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옷 뒤집기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그래피커스를 만든 허웅수와 김민수는 사람에 집중한다. | 그래피커스

브랜드 초반에는 에이랜드, 원더 플레이스, 어라운더코너에 입점했다. 모두 무척 젊은 소비자들이 찾는 숍이다. 그래피커스의 주요 고객을 10대에서 20대 초반으로 설정한 건가?우린 둘 다 옷 만드는 것만 좀 알았지 유통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브랜드를 시작했다. 초반부터 자사 사이트 매출을 기대하는 건 무리이고, 그냥 당연히 저런 숍에 들어가야 하는 줄 알았다. 많은 브랜드가 그랬으니까. 10대와 20대 초반이 우리 브랜드를 좋아해준다면 무척 고마운 일이지만, 우리와 가장 잘 맞는다고 생각한 고객층은 사실 따로 있다.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까지가 그래피커스와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다.맞다. 그래서 앞서 말했던 숍들은 점점 배제하고 있다. 브랜드를 만든 지 3년 차다. 그동안 의도대로만 브랜드가 움직이진 않았다. 변수도 많고, 어쨌든 매출이 나야 운영이 되니까.... 젊은 숍과의 거래가 그런 부분에 도움이 된 건 분명하다. 지금은 처음에 의도했던 대로 고객층을 다시 설정했고 다행히 성과도 좋다. 이제야 자리를 좀 잡았다는 느낌이다.겉으로는 두 사람이 비슷한 부분이 거의 없어 보이는데, 또 각자의 느낌으로 그래피커스가 잘 어울린다. 원래 이렇게 캐주얼한 스타일을 즐겨 입었나?(김민수) 해외 브랜드를 좋아했고 스타일은 가리지 않았다. 요즘은 거의 그래피커스를 입는다. 지금 입은 옷도 모두 그래피커스다. 우린 그래픽 티셔츠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생각보다 다양한 옷을 만든다. 모두 쉽고 편하게 입을 수 있는 것이고.(허웅수) 대학교 때는 스트리트 브랜드를 좋아했지만 회사에서 일하게 되면서 포멀한 차림으로만 입었다. 슈트도 이탈리아 스타일로 ‘쨍’하게 차려입고. 그래피커스를 만들면서는 당연히 거의 그래피커스만 입는다. 디자인에도 많이 관여하는 편인데, 그러려면 누구보다 내가 가장 우리 옷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하니까. 예전에 좋아했던 포멀한 옷에서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얻어 디자인하기도 한다. 뻔하고 지루해 보이지 않으려고 제품 종류도 늘리고 다양한 시도도 해본다.어느 인터뷰에서 ‘한국 패션 시장은 좋았던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건 어떤 의미인가?2000년대 들어서 유통이든 디자인이든 판매 분야든 한국 패션업계 관계자들에게서 좋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항상 힘들다 하고, 앞으로도 힘들 거라 하고, 매년 내년이 더 힘들다는 소식이 들리고... 부정적인 말만 들었다. 그러고 보면 나 자신도 국내에서 옷을 산 적이 거의 없다. 규모는 커졌지만 산업이 발달했을까? 한국 토종 브랜드가 성장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만 들린다.그래서 요즘 역수출을 노리는 브랜드가 늘고 있다. 최근 만난 젊은 한국 브랜드들은 처음부터 해외에서 론칭해 쭉 활동하고, 그걸 한국 바이어들이 수입해 국내에 전개하도록 하는 전략을 취한다. 그래피커스도 그런 방법을 생각해본 적 있나?그래피커스를 만든 지 2년 만에 콜레트와 협업해서, 우리도 역수출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종종 있는데 사실 특별히 의도한 적은 없다. 운 좋게도 해외에서 먼저 반응이 온 것뿐이다. 당연히 국내 시장이 무척 중요하지만 오히려 해외보다 국내에서 더 어려웠다. 우리처럼 느낀 브랜드가 많을 거다.콜레트와는 어떻게 협업하게 된 건가?해외 진출을 준비할 때 유명한 편집매장이라고 다 제안서를 들이밀지는 않았다. 우리와 딱 맞는 몇 곳을 골라 그곳만 집중 공략했다. 콜레트는 우리가 생각한 최적의 파트너였고, 그래서 몇 번이나 연락했다. 처음에는 ‘노, 노’ 하더니 계속 귀찮게 하니까 가격이나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에 안 될 일은 아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그래서 더 귀찮게 했다.작년 10월 콜레트만을 위해 만든 독점 상품은 리오더를 7차까지 했다. 놀라운 성과다.팔에 콜레트 로고를 넣은 커밋 캐릭터 티셔츠였다. 반응이 워낙 좋아서 연이어 이번 시즌에는 콜레트가 먼저 같이 해보자고 제안했다. 지금 콜레트에서 토이 스토리 캐릭터를 넣은 스웨트셔츠, 티셔츠, 반바지, 모자, 휴대폰 케이스를 팔고 있다. 커밋 시리즈 덕분에 콜레트가 지하에 있는 워터바 인테리어도 제안했다. 콜레트는 한국 관광객도 많이 가니까 일부러 한글로 인테리어를 했는데, 그래서 더 인기였다.그래피커스가 지금처럼 잘될 수 있었던 결정적한 방은 커밋 캐릭터였다고 생각한다.그래픽 티셔츠는 까딱하면 완전 뻔해진다. 그래서 익숙하면서도 신선한 느낌을 계속 찾아다녔다. 누구나 미키 마우스를 좋아하지만, 반대로 그래서 미키 마우스가 제일 위험하다. 커밋은 의외로 존재감이 없다. 누군가 상품화하면 그제야 ‘맞아, 이런 애도 있었지’ 하는 거지, 사람들이 일부러 찾거나 평소에 염두에 두는 캐릭터가 아니다. 그런 점이 우리가 찾던 느낌과 딱 맞았다.큰 성과를 냈고, 이제 다음 단계로 계획하는 게 있나?캐릭터를 활용하는 건 한계가 있다. 유아적으로만 비쳐질 수도 있다. 이건 더 이후의 일이지만, 사실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인데, 그래피커스가 플랫폼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피커스를 캔버스 삼아 여러 아티스트들이 참여해 그래피커스 협업 제품을 만드는 거다. 우리는 그걸 대중에 소개하고, 아티스트는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작품 활동을 하고 싶어도 여력이 안 되는 아티스트가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우리와의 작업이 일종의 전시 역할을 하고, 우리도 대중에게 보여줄 수 있는 그림이 다양해지니까 서로 좋은 일이다. 우리랑 잘 맞는 사람들을 만나서 서로 변화할 수 있는, 사람을 위한 프로젝트를 다양하게 하고 싶다.그래서 지금까지 그래피커스는 길을 잘 가고 있나?지금까지는. 천천히 조금씩 가고 있다. 지금 직원 두 명이 출산휴가 중이라 우리 둘이 내내 일만 한다. 정말 사람이 이렇게 중요하다. 웃긴 건, 둘이 힘들다고 투덜대지만 하니까 또 다 하게 된다. 안 될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