두에 최적화된 사이즈가 필요하다. 그 타협점이 18.5:9다. 실제로 S8으로 동영상 콘텐츠를 보면 4:3 화면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고화질 영상이 꽉 찬 화면으로 플레이된다.10나노 공정으로 만든 옥타코어 프로세스도 특징. 쉽게 말해 머리카락 두께의 수천분의 1에 달하는 간격으로 프로세스 회로를 만들었다. 이전에도 그랬지만, 더 정교한 반도체 기술이 사용됐다는 것이다. 그만큼 효율적이다. S7과 비슷한 전력을 사용하면서도 데이터 처리 속도는 10% 이상, 그래픽 성능은 21% 이상 향상됐다.3무엇보다 소프트웨어의 발전이 눈부시다.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사용자 경험을 최대로 끌어냈다. 이 부분에서는 시장에서 감히 경쟁자가 없어 보인다. 멀티윈도가 대표적이다. 이 기능은 한 화면에서 두세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예컨대 S8으로 동영상을 보던 중 문자메시지를 받았다면, 상단에 동영상을 고정한 채 하단에서 메시지 작업이 가능하다. 특정 웹브라우저에서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소식도 위젯처럼 고정시킬 수 있다. 포털 사이트 중간에 위치한 축구 경기 결과가 궁금하다면 그 부분만 드레그해서 스마트폰 화면 상단에 계속 띄워둘 수 있다. 놀랍다.카메라도 같은 맥락에서 발전했다. 카메라와 렌즈는 전면 800만 화소, 후면 1200만 화소다. 모두 최대 조리곗값 1.7이다. 그동안 갤럭시 시리즈는 꾸준히 사진 결과물을 강조했다. 그러니 굳이 더 좋아졌다는 설명은 필요 없겠다. 반면 셀프 카메라 사용이 점점 많아지는 추세를 고려해 전면 카메라의 성능을 크게 향상시켰다. 알고리즘은 얼굴 인식 우선으로 바꿔, 조도나 초점을 효과적으로 표현해낸다. 사진 모드에서 자체 필터를 비롯해 50여 개의 AR 스티커를 기본으로 제공한다. 한 손으로도 유연하게 촬영하도록 인터페이스를 바꾸기도 했다. 셔터 버튼을 상하좌우로 밀어서 줌이나 필터 기능을 넘나든다.숫자와 패턴 인식으로 이뤄진 비밀번호 체계뿐 아니라 홍채 인식과 얼굴 인식, 지문 인식도 갖췄다. 새롭게 추가된 얼굴 인식을 제외하면 다른 보안 개념은 이미 노트7에서 선보인 것이다. 하지만 좀 더 다듬었다. 전면에 홈 버튼이 없어지면서 지문 인식 장치가 뒷면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젠 지문 인식 용도뿐 아니라 웹브라우저나 팝업 창을 위아래로 드래그할 수 있다. 홍채 인식도 빠르고 정확하다. 지문이나 얼굴 인식에 비해 오류 확률은 10조분의 1이다. S8을 주머니에서 꺼내 화면을 쳐다보는 동시에 화면 잠금이 해제된다. 삼성 패스의 설정에 따라 각종 웹사이트나 모바일 뱅킹도 홍채 인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4따지고 보면 S8에 완전히 처음 시도하는 기술은 많지 않다. 그런데도 S8이 돋보이는 것은 불완전한 독창성을 추구한 게 아니라, 기존의 개념을 두세 단계 더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삼성 덱스가 좋은 예다. 덱스 스테이션이라는 단말기에 S8을 꽂으면 마치 PC처럼 사용할 수 있다. 모니터와 키보드, 마우스가 있다면 우리가 흔히 집에서 쓰는 윈도 PC와 별반 다르지 않게 구현된다. 놀랍다. 스마트폰의 리소스를 활용해 이메일을 보거나, 파워포인트 문서를 만들거나 고화질 동영상을 보는 작업을 손쉽게 처리한다.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기반이지만 PC에 어울리는 형태로 운영체제가 최적화된다. 가령 덱스로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모바일 페이지가 아니라 PC용 페이지로 연결된다. 유튜브 사이트도 PC에서 접속한 것처럼 동영상과 기타 정보가 한 화면에 표시된다. 재미있는 것은 윈도에서처럼 창 크기를 줄이고 늘일 수 있다. 여기서 최대한 창을 줄이면 결국 모바일에서 보는 것처럼 페이지가 변한다. 단지 신기술 과시가 목표가 아니었다고 풀이된다. 한정된 리소스를 사용자 입장에서 고려하고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고민했다는 뜻이다.사실 수년 전 모토로라가 비슷한 개념을 먼저 선보였다. 아트릭스 스마트폰을 노트북에 끼우면 노트북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로 활용할 수 있었다. 