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하나뿐인 위스키 | 에스콰이어코리아
CULTURE

세상 하나뿐인 위스키

꿈이 아니다. 오직 내 입맛에만 맞는 위스키 만들기가 가능하다.

ESQUIRE BY ESQUIRE 2017.04.26

블렌디드 위스키, 워커&선즈 - 에스콰이어

블렌디드 위스키로 강한 개성을 드러내는 게 가능하다면 믿겠는가? 싱글 몰트위스키로는 흉내 낼 수조차 없는 수준이다. 이것은 세상에 하나뿐인 위스키에 대한 이야기다.

지난해 5월 존 워커&선즈의 마스터 블렌더 짐 비버리지가 내한했다. 고급 블렌디드 위스키의 대명사인 조니워커 블루 라벨을 처음 만든 바로 그 인물이다. 대규모 행사가 아닌 조니워커 하우스의 프라이빗한 클래스를 위해서였다. 운 좋게도 초대받아 몇몇 기자들과 함께 참여했다. 본래는 개인을 위해 마련한 자리지만 기자를 위한 체험판 행사를 진행한 것이다.

클래스를 요약하면 짐 비버리지가 위스키 원액 시음을 도우면서 개인의 취향을 디테일하게 파악해 참가자의 입맛에 딱 맞는 위스키를 블렌딩하는 과정이었다. 이 과정에서 얻은 정보를 토대로 레시피를 완성하고 블렌딩, 숙성, 병입 과정을 거쳐 세상에 하나뿐인 위스키를 만들어준다. 병, 라벨, 케이스 등 작은 부분 하나까지 직접 고를 수 있다. 모두를 종합해 생산량이 결정된다. 보통 수십 병 규모다. 병마다 넘버링이 되는 건 기본이다. 위스키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체크하기 위해 스코틀랜드 현지 증류소 방문도 일종의 패키지로 포함된다. 당연히 비용이 만만치 않다. 물론 기자들은 클래스까지만 경험했다.

한국에서는 딱 한 명만 위스키 생산을 주문했다. 커피바K의 최순령 대표가 주인공이다. 얼마 전 그 결과물이 도착했다. 받자마자 1, 2번 병은 은사에게 선물했다. 딱히 판매 목적은 아니었는데 소문을 들은 지인들의 요청으로 이미 여러 병이 판매되었다.

커피바K는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하기 위한 의미도 담겼다. 망설임 없이 라벨에 커피바K 로고를 박았다. 커피바K 역삼점과 한남점에서 잔으로 판매하기도 한다. 가치를 알아줄 만한 사람들에게 맛보이고 싶은 마음이다.

맛과 향이 예사롭지 않다. 장담컨대 다른 위스키에서 느낄 수 없는 유일한 맛이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첫 향과 대조적인 스파이시함이 재밌다. 삼키고 난 후 남는 달짝지근한 잔향은 여운이 길다. 처음과 끝은 달콤하고 부드러운데 중간의 느낌이 너무 강렬해 잠시 꿈을 꾼 것처럼 멍해진다.

레시피도 일부 공개했다. 참고로 블렌디드 위스키는 20~40가지 위스키를 블렌딩해 완성한다. 베이스가 되는 그레인위스키는 42년이나 오크통에서 숙성시킨 것이다. 그레인위스키 특유의 비릿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블렌딩에 사용한 싱글 몰트위스키 원액을 나열하면 입이 딱 벌어진다. 크라간모어 24년, 카듀 21년, 탈리스커 25년, 포트엘렌 38년, 콘발모어 39년 등등. 싱글 몰트위스키 애호가라면 이것들을 섞으면 도대체 어떤 맛일지 상상만 해도 즐거울 것이다.


발베니의 몰트 마스터, 데이비드 스튜어트 - 에스콰이어

Interview

발베니의 몰트 마스터,

데이비드 스튜어트

당신은 피니싱 기법의 창시자다. 지금은 보편화된 기술이지만 1980년대 당시에는 상당히 파격적이었다. 숙성 중인 위스키 원액을 다른 오크통으로 옮겨 담아 마무리할 생각을 어떻게 하게 되었나?

새로운 걸 만들고 싶었다. 단순한 궁금증에서 시작했다. 아메리칸 버번 오크통에서 숙성시키던 원액을 셰리 오크통에 옮겨 담아 수개월을 지켜보고 샘플을 체크했다. 캐릭터의 변화가 생기는 것을 깨닫고 상품화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각각의 오크통마다 다른 변화가 생긴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다. 다른 오크통으로 옮겨 담아 마무리하자 완전 다른 위스키가 되었다. 큰 발견이었다.

몰트 마스터는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 주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해볼 생각인가?

아직 업계가 놀랄 만한 다른 기법을 연구하고 있진 않다. 역시 일관성 있게 높은 품질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변수는 어떻게 극복하나?

일단 최대한 변수가 일어나지 않도록 상황을 제어하려 한다. 오크통이 위스키 맛의 70%를 좌우하기 때문에 오크통 제작과 관리에 만전을 기울인다. 오크통 만드는 공정을 꼼꼼히 체크한다. 가끔 변수 덕분에 예상치 못할 정도로 훌륭한 위스키가 탄생하기도 한다. 발베니 DCS 컨펜디엄이 좋은 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발베니 DCS 컨펜디엄은 챕터 1부터 챕터 5까지 각각 다섯 병씩 총 스물다섯 병으로 구성된 특별한 컬렉션이다. 작년을 시작으로 매년 한 챕터씩 공개한다. 얼마 전 한국에서도 챕터 2를 공개했다. 다양한 연수의 제품이 두루 포함된다. 각기 다른 오크통에서 숙성되고 피니싱해서 오크통의 특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챕터 4의 주제가 바로 ‘예상치 못한 결과’다. 처음 의도와 달리 전혀 예상하지 못하게 숙성된 원액만 모았다.

55년 동안 위스키 만드는 일을 이어오고 있다. 작년에는 공로를 인정받아 여왕에게 MBE훈장도 받았다. 무엇이 당신을 이토록 긴 시간 이 일에 매진하게 했나?

나는 위스키와 함께 나이 먹어가고 있다.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하는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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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Esquire Korea,사진|송 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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