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의 페라리를 만나는 일에 대하여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광장에 모인 모두 눈을 떼지 못했다. 시선과 탄성, 환호와 박수를 받는 것이 페라리 GTC4 루쏘T의 숙명이다. | 페라리,페라리 GT4 루쏘T

아침부터 겸손하고 부드러운 바람이 불던 도시였다. 서울에서 열 시간 남짓 날아왔더니 한동안 못 보던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한숨 크게 들이쉬는 것만으로도 곱았던 몸이 다 풀리는 것 같았다. 이 아침 공기가 시원한지 차가운지 가늠하기 어려운 채, 그냥 이 시간이 끝나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면서 광장에 도열한 페라리들을 보고 있었다. 중세 성곽이 그대로 남아 있는 도시, 이탈리아 몬테리조니에서였다.멀리서 보면 구름 바로 아래 있는 요새 같았다. 작고 견고해서 그 오랜 시간을 견뎠나 싶었다. 도시의 성곽은 12개의 탑으로 이어져 있었다. 차를 타고 좁은 언덕길을 올랐다. 말도 겨우 몇 필만 통과할 수 있을 만큼 좁은 문을 지났더니 동그란 광장이 나왔다. 바닥과 건물의 돌에 몇 세기에 걸친 시간이 묻어 있었다. 그 복판에 페라리 GTC4 루쏘T가 색깔별로 서 있었다.환호와 박수의 역사, 시선과 탄성의 일상이야말로 페라리의 숙명일 것이다. 그 아담한 광장은 물론 전 세계 어디서든 마찬가지다. 광장 주변에는 수학여행 온 것 같은 학생들이 여럿 있었는데, 가까이 오지도 못하고 멀리 떨어지지도 않으면서 페라리 GTC4 루쏘T에서 눈을 못 떼고 있었다. 티 하나 없이 웃고 있었다. 누군가는 사진을 찍고, 또 누군가는 쑥스러워하면서도 기꺼이 사진의 배경이 되었다. 학생들만 그런 게 아니었다. 연령과 성별을 불문했다. 여자 친구와 같이 걸어오던 한 남자는 자기 아이폰을 여자 친구에게 건네곤 다섯 대의 페라리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 앞에서 아이처럼 웃으면서 두 팔을 활짝 펼쳐 사진을 찍었다. 동경과 환희와 경외가 뒤섞인 표정이었다. 일본, 태국, 싱가포르, 영국에서 온 기자들도 다르지 않았다. 전에 페라리를 경험해본 적 있는 기자라도 GTC4 루쏘T 앞에선 입을 크게 벌리고 웃었다. 이 간결하면서도 귀한 아름다움을 외면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페라리 GTC4 루쏘T의 선은 지금까지의 어느 페라리보다 더 강직하게 함축됐다. 가늘고 곧은 선이 도드라지면서 몇 개의 면이 날카롭게 만났다. 굴곡이 살아 있어서 섹시하거나 면이 단순해서 마냥 듬직해 보이는 것도 아니었다. 그 사이 어딘가에서 농익은 품위를 은은하게 과시하고 있었다. 한 번에 매료시키기 위한 술수가 아니었다. 오래 두고 감상하게 하기 위한 절제였다.페라리는 GTC4 루쏘T의 목표 고객을 30세에서 45세 사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몇 가지 조건을 보탰다. 도시에 살면서, 매일 운전하고, 주말에는 교외로 나들이를 떠나는 사람. 매일 운전할 수 있도록 배려한 페라리라니. 그렇다고 마냥 나긋나긋할 거라고 마음대로 예상하면 안 된다. 페라리가 새로 개발한 3855cc 트윈 터보 가솔린 엔진은 섣불리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하다. 7500rpm에서 최고 출력 610마력, 최대 토크는 77.5kg·m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8초다. 200km까지는 10.8초 걸린다. 2016년 ‘올해의 엔진상’ 대상 수상작이기도 하다.