웹톱으로 확장성도 보여줬다. 삼성 덱스처럼 스테이션에 연결하면 TV나 외부 장비로 기능을 확장했다. 하지만 이 혁신적인 기술은 조기 단종됐다. 아트릭스가 갤럭시만큼 판매되는 제품이 아니었기도 했지만, 대중에게 신기술 이상의 가치를 전달하기엔 부족했다. 실제 사용자 입장에서 크게 매력적이지 않았다는 소리다. 삼성 덱스가 비슷한 개념으로 어느 정도 호응을 얻을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기술이 아님에도 시선을 끌기엔 충분했다.“삼성 노트북 개발부서에서 싫어할 수도 있겠는데요?” 삼성 덱스 상품기획 담당자에게 농담처럼 물었다. 그러자 그는 “회사 내부에서도 그 정도 정보 권한은 자기에게 없다”며 위트 있게 답을 피했다. 모바일의 확장성이 노트북과 PC의 영역을 침범하는 게 아니라는 의미기도 했다. 그들이 바라는 덱스는 기능 이상의 가능성이었다. 앞으로 새롭게 자리 잡을 모바일 시장의 트렌드일 수도 있었다.애플도 현재 비슷한 기술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소식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애플인사이더에 따르면 애플은 이미 맥북에 아이폰을 도킹할 수 있는 기술 특허를 받았다. 실제로 이 기술이 어떻게 활용될지는 알 수 없다. 현재로서는 모토로라 아트릭스 랩톱 같은 형태일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어쨌든 확장성과 연결성은 차세대 모바일 디바이스의 중요한 과제다. 그런 기준에서 덱스의 움직임은 신속·정확했다.5S8이라는 나무를 보고 감탄했다.그런데 이 작은 디바이스를 통해 삼성이 진짜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그 뒤로 펼쳐진 숲이었다. S8에 달린 지능형 인터페이스 빅스비가 첫 단서였다. 빅스비는 단순 음성 인식 인터페이스가 아니다. 음성뿐 아니라 터치와 카메라 등 모든 입력 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을 쓴다. 기본적으로 딥 러닝 기술이 바탕이다. 사용하는 과정에서 사용자와 소통한다. 그리고 자연스러운 인터페이스를 이끌어낸다. “지금 몇 시야?”, “날씨를 알려줘” 같은 단순 명령은 기본이다. 상황 전후에 따른 명령도 인지한다.삼성전자는, 삼성전자를 초월했나IN-DEPTH가령 멋진 풍경을 촬영한 후 빅스비를 활성화시켜 “지금 찍은 사진을 엄마에게 메시지로 보내줘”라고 말한다. 그러면 빅스비가 사진을 선택해 메시지를 열고 엄마라는 연락처를 찾은 뒤 사진을 첨부해 보낸다. 친구들에게 위치를 공유할 때도 “지금 내가 있는 장소를 지영과 경남에게 보내줘”라고 말하면 된다. 추가적인 조작 없이도 네다섯 가지 연결 동작을 순식간에 처리한다. “오늘 촬영한 사진을 ‘2017년 휴가’라는 폴더로 묶어줘.” 내부 시스템을 활용한 명령도 가능하다. 특히 사물 인식 기능이 유용하다. 길을 지나다 마음에 드는 자전거를 발견하면 카메라로 촬영한 후 빅스비에게 검색을 맡긴다. 그러면 곧바로 제품의 정보와 가격, 가장 가까운 매장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물론 빅스비는 아직 완벽하지 않다. 삼성전자 개발자들도 빅스비가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한다. S8과 함께 출시되는 빅스비는 전화, 메시지, 설정 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수준에서 시작한다. 이 기술이 활성화되려면 앞으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한층 다양한 언어로 구현되고, 더 많은 서드파티 개발자들과의 협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향후 지원 애플리케이션이 많아지고, 딥 러닝 데이터가 쌓였을 때는 다르다. 빅스비가 발휘하는 파급력은 대단히 클 것이다. 그 시점은 우리 예상보다 분명 빠를 것으로 전망한다.6나무가 아닌 숲은 삼성 커넥트였다. S8 같은 첨단 모바일 기술은 그 입구에 필요한 열쇠다. 삼성 커넥트는 삼성전자의 모든 기기가 하나로 연결된 네트워크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냉장고, TV, 조명과 로봇 청소기가 하나로 연결되는 것이다.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이 더 스마트해진다는 의미다. 집을 나갈 때 전자장치를 일일이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커넥트 앱을 열고 외출 모드로 설정하면 된다. 그러면 조명과 TV가 자동으로 꺼지고, 세탁기가 돌아간다. 로봇 청소기는 청소를 시작한다.길을 가다 갑자기 마트에 들렀을 때 어떤 물품을 사야 하는지, 냉장고 속에 달걀이 몇 개나 남았는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패밀리 허브 냉장고에 달린 터치스크린에 미리 적어둔 식재료 메모를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다. 냉장고 내부에 달린 카메라를 활성화시켜 두 번째 칸의 음식 상태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삼성 커넥트를 사용자와 가장 가까이 연결시키는 것은 스마트워치다. 기어 S3가 사용자의 손목에서 주기적으로 헬스 정보를 체크한다. 이동 중 전화나 메시지 같은 알림을 놓치지 않게 챙긴다. 움직인 거리와 운동 방법, 심장박동 수를 체크해 하루에 소비하는 칼로리를 계산한다. 수면 정보도 기록하고 분석한다. 이 모든 정보와 연결성이 스마트폰에 깔린 단 하나의 앱으로 제어된다. 앞으론 더 많은 서드파티 앱과 빅스비를 통해 직접적으로 제어될 것이다. 이건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에는 없는 삼성전자만의 경쟁력이다.애플 사용자는 아이폰, 맥북, 아이맥, 애플 TV, 아이패드와 애플워치, 그리고 애플 홈 키트로 연결된 네트워킹 안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새로운 제품이 나왔을 때 다시 아이폰, 아이맥, 아이패드, 애플워치를 사야 한다. 같은 내용으로 갤럭시 S8을 쓰고 삼성 커넥트를 활용하는 사람들도 삼성 네트워킹에 존재할 수 있다. 발목을 잡겠다는 뜻이 아니라, 더 익숙하고 편안한 방법을 기업이 제공할 것이란 소리다.73월 29일 오전 11시, 뉴욕 링컨센터. S8이 베일을 벗는 순간, 행사장은 축제 분위기였다. 사회자가 ‘DJ Koh’를 호명하며 축제의 시작을 알렸다. 유명한 디스크자키를 부른 것이 아니다. 무대에 힘차게 뛰어오른 것은 삼성전자 고동진 사장이었다. 그는 두 팔을 활짝 펼쳐, 환호하는 전 세계 언론과 관계자들에게 성공적인 컴백을 알렸다.“완전히 새로운 스마트폰 디자인, 새로운 소통 방식으로 소비자들에게 모바일 라이프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겠다.” 그의 발표의 핵심이다. 단지 개발자들의 수고를 대표해서 발표한 것이 아니다. 고동진 사장은 노트7 문제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처했고, 조직 내 소통을 통해 S8 개발에 가장 힘을 실어준 사람이었다. 그러니 준비됐다는 그의 주장은 모든 질문을 대변하는 듯했다.결과는 모든 과정에서 영향을 받는다. S8이 기존보다 좋아질 수 있었던 것도 결국은 조직력의 결실 덕분이었다. 지금의 삼성은 변화하고 있다. 아래서부터 협업하고 조직원의 자발성을 중요시하는 바텀업 방식으로 전환하는 중이다. 실제로 S8 설명회에서 만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상품기획실 개발자, 디자이너 모두가 과장, 차장 같은 직급 체계 호칭을 쓰지 않았다. ‘~님’ 혹은 ‘~프로’ 등 선후배와 팀장을 구분할 수 있는 정도의 수평적 호칭을 사용했다. 호칭 변화가 S8과 무슨 상관이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거대한 조직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탄탄한 조직력이고, 조직력은 결국 리더십에서 결정된다. 고동진 사장의 리더십이 S8이란 결과에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뜻이다.갤럭시 S8 언팩 행사가 성공적으로 끝났다. 하지만 2차가 남아 있었다. 같은 장소에서 저녁부터 컨슈머 이벤트가 열렸다. 미디어 관계자와 인플루언서, 크리에이터도 있었지만, 이 자리에 초대된 대부분의 사람은 갤럭시의 열렬한 지지자였다. 노트7 문제를 보면서 브랜드를 걱정한 이들이었다. 이들은 브랜드와 공감하고, 의견을 공유하고, 때론 같이 화내면서 삼성을 지탱했다. 그들에게 약 2시간 30분에 걸친 행사는 진짜 축제였다. 마치 신흥 종교 단체의 모임 같았다. 모두가 삼성의 새로운 행보에 흥분하며 두 팔을 벌려 환영했다. 여러 유명 유튜버들이 등장해 갤럭시 S8이 주는 새로운 의미를 이야기했다.