페라리 488 스파이더가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딱 3초였다. 본격적인 슈퍼카와 슈퍼카이면서 일상을 지향하는 차 사이, 페라리가 용인할 수 있는 시간은 딱 0.5초인 셈이다. 트랙에서라면 승패를 백번이고 가릴 수 있는 시간일 수 있다. 하지만 도로에선? 원한다면 지구를 지배하듯 흉폭하게 달릴 수 있다. 3단에서 시속 백 몇십km까지 가속한 상태에서 이미 머리에 피가 다 쏠렸는데 코너에 진입해 2단으로 떨어질 때의 그 소리, 그 엔진 회전수 그대로 가속페달을 슬슬 달래면서 코너를 빠져나갈 때의 배기음이 귀와 가슴을 동시에 긁어냈다. 무턱대고 야성을 드러내는 소리는 아니지만, 누가 감히 덤벼들 수 있는 소리도 아니었다.그 순간조차 GTC4 루쏘T가 어디선가 절제하고 있는 것처럼 느꼈다면, 그건 이 차가 페라리이기 때문에 감히 할 수 있는 생각일 것이다. 농익은 실력 앞에서도 욕망은 끝이 없을 테니까. 다른 차라면 이미 한계를 벗어난 감각인데도. 페라리는 이미 지구에 존재하는 다른 어떤 차보다 우위에 있다. 승리의 역사와 진화의 속도, 아름다움의 깊이를 다각도로 비교해도 이 판단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페라리 GTC4 루쏘T의 지향점은 조수석에 앉는 순간부터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이건 누가 알려준다기보단 저절로 알아채는 감각에 가깝다. 아주 작은 디테일까지 하나의 메시지로 통합할 수 있는 실력이야말로 훌륭한 브랜드의 조건이니까. 페라리는 그런 회사고, GTC4 루쏘T는 다른 모든 페라리와도 달랐다. 조금 다른 차원에서 고급스럽고 그 다른 차원을 아주 정확하게, 끝까지 밀고 나가 완성시켰다.GTC4 루쏘T의 시트는 아주 오래 앉아 있어도 편할 것 같은 깊이로 몸을 받쳐준다. 과하게 푹신하거나 안긴 것 같은 감각이 아니다. 페라리의 본질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시트에 몸이 닿는 그 표면에만 상냥한 감각을 묻혀놓은 것 같았다. 편안한 페라리라니, 누군가에게는 상상하기 싫은 세계일 수도 있겠다. 페라리는 무조건 공격적이며 가차없이 매혹적인 차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페라리는 이미 이런 식으로 침착하게 지평을 넓혀왔다. 트랙에서 일반 도로로, 고속도로에서 골목길까지, 승부에서 일상으로 이어지는 승리와 확장의 흐름 속에 페라리 GTC4 루쏘T가 있다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순간의 매끄러운 감각이야말로 어떤 상징 같았다. 스티어링 휠은 여지없이 부드럽고, 페라리 GTC4 루쏘T는 전에 없이 민첩했다. 다른 페라리보다 높거나 크거나 하는 얘기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움직였다. 이 차는 누구라도 쉽게 다룰 수 있을 것이다. 겁먹을 일도 긴장할 필요도 없이 편한 페라리다. 차라리 친절하게 느껴질 정도다.GTC4 루쏘T가 순식간에 일상으로 들어오는 것도 바로 이런 순간이다. 이 차에 아들이나 딸을 태우고 학교에 데려다주는 아침도, 혼자서 요가하러 가는 한적한 주말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컴포트 모드에서나 스포트 모드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마어마한 운동 성능과 스티어링 휠의 부드러움 사이의 괴리를 인테리어의 고급스러운 감각으로 이어주려는 걸까? 하지만 여전히, 운동 성능 자체는 어쩌면 ‘날렵하다’거나 ‘민첩하다’는 단어의 정의 자체를 뛰어넘은 차원에 있었다. 그걸 잊거나 의심해선 안 된다.이러니 일반 도로를 달릴 때의 GTC4 루쏘T는 속도와 관계없이 아주 안락하게 느껴진다. 슈퍼카라면 응당 느낄 수 있는 딱딱한 감각, 차체가 너무 낮아서 신경 쓰이는 일로부터도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다. 매일 운전할 수 있는 페라리를 지향한다는 설명이 명확하고 충실하게 구현돼 있다.이름에서도 페라리의 그런 의지를 정확히 읽을 수 있다. GT는 그란 투리스모의 약자다. 그란 투리스모는 그랜드 투어링의 이탈리아식 표현이다. 그랜드 투어링은 17세기쯤에 가장 융성했던 여행의 형식이다. 21세가 된 귀족 자녀들이 떠나던 일종의 유럽 일주를 이르던 말이었다. 폭넓은 문화와 예의와 패션을 몸으로 접하고 식견을 넓히기 위한 긴 일정이었다. 일부러 고생하려고 떠나는 젊음과는 시작부터 달랐다. 교사와 시중까지 따라붙는 호사였다. 이 말이 그랜드 투어러가 돼서 자동차의 장르를 의미하면, 자연스럽게 그런 여행에 적합한 자동차를 통칭하게 된다. 장거리 여행을 아주 호사스럽고 편안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고성능 자동차. 페라리 GTC4 루쏘T에 붙은 ‘GT’는 그런 의미다.4는 네 명이 탈 수 있다는 뜻이다. 보통 두 명만 탈 수 있는 페라리로서는 반드시 필요한 숫자였을 것이다. 루쏘는 ‘사치, 돈을 많이 들임, 호화’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남성 명사다. T는 터보를 뜻한다. 정확하고 솔직한 작명. 피할 것도 없이 직설적인 이탈리아와 페라리의 기질이 그대로 묻어난 이름이기도 하다.인테리어도 지금까지의 페라리와는 조금 다른 차원으로 완성됐다. 완전히 운전석 중심으로 설계한 페라리 488 스파이더와 비교해보면 그 차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센터패시아에는 10.25인치나 되는 터치스크린이 있다. 스티어링 휠도 완전히 새로 디자인했다. 앞 좌석의 거의 모든 요소가 운전자를 응시하던 다른 페라리와 아예 다르다. GTC4 루쏘T의 앞 좌석은 운전석과 조수석의 평등과 평화를 지향한다. 같이 앉은 사람의 옆모습과, 창밖으로 스쳐가는 계절의 색을 볼 수 있는 여유까지 심어놓았다. 그러다 잠시 멈췄을 때 위로 고개를 들면 시야가 그대로 뻥 뚫려 있다. 천장의 거의 모든 부분이 거대한 유리로 돼 있다. 뒷좌석에 앉아도 예상보다 훨씬 편하다. 시트는 눈으로 보기에도 탄력 있는 가죽으로 감쌌다.다시 돌아가는 길엔 페라리를 탔다고 도전적으로 달려보거나 패들 시프트를 조작하면서 엔진의 끝을 느껴보고 싶은 마음도 좀 잦아들었다. 부드러운 것은 부드러운 대로, 풍족한 느낌은 또 그대로 두고 라디오를 켰다. 진행자의 멘트인지 노래인지 알 수 없는, 리듬이 살아 있는 이탈리아어를 들었다. 그 널찍한 화면의 내비게이션이 가리키는 길을 천천히 달렸다. 간간이 우리가 탄 파란색 페라리 GTC4 루쏘T를 보면서 손을 흔들거나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는 사람을 흘리듯 보냈다.그렇게 웃는 표정을 또 언제 볼 수 있을까? 동경과 매혹과 소유욕이 그토록 순수하게 섞인 얼굴로, 우리가 마지막으로 그렇게 웃었던 건 또 언제였을까?조금 노곤한 상태로 숙소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네 시쯤이었다. 해가 지는 쪽이 서쪽이려니 느슨하게 생각하면서 현관 주변에 있는 벤치에 앉았다. 햇빛을 쬐고 바람을 쐬면서, 그게 참 따뜻하고 부드럽다고 생각하면서, 한동안 앉아 있었다.