흥미로운 것은 삼성의 접근 방식이었다. 분명 이전보다 기능적으로 뛰어난 제품임에도 제품의 기능을 크게 강조하지 않았다. 그저 변화의 핵심만을 짚어줬을 뿐이다. 기업이 변화했다는 또 다른 증거였다. 이제 스마트폰의 기능에 열광하는 시대는 지났다. 사용자가 원하는 것은 최첨단 모바일 디바이스를 통한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다. 그 포인트를 삼성이 드디어 잡아냈다.8뉴욕의 심장부가 갤럭시 S8으로 물들었다. 브로드웨이와 7번가, 42번가가 교차하는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은 세상에서 가장 밝은 곳이다. 주변으로 빼곡히 들어선 건물, 그 건물에 달린 수많은 옥외 전광판이 24시간 번쩍인다. 그 광경을 보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모인다. S8이 발표된 후 삼성이 이곳에 대대적인 광고를 시도했다. 크고 작은 옥외 전광판 42개가 동시에 갤럭시 S8을 이야기했다. 그저 깊고 푸른 바다였다. 상하좌우 프레임의 한계를 넓힌 인피니티 디스플레이가 아이콘으로 등장했을 뿐이다.그 속에서 스마트폰의 경계를 허물고 커다란 혹등고래가 헤엄쳤다. 더 넓고 자유롭게 세상을 경험하자는 의미였다. 수많은 인파가 그 장면을 바라봤다. 몇 시간 동안 지속된 광고엔 제품의 기능을 소개하는 장면은 없었다. 그저 감성적인 이미지뿐이었다. 고개를 끄덕였다. 소비자가 기업에 접근하는 방식이 정서적인 유대 관계라는 것을 삼성은 잘 알고 있었다. 기술로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에 녹아들겠다는 의지다.“최고로 똑똑한 공대생이 만든 제품 같아.” 그동안 많은 사람이 갤럭시 시리즈를 설명할 때 예로 들었던 주장이다. 스펙으론 가장 뛰어난데, 디자인이나 감성은 잘 모르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앞으로 통하지 않게 됐다. 똑똑한 공대생은 여전히 정확한 표현이지만, 이제는 자신들이 개발하는 기술의 진짜 가치를 안다. 현란하고 세련된 마케팅으로 표현할 줄도 안다. 궤도에 완벽하게 올랐다.갤럭시 S8은 4월 21일 전 세계에 출시된다. 출시를 앞두고 제기된 문제는 없을까? 뉴욕에서 돌아온 뒤 며칠 동안 갤럭시 S8의 소식을 살폈다. 해외 일부 테스터들은 제품을 사전 입수해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했다. 높은 곳에서 떨어뜨리고, 불에 지지고, 물에 넣고, 얼리고, 구부리고, 해체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다행히 가혹한 테스트를 거치면서도 치명적인 문제 제기는 없었다. 물론 배터리 관련 문제도 아직까지 제기되지 않았다.“S8은 내부적으로 10만 대 이상의 배터리를 테스트했습니다.” 삼성전자 고동진 사장은 자신했다. 그의 말처럼 더 이상 배터리 발화가 문제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이 기사도, 그리고 삼성이 만든 거대한 비전도 모두 물거품처럼 존재가 위태롭다. 직접 장시간 사용해보지 못했으니 장담할 순 없다. 하지만 삼성이 그동안 보여준 노력과 미래의 전략을 보고 난 후, 더 의심할 수 없었다.시대가 바뀌었다. 제품도, 기업도, 사람도. 새로운 휴대전화가 출시됐는데 누구 하나 전화 연결 속도나 통화 품질에 대해선 이야기하지 않는다. 어쩌면 스마트폰이 아니라 스마트 디바이스라고 부르는 게 적절할지도 모른다. 확실한 것은 앞으로 삼성이 빠르게 변하는 스마트폰업계의 분위기를 또 한번 크게 바꿔놓을 거라는 것이다. 열쇠를 제대로 만들었으니 돌리기만 하면 된다.사용자 경험의 확대갤럭시 S8과 S8+와 함께 삼성 기어 VR과 기어 360이 공개됐다. VR은 기능성을 개선하고 파트너십을 확장했다. 모션 컨트롤러의 추가로 메뉴를 자유롭게 다룬다. 총을 쏘고 공을 던지는 등 게임 콘텐츠에 적극 활용된다. VR은 결국 콘텐츠다. 그래서 디스커버리와 BBC 얼스, 페이스북, 디즈니, 넷플릭스 같은 다양한 파트너를 통해 콘텐츠도 확장시켰다. 기어 360은 360도 카메라다. 손잡이 일체형 디자인으로 진화했다. 이전 제품에 비해 작아졌다. 그래서 촬영이 더 편하다. 4K 해상도에 360도 촬영을 지원한다. 삼성 스마트폰이나 PC와 연결하면 360도 라이브 스트리밍도 가능하다.갤럭시 S8은 열쇠다. 뛰어난 스마트폰인 동시에 기업이 꿈꾸는 비전의 핵심 조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